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기금의 ESG 투자, 앞으로의 과제는?
공적연기금, 국민연금 사례 참조해 ESG 투자 확대 모색 수동적 대응에서 벗어나 선도적으로 견인하려는 인식 필요
공적연기금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책임투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관련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연구위원은 ‘공적연기금 ESG 투자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공적연기금의 ESG 투자 강화를 위한 주안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국민연금, 전체 포트폴리오에 ESG 영향력 강화
현재 국내 공적연기금은 국민연금의 사례를 참조해 ESG 투자 확대를 모색하는 실정이다. 국민연금의 ESG 투자는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국민연금은 사회책임투자 펀드로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등으로 그 범위와 강도를 확대하고 있다.
남재우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국민연금기금의 ESG 투자 기조는 ‘영향력을 최소로 하는 수동적인 접근’이었던 것으로 사료된다”면서 “국내 주식으로 한정되던 책임투자의 범위를 채권 및 대체투자를 포함하는 전체 자산군으로 확대하고,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ESG 기준에 못 미치는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지 않는 전략)을 도입하는 등 전체 포트폴리오에 대한 ESG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용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외의 공적연기금은 사학연금기금과 공무연연금기금이 대표적이다. 이 두 기금은 별도의 운용 조직을 갖추고, 내부 인력에 의한 직접 운용과 외부 자산운용사에 의한 위탁 운용을 병행하고 있다. 그 외에 정부 부처의 정책적 필요성에 의해 조성된 68개의 공적기금이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연기금투자풀이나 OCIO(외부위탁운용관리)를 활용해 자산 전부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남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ESG 통합전략이 보수적으로 설정돼있다고 설명한다. 남 위원은 보고서에서 "ESG등급이 C인 경우 벤치마크 지수의 구성비중보다 상회해 투자하려면 별도의 검토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D등급은 원칙적으로 벤치마크 대비 초과 편입을 금지한다"며 "하지만 D등급 종목 비중이 미미한 상황에서, 최하위 평가등급 종목도 시장비중을 유지할 수 있어 이러한 ESG통합전략이 실제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공적연기금의 ESG 투자 강화를 위한 주안점
그렇다면 공적연기금이 ESG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고려할 사항은 무엇일까. 남재우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공적연기금은 공공에 대한 수탁의무자라는 관점에서 ESG 투자의 당위성이 보다 강조된다”면서 “공적연기금이 ESG 투자를 도입 또는 강화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을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고 했다.
먼저, 규정 개정을 통해 제도적인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과 지침, 그 하위 단계에서 단계별 규정과 가이드라인(세부지침)을 설정해야 한다. 중장기적 로드맵을 설정할 필요도 있다. 로드맵은 특정 기간의 구체적인 추진 과제가 명시될수록 좋다.
두 번째는, 적극적인 ESG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공적연기금의 ESG 투자는 자칫 진정성 없는 형식적 대응으로 포장되기 쉽다. 따라서 ESG 통합 전략의 내실화와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의 효율적 실행 체계를 통해 적극적인 투자 전략을 설정・실행해야 한다.
세 번째는, 기관 간의 연대 강화다. 국민연금이 도입한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은 글로벌 연기금 기관과의 연대와 밀접하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아직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의 장기적인 효용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며, 기업 관여 활동에 있어 국내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등 글로벌 관점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문제에만 매몰된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공적연기금, ESG 투자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공적연기금의 ESG 투자 강화를 위한 네 번째 고려사항은 전체 자산군에 대한 포괄적 접근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국내 주식 부문에서만 ESG 요인을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데, 전체 자산군에 대해 동일한 운용 기조가 적용돼야 한다. 특히 ESG 투자가 투자받은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대체투자에 대한 ESG 도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추천되고 있다.
다섯 번째는, 공적연기금의 ESG 평가모형 공공화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의 ESG 평가를 외부에 공개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이 구축하고 있는 ESG 평가 체계와 계량적 평가모형을 상세히 공개하고, 가능하다면 일정 시차를 두고서라고 개별 기업에 대한 평가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지막은, OCIO 운용사의 적극적 대응이 중요하다. 국내 공적기금 중 대다수는 ESG 운용과 관련해 위탁운용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OCIO가 단순히 주어진 자산배분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역할만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선도적이고 전문적인 자문을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남재우 연구위원은 “ESG 투자는 공적연기금의 운용 전반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공적연기금은 수동적 대응에서 벗어나 ESG 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선도적으로 견인하려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