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PE 3까지 공개하자” IFRS 재단 제안에 난감한 일본은 로비도
이번 COP26에서 공식 출범을 선언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Scope 3(공급망까지 포함한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공개하자고 제안해 각 국가들이 술렁이고 있다. 일본은 자국에 불리한 ESG 공시 기준을 조율하기 위해 금전적 로비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FRS 재단이 만든 국제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COP26이 시작된 지난 3일, 전 세계 표준으로 사용될 수 있는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탄소배출량을 최대한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직접 배출량인 Scope 1 배출량, 전력 등 간접 배출량인 Scope 2뿐 아니라 제품의 생애주기에서 배출되는 기타 간접 배출량을 모두 포함하는 Scope 3까지 공시하라는 것이다.
Scope 3 배출량 공개는 산업의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기업에게 요구된다. Scope 3의 내용도 설명해야 한다. 가령 온라인 소매업이라면 상품의 운송이나 유통 단계에서 발생한 배출량을 집계했는지, 운송과 유통으로 범위를 설정한 경위가 무엇인지 기술해야 한다.
TCFD 기준도 일부 반영했다. 기업에게 기후 관련 목표 설정도 요구하면서다. 목표가 과학적으로 설정 됐는지, 제3자 검증은 받았는지, 진행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를 사용했는지 등도 포함됐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기업 거버넌스나 리스크 관리 방안도 기준에 담겼다.
Scope 3 공개 요구에 유럽·중국은 ‘방긋’ - 일본·캐나다는 ‘울상’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제조업 중심인 일본과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캐나다는 반발하는 모양새다. 일본의 자동차 기업 혼다의 경우, 2020년 Scope 1 배출량만 따지면 112만 톤에 불과하지만 Scope 3 배출량으로 범위를 넓히면 2억4998만 톤으로 급격히 증가한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산업에겐 기후 시나리오 제시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작업량이 방대할 뿐 아니라 시나리오 자체가 막연하고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그린딜을 중심으로 화석연료와 과감한 이별을 택하고 있는 EU는 환영하는 모양새다. 자국 기업에게 이미 상세한 정보 공개를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EU 택소노미와 발맞춘 ‘녹색채무 승인 프로젝트 카탈로그’를 내놓은 중국은 유럽과 보폭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연내 ESG 정보 공시 규정을 발표할 예정인 미국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자국 기준을 중심으로 ISSB 기준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국제 표준 지속가능성 기준이 유럽의 영향을 받을 경우 녹색 산업 분류 기준 또한 일본과 같은 제조업 국가에게 악재다. 택소노미 등 ESG 기준을 선도하고 있는 유럽은 재생에너지 등 원천적으로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산업만을 녹색 산업으로 분류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과 캐나다 등 화석연료 의존률이 높은 국가는 전환 사업까지 녹색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석탄 발전에 탄소 저감 장치를 달거나, 제철소에서 탄소 감축을 위해 공정 과정을 바꾸는 행위도 탈탄소의 일종이므로 녹색산업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난감한 일본, 로비로 판 뒤집기 나서
자국에게 불리한 기준을 조정하기 위해 일본은 로비전에 나섰다. 지난 9월 일본 금융청은 IFRS 재단에 중장기적인 운영 자금을 출자하겠다고 밝혔다. 적극적인 관여로 일본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일본 게이단렌 등에선 흔쾌히 나섰다. 캐나다 정부 또한 지난 7월 IFRS 재단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IFRS 재단은 지난 3일 ISSB 거점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뿐 아니라 아시아와 북미에도 두겠다고 발표했다. 아시아 후보지로는 일본 도쿄와 중국 베이징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