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글로벌 메탄서약’ 가입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 30% 이상 감축하는 것이 목표 산업계, 지나치게 높은 목표, 쉽지 않은 도전 될 것

2021-10-26     김민정 editor

정부가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0% 이상 줄이자는 ‘글로벌 메탄서약(Global Methane Pledge)'에 가입하겠다고 밝혔다.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알려진 메탄 배출량을 줄여 탄소 중립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지구 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인 물질로, 이산화탄소의 21배 정도 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알려졌다. 메탄 배출량을 줄이면 탄소 배출 저감 실적으로 인정되므로 탄소중립 추진에 도움이 된다. 오는 205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인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메탄가스 규제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다음 달 1일부터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 글로벌 메탄서약이다. 실제로 환경부 관계자는 “미국과 EU가 COP26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에 글로벌 메탄서약 가입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COP26 정상회의 기간 중 글로벌 메탄서약에 가입할 예정이다. 

 

현재 기술로 농・축산 분야 메탄 감축하기 매우 어려워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국내 메탄 배출량은 2800만 톤으로 추산된다.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8%이며, 분야별로 살펴보면 농・축・수산 1220만 톤, 폐기물 860만 톤, 에너지 630만 톤 등이다. 메탄서약 가입을 앞두고 정부는 이를 각각 250만 톤, 400만 톤, 180만 톤씩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의 메탄가스 감축 목표를 둘러싸고 산업계 여기저기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산업계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도한 메탄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천연가스에서 대부분의 메탄이 배출되는 해외 국가와 달리, 국내의 경우 메탄 배출량의 44%가 농・축・수산 분야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높은 목표라고 지적했다. 이어 메탄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축산・폐기물・석유화학 업계는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국제메탄서약에 가입하면, 농・축산 업계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메탄 배출의 상당수가 벼 재배 과정, 가축 사육과 분뇨 처리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농・축・수산 업계 감축 계획으로 저메탄 사료 도입, 가축 분뇨 에너지화 추진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저메탄 사료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면서 이를 실현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현재의 기술로 벼 재배와 가축 사육 등 식량을 생산하는 농・축산 분야에서 나오는 메탄을 감축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페기물・석유화학 업계,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필요해

메탄가스 감축이 폐기물 업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만만찮다. 국내 메탄 배출량에서 농・축・수산 분야 다음으로 배출량이 많은 것이 폐기물 분야로, 2018년을 기준으로 전체 메탄 배출량의 31.2%를 차지한다. 쓰레기 매립을 비롯한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메탄이 많이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폐기물 업계 감축 계획으로 음식물 쓰레기 저감, 유기성 폐자원 바이오 가스화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폐기물 발생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무엇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실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일부에서는 폐기물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정제・발전・개질해 에너지로 활용하는 기술이 현장에 적용될 수 있게 하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국제메탄서약 가입은 석유화학 업계 등 에너지 분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분야의 메탄 배출량은 2018년을 기준으로 전체 메탄 배출량의 22.6% 정도다. 정부는 에너지 분야의 메탄 감축 계획으로 화석연료 사용량 축소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관련 업계는 화석연료 산업에서 메탄을 손쉽게 줄이는 방법은 오일이나 천연가스 저장시설에 회수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운송 라인의 구멍을 철저히 막는 것인데, 이는 이미 시행 중이므로 메탄 감축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또한 발전사들이 석탄발전을 줄이고 LNG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수익 악화 및 자산 손실, 지역 일자리 감소 등이 우려되므로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