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소 “‘K-택소노미에 LNG 포함...녹색 금융 신뢰도 떨어질 것”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K-택소노미 LNG 포함 선택 비판 K-택소노미(안)이 그대로 사용되면, ESG 투자자와 글로벌 녹색 투자처 잃을 것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지난 4일(현지시각), ‘K-택소노미에 LNG(액화천연가스)를 포함하면, 한국 세계시장에서 녹색금융의 신뢰도에 금이 갈 것’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환경부가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K-택소노미)에 LNG를 포함한다는 구상을 비판한 것이다.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및 적용 가이드(안)’에서 LNG를 ‘녹색’으로 분류된 경제활동에서 사용하는 것을 2030년까지 한시적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논평을 작성한 연구소의 크리스티나 응 팀장은 “한국이 LNG를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전환’ 연료로 인식하게 되면, 한국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경로로 나아가게 되기 쉽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새로운 탄소감축 목표를 통한 정책과 시장 인센티브 창출 전략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티나 응 팀장은 “K-택소노미가 LNG를 포함한 상태로 최종안이 나오면, 산업 통상자원부의 9차 장기 전력 공급-수요 기본계획에 따라, 한국 에너지 시장에 10기가와트의 전력이 LNG로 생산될 것이고, 녹색채권과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배출량에 민감한 ESG 투자자들에게 이런 상황에 앞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소는 “블룸버그 조사결과, 2021년 9월 30일 기준으로 한국의 녹색 부채가 428억 달러(50조7180억 원)로 집계됐고, 전체의 3분의 1인 142억 달러(16조8199억 원)가 전력과 에너지 회사에 투자됐다”며 “현행 K-택소노미가 변화 없이 정착되면, ESG 투자자는 비자발적으로 LNG에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영국에서도 ‘블루 수소’와 같은 녹색으로 분류하기에 논란이 있는 녹색 채권을 지난 9월에 발행했는데, 주요 채권 투자자들이 이를 비판하고 투자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한국도 일명 ‘다크 그린’이라고 불리는 태양광, 풍력, 지열 등의 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 설명했다.
다크 그린 상품은 유럽의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제(SFDR) 제 9조에 정의된 개념으로, 탄소 배출량 감소 등 지속가능 목표를 추구하지만, 새로운 환경파괴 문제를 야기하는 등 그린 워싱 문제를 일으키는 상품을 말한다. 석유회사 렙솔이 2017년에 3년 내 탄소 배출량 120만 톤 감축을 목적으로 녹색 채권을 발행했지만, 전체 배출량 대비 감축량이 적고 화석연료 사업을 지속한다는 점을 지적받아 채권을 회수당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연구소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큰 녹색채권시장을 보유한 중국은 한국과 다른 방식을 택했다는 점을 짚었다. 중국도 2015년에는 '청정 석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여, 녹색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연구소는 중국이 2021년 중반, 녹색분류체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화석연료를 택소노미에서 제거했으며, 현재는 가스, LNG, 석탄 화력 활동을 배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중국이 EU와 연말까지 녹색분류체계를 협력해 만들어가는 작업도 글로벌 녹색자본 경쟁에 나설 준비가 됐음을 보여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은 소위 ‘카탈로그’라고 부르는 자국 녹색분류체계를 보유했는데,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표준화 문제를 지적받고 있었다. 중국은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EU와 협력해 연말까지 양측의 택소노미를 조율하여, 보편적 분류체계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연구소는 "전 세계 투자자들은 넷제로 경제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명확한 정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문재인 행정부가 (LNG를 택소노미에 포함한 것) 화석 연료 산업을 선택하고, 새로운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세계 자본시장의 새로운 투자처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