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 美 연방정부 조달, 기후 위험과 연계한다

2021-10-26     김효진 editor
미 백악관의 '기후 회복력 있는 경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 보고서

COP 26을 앞두고 프랑스, 영국, 미국,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지난 10월 2050탄소중립 기후 로드맵을 발표한 가운데, 미국의 로드맵은 ‘지속가능한 조달’ 규칙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40페이지에 달하는 미 백악관의 ‘기후 회복력 있는 경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A ROADMAP T O BUILD A CLIMATE-RESILIENT ECONOMY)’ 보고서에는 5가지 핵심원칙을 도입했다. 이 원칙으로는 ▲넷제로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 및 민간재정 동원 ▲기후취약계층과 지역사회 보호 ▲연방정부 및 지역사회의 재무적 위험을 공시 및 완화 ▲기후 관련 금융 리스크로부터 미국 금융시스템 보호 ▲국제적인 노력 통한 글로벌 리더십 강화 등이다.

특히 이번 바이든 계획에는 ‘연방정부 조달’과 기후 관련 재무적 위험을 연계하기로 했다. 즉, 연방정부가 기후변화의 물리적 위험(physical risk)과 전환 위험(transition risk) 모두를 포함하도록 ‘연방 조달 규칙’을 개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뿐 아니라 연방 조달 규칙이 ‘탄소의 사회적 비용’, 즉 대기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로 인한 간접 피해비용까지도 고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상품과 서비스 구매자다. 2020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미 연방은 코로나 19 관련 긴급지출을 제외하고 6000억달러(699조원) 이상의 물품을 조달했다. 로드맵 보고서는 “연방조달규칙(FAR) 위원회는 연방정부와 조달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에 기후 위험과 온실가스 배출, 과학기반 감축목표 계획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협력업체를 우선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신경 쓰지 않으면, 연방정부 조달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해외미디어 그린비즈는 “통합서비스청에 따르면, 2019년 연방정부의 조달과 관련된 협력업체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약 1억5000만톤으로, 정부가 직접 배출한 양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며 “미국 전체 배출량인 66억톤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연방 조달을 통한 기후변화 효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미 연방정부가 재활용 인쇄 및 필기용품 구매를 의무화함에 따라 50개주가 이를 모두 뒤따르면서 관련 시장이 활성화되기도 했다. 

 

6000억 달러,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 통해 기후 대응 효과

이미 EU에서는 그린조달(GPP, Green Public Procuremnet)이나 지속가능한 조달(Sustainable Procurement)이라는 개념으로 정부 조달과정에 환경적 요소를 필수적으로 고려한 바 있다. 특히 덴마크는 이미 1991년 그린조달을 고려, 1994년에 첫 국가 그린조달제도 실행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2005년 덴마크 환경부는 46개 물품 및 서비스에 그린조달제도 지침을 발표, 조명·건설자재·IT·자동차부품·의류·노인복지 등 다양한 품목이 포함됐다. 

EU집행위원회는 1992년 EU 환경라벨을 처음 시행했고, 공공계약 전반에 대한 친환경 조달지침(Buying Green Handbook)을 제공하며, 건물과 케이터링, 도로, 운송, 차량, 에너지 등 부문별로 친환경 조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EU에 이어 미국까지 기후를 고려한 친환경 조달지침을 확대하는 데에는 코로나19뿐 아니라 각국의 실물경제에 미치는 기후 리스크가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디즈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국장과 지나 매카시 백악관 국가기후 고문은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 서문을 통해 “올해 극한 기후로 인해 미국 경제의 3분의 1이 영향을 받았다”며 “산불로 매사추세츠주와 로드아일랜드를 합친 만큼에 해당하는 600만에이커가 불탔고, 공급망이 불안정해졌으며, 허리케인 아이다는 뉴욕지하철 시스템을 마비시켰고, 후버댐의 미드 호수는 1931년 댐이 건설된 이후 최저수준에 도달해 콜로라도강에서 사상 처음 물 부족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극심한 날씨로 인해 미국인들이 받은 피해액은 60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 매카시 국가기후보좌관은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는 우리 경제와 삶에 위험을 초래하며 지금 행동해야 한다”며 “이 로드맵은 금융시스템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 이들의 급여와 번영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기후 관련 리스크를 연방정부의 조달 정책뿐 아니라 대출, 예산 편성 등과도 통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이달 미 에너지, 국방, 농업, 국토안보, 교통부 등 20곳 이상의 연방 부처에서 자신들의 운영상 리스크 및 이에 대한 기후 적응 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