구글, 나이키 등 친기후기업들의 이중성?

기후 관련 비영리단체..미국 친기후 기업의 BBB 입장조사 기후 행동 지지하는 '친기후 기업' 20곳' BBB 지지하지 않아... "기업들이 적극 행동 나서면, 무역협회도 반대 입장 철회할 것"

2021-10-14     송준호 editor

기후 대응에 적극 나서기로 한 미국 주요 기업 20곳이 바이든 대통령의 친기후 인프라 정책 ‘더 나은 재건 (BBB, Build Better Back Act)’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비영리 싱크탱크인 인플루언스맵(Influence map)은 이번 달 미국 주요기업들의 과거 기후 관련 입장 표명을 바탕으로 ‘친기후 기업’을 표방하는 20곳을 꼽았다. 기후 비영리 단체 클라이밋 보이스(Climate Voice)는 해당 기업들이 ‘더 나은 재건 정책에 대한 지지도를 파악한 조사 결과를 12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클라이밋 보이스는 기업들이 해당 법안의 기후 조항을 승인했는지 여부, 기후정책 비용을 지불하기 위한 수익 조항을 지지 하는지, 법안 반대 로비를 진행하는 미국 무역협회에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했는지 세 가지 기준으로 20개 기업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12개 기업이 세 질문 중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친기후 기업’ 20곳 다수...BBB 반대하는 미국 3대 산업협회 회원사였다

인플루언스맵은 미국에 본사를 둔 주요 거대 기업 중에 기후변화정책에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친기후 기업’ 20곳을 뽑아, 바이든 대통령의 인프라 정책 ‘더 나은 재건’에 대한 태도를 조사했다. ‘친기후 기업’ 선정은 인플루언스맵 자체 평가 방법론을 활용하여, 미국 주요 기업들 중에 65점 이상의 점수를 얻은 기업만 추렸다. 

화두가 된 ‘더 나은 재건(BBB, Build Better Bact Act)’ 법안은 바이든 정부가 낸 2조 달러 이상의 인프라 계획이다. BBB는 국가의 청정에너지 전환, 전기차와 충전소 건축 인센티브 지급, 농업을 포함한 탄소 발자국 감축, 주택 개조 지원 등을 포함한 기후 대응 정책이다. 

인플루언스맵이 뽑은 '친기후 기업' 20곳

3M, 알파벳, 아마존, 애플, 시스코 시스템즈, 코카콜라, 엑셀론, 페이스북, HP, 존슨 앤 존슨, 맥도날드,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나이키, 펩시코, 화이자, 퀄컴, 세일즈포스, 테슬라, 월마트

 

 인플루언스맵은 해당 기업들이 명백하게 기후 행동을 지지하고 있지만, BBB에 대한 공개 지지는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기업들은 또한 현재 BBB에 반대 로비를 활발히 벌이는 미국 산업협회들의 회원사로 있다. 반대 입장의 미국의 3대 산업협회는 미국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 미국 제조업자협회(NAM, National Association of Manufacturers)와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 Business Round Table)이다.

인플루언스맵의 기업 입장 및 협회 가입여부 조사표/인플루언스맵

인플루언스맵은 해당 기업들의 BBB에 대한 입장과 3개 협회 가입 여부를 조사했다. 20개 회사 중에 세일즈포스만 BBB가 제시하는 기후조항 전체를 승인했다. 다만, 세일즈 포스는 미 상공회의소와 BRT의 회원사로 남아있다. 인플루언스맵은 20개 기업 중 7개 기업은 법안에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나머지 12개 기업은 BBB에 참여했다는 증거를 하나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BRT의 CEO인 조슈아 볼턴은 “우리 회원들은 모두 기후 변화에 대한 조치를 지지하지만, 미 의회는 1조 달러의 기후 행동 예산을 우리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일자리 창출자에 대한 세금 인상과 수조원을 기후와 관련 없는 부문에 할당했다”며 “기후변화와 관계없는 유해한 조세 정책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클라이밋 보이스, BBB를 ‘방해’, ‘주의’, ‘선도’하는 기업 점수 카드

클라이밋 보이스는 12일 인플루언스맵의 자료를 바탕으로 기업들의 BBB에 대한 입장을 세 가지로 분류하여 정리한 점수표를 발표했다.

세 가지 기준은 ‘방해(Obstructing)’, ‘주의(Cautious)’, ‘선도(Leading)’이다. ‘방해’는 BBB의 기후 조항의 어떤 것도 만족하지 않는 기업, ‘주의’는 일부 기준, ‘선도’는 모든 기준을 만족하는 기업이다.

클라이밋보이스

클라이밋 보이스의 점수표에 따르면, ‘방해’ 기업은 12개 기업으로, 3M, 시스코 시스템즈, 코카콜라, 구글, HP, 존슨 앤 존슨, 맥도날드, 나이키, 펩시코, 화이자, 퀄컴, 테슬라이다. ‘선도’ 기업은 없고, ‘주의’ 기업은 아마존, 애플, 엑셀론,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세일즈포스, 월마트이다. 점수표에 있는 기업명을 클릭하면, 기업 입장 설명글이 나오고, 우측에 ‘행동(Take Action)’ 칸에는 각 기업에 관한 캠페인 글을 각자의 트위터에 공유할 수 있도록 연결한 링크가 있다.

해당 기업들 중 일부는 결과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는 등 목소리를 냈다. 

코카콜라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국가의 인프라 필요와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에 대해 감사하고, 개선할 수 있는 모든 관점에서의 열린 대화를 하고 싶다”며 “우리는 SBTi를 포함한 지속가능 목표에 온전히 서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맥도날드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자문 위원회에 가입한 것이 자랑스러우며, 우리는 '재생에너지구매자연합(REBA, Renewable Energy Buyers Alliance)와 세레스의 Bicep Coalition의 멤버”라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이 위원회와 함께 워싱턴 D.C.에 있는 입안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옹호활동을 하는 등 기후 행동 옹호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이자는 “우리는 기업 점수 카드를 낸 클라이밋 보이스의 접근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 순위표는 미국의 NDC 성취를 돕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위협이 되는 넓은 입법 정책에 기반한다”고 지적했다. 화이자는 “기후변화를 우리 시대 결정적인 문제로 생각하고, SBTi 목표를 세웠다”고 덧붙였다.

클라이밋 보이스의 대표이자, 구글과 페이스북의 전 지속가능성 책임자인 빌 웨일은 “기업들이 여러 이해관계 사이에서 줄다리기만 하는 것 같다”며 “BBB의 경우에는 기업들 대부분이 그저 낮은 세금만 추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웨일 대표는 “만약 이 친기후 대기업들이 미 상공회의소에 긴급 이사회를 요구하는 등 내부적으로 강력한 입장을 추진했다면 상공 회의소가 (BBB에 반대)하는 일을 바꿀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조업 협회나 BRT가 거대해서 변화를 이끌 수 없더라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화를 유도할 수는 있으며, 조직이 바뀌지 않으면 기업들이 떠나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