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정부 VS. 작은정부, 대선주자들의 탄소중립 해결책은

2021-11-10     박지영 editor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서, 20대 대선을 향한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외에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을 기점으로 탄소중립 패러다임으로 본격 전환되는 시점이다.

<임팩트온>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ESG 관련 공약을 정리했다. 네 후보 모두 탄소중립에 대해선 동의하는 입장이나,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는 범여권의 큰 정부론과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범야권의 작은 정부론으로 나뉜 모양새다. 탄소중립의 쟁점인 원전에 있어서도 정책 계승과 정책 파기로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ESG 관련 공약에서는 큰정부 대 작은정부론이 맞붙었다/디자인=이승진 기자

 

범여권 “현 정부 탄소중립 목표치 낮다” 목표치 높이고 시기는 앞당겨

범여권 후보들은 현 정부의 탄소중립 기조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현행보다 높이면서, 탈원전 정책은 현 정부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전환적 공정성장이란 담론 아래 출발한다. 공정성 회복으로 성장의 토대를 만들고, 전환적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환성장으로 발전까지 꿰하겠다는 것이다.

ESG 정책의 큰 틀은 현재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서 10년 앞당긴 2040년 탄소중립 달성으로 잡았다. 이 후보는 지난 8월 에너지 전환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능동적이고 선도적인 에너지 전환으로 지속 성장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감축 목표치도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는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이지만, 탄소중립위원회는 청와대의 의향을 반영해 40%로 상향하는 방안을 국무회의에서 확정지었다. 이 후보 또한 NDC를 4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더욱 전향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심 후보는 지난 9월 10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10대 공약을 발표하며 “기후위기는 생존의 문제이지, 계산기 두드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50% 감축 목표 법제화를 제시했다.

또 이번 대선 성격을 ‘기후투표’로 정의하면서 ‘정의로운 전환’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심 후보는 “기후위기 극복의 과정은 불평등과 차별을 근본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정의로운 전환’의 과정이 돼야 한다”며 “공존경제를 통해 우리 모두가 녹색 미래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를 위기로 인식한 첫 녹색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범야권 “탄소중립 중요하지만 원전 재가동은 필수적”

범야권 후보들도 탄소중립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에는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모양새다. 다만 탄소중립의 핵심은 원전에 달려있다며 탈원전 정책 폐기를 띄우고 있다. 추가 원전 건설 금지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2040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는 정반대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탄소중립의 핵심으로 탈원전 정책 폐기를 강하게 주장했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탈원전을 하면서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언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해서도 정부가 아닌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같은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계와의 논의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산업계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산업계, 환경 단체, 학계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재설계에 나서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난 10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에너지 안정공급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 원전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원전과 재생에너지 믹스를 주장했다.

탈원전 정책을 지적하는 부분은 비용이다. 안 후보는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40% 감소시키려면 국민소득이 약 32% 줄어들어 1인당 소득이 2만2000달러로 후퇴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도 “전력생산 단가가 높아 전기료가 상승할 수밖에 없고 수출 중심인 우리의 산업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높은 전기요금과 세금을 감당하기 어렵기에 원전 재가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 후보는 "탄소중립은 ‘멘탈 승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과학의 영역"이라며 "기초과학기술에 투자하고, 창의인재를 키우는 교육개혁과 함께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 향한 올바른 길은? 큰정부 VS 작은정부 입장차 명확

각 후보가 제시한 탄소중립 해결책을 살펴보면 범여권의 큰정부론과 범야권의 작은정부론의 입장차가 명확히 드러난다. 범여권은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탄소세 도입,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등 정부의 개입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범야권은 고용주도 성장, 기업 규제 철폐 추진 등 민간에 성장을 맡기는 작은정부론을 내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정부 부처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재생에너지 생산·공급·판매와 일자리 창출, 창업, 민간 투자 등을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정책을 집행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재생에너지 확대의 걸림돌 중 하나인 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주도의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능동형 송·배전망을 전국적으로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전환적 공정성장이라는 기조 아래 그린산업으로 전환도 추진한다.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추진하고 배출량 규제 및 연비를 규제한다. 친환경차 구매보조금 지급으로 내연기관차,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관련 사업체들을 그린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설명이다. 재원은 1톤당 8만원을 부과하는 탄소세로 마련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성장보다 분배에 초점을 맞췄다.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50%를 목표로 2030년까지는 석탄화력발전소를, 2040년까지는 원전을 전면 퇴출한다는 계획이다. 탈탄소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을 지역을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역’으로 지정하고, 사회 보장과 일자리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를 기후위기와 녹색전환에 투자하고, 탄소세를 도입해 2030년까지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S(사회) 관점에서는 20세가 된 모든 청년들에게 3000만원 ‘청년기초자산’을 지급한다. ‘청년일자리보장제’로 30만개 이상 청년 일자리를 확보하고, 자발적 퇴사의 경우에도 구직급여를 3회까지 지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경제정책 근간은 민간 주도다. 윤 후보는 대통령 당선 즉시 규제 영향 분석 전담기구를 만들어 80여개 대표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약속했다. 노사관계 역시 합리적으로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지속 가능한 고용을 보장해 노동 양극화 해소에 앞장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탄소중립 방안은 아직이다. 다만 한국투자증권 김성근 연구원은 “홍준표 의원이 2050년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과 수소 에너지를 활용해 원전 에너지 비율을 현재 29%에서 50%로 확대하는 공약을 내세웠었는데, 윤 후보도 향후 비슷한 정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예상 한 바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차세대 원전(SMR) ▲수소에너지 산업 ▲바이오 산업 등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업종에 지원을 약속했다. 과학의 영역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만큼,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규제혁신을 내세웠다. 다만 범야권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앞으로 정책이 추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