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ESG ①】넷제로? 탄소 중립? 핵심은 '순 배출량'이어야
ESG를 아시나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ance)의 줄임말입니다. 기업 비재무정보의 핵심요소 세 가지입니다. 근래 전 세계적인 경영 트렌드를 ESG로 꼽을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에게 아직 ESG는 생소합니다. 용어도 많고 기준도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IMPACT ON은 '줌인 ESG’ 코너를 통해 ESG를 둘러싼 다양한 프레임워크와 기준들을 알기 쉽게 소개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그린뉴딜의 내용에는 한 가지가 빠져 있었다.
지난 14일, 정부는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하며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공공시설 에너지 제로화 ▲태양광·풍력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보급 ▲전기·수소차 보급 및 충전 인프라 확충 등으로 "인프라와 에너지 녹색 전환, 녹색산업 혁신으로 탄소 중립 사회를 지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발은 거셌다. 가장 중요한 넷제로(Net-zero)가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넷제로 대신 모호한 탄소 중립(Carbon Neutral)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순 배출량 감축에 대한 언급이 부족했고, 시점에 대한 목표가 부재했다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그린뉴딜 종합계획에 대해 “반쪽짜리 뉴딜”이라고 비판했다.
궁극적 목표 되어야 할 '넷제로'
그린피스가 가장 우려를 표하고 있는 지점은 넷제로(Net-zero)와 관련 있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고, 2050년까지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순 제로(net-zero)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종합계획에는 목표와 구체적인 로드맵이 부족하며, 탈 탄소라는 거시적인 목표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넷제로는 쉽게 말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상쇄되는 상태, 즉 순(Net) 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걸 말한다.
넷제로가 언급된 건 2018년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지구 온난화 1.5℃ 보고서’에서다. 2018년 인천에서 진행된 IPCC 48차 총회에서 채택된 보고서는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고, 2050년까지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순 제로(net-zero)’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흔히 넷제로라고 하면, 아예 온실가스 배출을 하지 않는 것을 상상한다. 물론 좁은 의미의 넷 제로는 순 배출량 자체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생산시설 가동을 멈추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배출량 감축이 어려운 업종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넓은 의미의 넷제로는 '잔류 배출'을 허용해, 순 배출량이 플러스(+)라도, 탄소 포집기술 등으로 그만큼의 탄소를 줄이는 활동을 하는 것도 용인해준다. 배출량을 플러스(+)로, 탄소포집기술을 이용한 상쇄량을 마이너스(-)로 잡아 전체가 제로(0)가 되면 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선 이산화탄소뿐 만 아니라 메탄, 수소불화탄소와 과불화탄소, 육불화항, 이산화질소 등 전반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해야 한다. IPCC는 보고서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메탄과 아산화질소 등을 감축 목표에 포함해야만 1.5℃ 시나리오에 더욱 부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배출량은 그대로인데, 탄소 중립 선언했다고?
국내에서는 넷제로 대신 탄소 중립이라는 용어도 사용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종종 순 배출량을 따지지 않는 기업들에게에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고 꼬리표를 붙인다. 배출량 고려 없는 넷제로 선언은 궁극적인 목표를 흐릿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가지고 올 수 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12~13%를 차지하는 포스코가 코크스를 태워 온실가스를 배출하더라도, 사후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할 개념으로 탄소 중립이 오용된다"고 설명했다. 플러스, 마이너스 따져가며 '제로'로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화석 자본주의와 결별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 중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IPCC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순 배출량 제로라는 목표이며, 산업화 이후 내뿜은 온실가스까지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적극적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이라 권고한 바 있다.
해외에선 '순 배출량 제로' 위해 노력 중
해외에선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순 배출량 제로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미 오스트리아, 부탄, 코스타리카, 덴마크, 유럽연합, 피지, 핀란드, 프랑스, 헝가리, 아이슬란드, 일본, 마셜 제도, 뉴질랜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싱가포르, 슬로베니아, 스웨덴, 스위스, 영국 등 20개 국가와 지역이 2020년 6월 순 배출제로 목표를 채택했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 제로를 달성하기로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후활성화법(Climate Mobilization Act)을 제정한 바 있으며, 영국은 순 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감축 및 2035년 이후 휘발유 디젤차 판매 금지 정책 등을 펼치고 있다.
유럽연합은 ‘그린 딜(Green Deal)'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현재의 40%에서 50~55%로 상향 조정해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올해 한국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갱신과 2050년을 목표로 하는 ‘2050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LEDS, Long-term low GHG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을 제출해야 한다. 지난 2월 발표된 ‘2050 장기저탄소 발전 전략’ 검토안과 그린뉴딜은 넷제로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내외의 비판을 딛고 정부가 진화한 넷제로의 철학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