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탄소배출권 대수술 필요하다는데...미국, 유럽은 어떻게 하고 있나?
배출권 시장은 연간 배출 총량 목표 등 제도적 차이 봐야 특성 보인다 미국은 주 정부 주도, 배출총량제, 적용 범위 좁아 가격 상승폭 낮다 유럽은 EU 주도, 배출총량제, 적용 범위 넓어 큰 가격 상승폭
2015년 시작된 국내 탄소배출권거래제의 경직성과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의 탄소배출권 시장에 관한 보고서가 나왔다. 이정연 메리츠 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0일 ‘미국 탄소배출권 ETF 상장, 유럽과 다른 점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 특성을 살펴봤다.
州 정부 주도...배출량 대비 시장 크기 작고, 적용 범위 낮다
미국은 탄소배출권 시장을 중앙정부인 연방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인 주 정부가 운영한다. 미국의 탄소배출권 시장규모는 약 260억 유로(35조6200억원)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로 전 세계 배출량의 11%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할 때, 시장규모가 크지 않다. 이정연 애널리스트는 이 원인을 미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적용 범위가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크게 WCI와 RGGI 두 가지다. 이정연 애널리스트는 “유럽은 27개국이 발전, 운송, 산업부문에 걸쳐 배출권거래제를 강제하나, 미국은 연방정부의 소극적인 입장으로 통합적인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WCI(Western Climate Initiative)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캐나다 퀘벡주가 참여하고, 배출권 단위로 CCA(할당량, California Carbon Allowance)를 사용한다. 배출권 적용 분야는 발전, 산업, 연료공급 부문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연료공급 부문이 포함된 이유는 수송부문과 가계부문, 상업부문의 연료 사용으로 인한 배출은 직접적으로 규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WCI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40% 감축과 204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명시했다. 산업 분야마다 할당 방식이 다른데, 산업은 90% 무상할당, 발전은 100% 무상할당, 연료 공급부문은 100% 유상할당이다. WCI는 온실가스 대상이 CO2 외에도 CH4(메탄), N2O(이산화질소) 등 8가지 종류 이상을 포괄한다. WCI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260억 유로(35조6200억원)다.
RGGI(Regional Greenhouse Gas Initiative)는 미국 북동부 10개 주가 참여하고 있는 탄소배출권 시장이다. 참여 주는 각자 이산화탄소 배출상한을 정하고, 이 범위 안에서 주 정부별로 배출권(RGA, Regional Gas Allowance)을 발행한다.
이정연 애널리스트는 “특징적인 점은 발전부문(발전설비 25MW 이상 화력발전소)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인데, 이는 주별 발전시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95%를 포괄하는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RGGI는 2030년까지 발전소의 2020년 배출 총량 대비 30% 감축 목표를 갖고 있다. RGGI는 무상할당 배분은 없고 이월은 무제한으로, 차입은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유럽 배출권 가격 급등, Fit for 55로 적용 범위 넓고, 할당 감축폭 커...
이정연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유럽의 배출권 거래제가 배출총량거래제(Cap and Trade)로 정부가 경제 주체를 대상으로 배출허용총량(Cap)을 설정하면 대상 기업체는 정해진 배출 허용범위 내에서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 방식에 기초한다는 점은 같으나, 연간 배출 총량 목표 설정, 배출량 할당량, 포괄산업 대상분야, 무상/유상할당 비중 등 제도적 차이로 시장규모와 가격 차이가 난다”고 정리했다.
유럽의 배출권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2010억 유로(287조7000억원)다. 이정연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탄소배출권 수익률이 연초 이후 40%, 유럽은 74%로 유럽의 가격 상승 폭이 더 컸는데, 유럽이 핏포55(Fit for 55) 친환경 정책패키지 발표에서 배출권거래제를 더욱 활성화하고자 하는 정책이 나왔다”며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펼치는 그린뉴딜 정책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자 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라고 배출권 가격 상승 차이를 설명했다.
유럽의 배출권 거래제는 유상할당 비율이 57%이고, 발전ㆍ산업ㆍ항공ㆍ해상운송 분야를 포괄한다. 유럽 배출권 거래제는 미국의 거래제보다 배출 총량 제한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