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말한다... 해외선 국가별 온실가스 공개, 국내선 11대 그룹 배출량 공개
파이낸셜타임즈, 193개국 개별 국가별 온실가스 데이터 검색 오픈 녹색연합, 국내 주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명세서 자료 분석
이제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 공개가 개별 기업, 그룹사를 넘어 국가 단위까지 비교해서 모니터링하는 시대가 됐다. 26일 우리나라에선 국내 11대 그룹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하는 자료가 배포됐고, 해외에선 각 나라별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를 볼 수 있는 대시보드가 등장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26일(현지시각) 193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미래 기후목표, 재생에너지 진행상황을 나타내는 에너지 믹스 등을 검색 가능한 대시보드를 공개했다. 해당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 증감, 1인당 배출량, 기후서약, 재생에너지 포함 에너지 믹스 등이 모두 자세히 나온다. 클라이밋 와치(Climate Watch),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의 자료를 활용했다.
우리나라를 살펴보니, 2018년 기준 6억7310만톤이 나온다. 193개국 중 13위로, 전년 대비 1.28% 증가했다고 돼있다. 역사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증감을 보면 IMF 당시 큰폭의 감소가 이뤄진 이후 지속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난 것으로 돼 있다. 에너지 믹스를 보면, 화석연료 73%, 원자력 23%, 재생에너지 4%다. 기후 공약은 최근 정부가 업데이트한 약속이 반영되지 않아, '2017년 대비 2030년까지 24.4% 감축'으로 나온다.
FT는 "COP26을 앞두고 파리협정에 가입한 국가들은 모두 개선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아직 공식적으로 NDC 업데이트 목표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FT는 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 각 국가별로 기준연도를 달리 적용함으로써 직접적인 비교를 어렵게 한다"고 덧붙였다. FT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배출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2015년 파리협정 당시 470억톤의 온실가스는 2020년 520억톤으로 늘었다.
개별 사업장 공시를 그룹별로 집계한 온실가스 비교표
한편, 국내에선 녹색연합에서 낸 분석자료가 국내 언론사 여러 곳에 등장했다. 국내 탄소배출량의 상당 부분이 몇몇 대기업과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서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국가 온실가스 종합관리시스템(NGMS)에 기록된 국내 주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명세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자산총액 기준 상위 10대 그룹(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농협 *자산총액 순)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지난해 온실가스 국내 총배출량의 36%를 차지했다. 여기에 한전을 포함한 11대 그룹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보면, 비중이 더욱 높아져 지난해 온실가스 국내 총배출량의 64% 가까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10대 그룹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그룹은 포스코로 나타났다. 포스코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지난해 온실가스 국내 총배출량의 13% 정도였다. 또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산업군의 거의 모든 분야에 계열사가 분포하는 4대 그룹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14.7%를 차지해 역시 높은 비중을 보였다.
국내 주요 그룹 내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은 철강 업계(포스코・현대제철), 정유 업계(GS칼텍스,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석유화학 업계(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반도체 업계(삼성전자) 등으로, 이들 기업 대부분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기업 중 상위권에 올랐다.
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눈에 띌 정도로 많았다. 한전은 국내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28% 가까이 차지했는데, 이는 대부분 한국남동발전 등 발전 자회사 5곳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의 주요 사업이 탄소 집약도가 높은 석탄 발전이기 때문이다.
그룹 차원의 탄소중립 계획과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필요
이번 자료는 그동안 개별 업체와 사업장별로 공시되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그룹 차원으로 분석해 책임성을 따져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와 관련해 녹색연합 관계자는 “소수기업 집단의 기후위기 대응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11대 그룹의 탄소배출량이 국내 전체 배출량의 64%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기후위기 대응 책임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이어 “주요 그룹들이 경영상의 중요 결정을 그룹 차원에서 내리고, 해당 계열사를 넘어 협력업체와 경쟁업체에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점을 고려하면, 기후위기 대응에 그룹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번 자료를 작성한 이다예 녹색연합 활동가 역시 기후위기 대응에서 그룹 차원의 관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배출량이 많은 그룹은 개별기업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탄소중립 계획과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기후위기 유발 책임이 큰 기업들에 대한 규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