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읽기】 COP26의 탄소시장 합의, 의미는?

2021-11-15     박란희 chief editor
13일 자정(현지시각) 폐막한 COP26 합의문은 제6조(국제탄소시장지침) 완성을 알렸다./ COP26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회의에서 단연 관심을 끈 대목은 파리협정 제6조인 ‘국제 탄소시장(Carbon Market)에 관한 합의가 타결될 것인가’ 였다. 마침내 13일 자정(현지시각) 폐막한 COP26 합의문은 제6조(국제탄소시장지침) 완성을 알렸다. 파리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규칙 17개 중 유일하게 합의되지 않았던 조항이 합의됐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앞으로 국제 탄소시장 규칙을 어떻게 투명하게 끌고 갈 지는 큰 과제로 남았다. ‘임팩트온’은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 내용을 종합, 탄소시장 합의에 관한 뒷얘기를 Q&A 방식으로 전한다.

Q. 파리협정 제6조, 국제탄소시장 지침이 왜 화제인가.

A. 파리협정 제6조는 국제 탄소배출권 거래의 발판을 마련하는 시작점이다. 이번 글래스고 협상에서도 드러났듯, 기후변화를 막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결국 ‘비용’이다. 탄소시장은 선진국의 개발도상국 친환경 투자를 이끌어내고 개도국에는 자금이 유입됨으로써 탄소 감축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탄소배출권을 양자간 거래하고, 유엔 감독하의 시장에서 사고팔 때 적용되는 원칙을 정하는 게 이번 합의였다. 지난 6년간 치열한 협상에 일단 종지부를 찍었다.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 이후 제24차와 제25차 총회에서도 이 지침을 타결하지 못했는데, 가장 큰 쟁점이었던 국제 감축실적의 상응조정(이중 사용방지) 방법과 관련해 미국 등이 제안한 중재안이 당사국들의 동의를 얻어 합의를 이끌어냈다. 일각에서는 1000억달러 규모의 탄소시장이 열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Q. 가장 큰 쟁점인 ‘상응조정’, 즉 이중 사용방지에 관한 합의안은 어떤 내용인가.

A. 예를 들어, 우리나라 A기업이 개발도상국에서 쿡스토브나 조림사업 등 탄소 감축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양쪽에서 탄소감축 성과(이중사용)로 계산하면 안된다는 원칙을 뒀다. 다만, 해외감축실적 중 기타목적(NDC로 사용되는 목적 외에 민간이 자발적인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크레딧을 구매하는 경우 등)으로 허가된 실적은 상응조정대상(이중사용 방지)임을 명확히 했다. 허가되지 않은 기타목적은 조정 대상 여부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각국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했다.

Q. 이번 합의 이전에 CDM(청정개발체제)에서 탄소감축사업 실적(CER)은 인정받는 것인가.

A. 2013년~2020년 등록된 사업에 한해 1차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반영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이후 사업은 양국이 자발적 공여를 결정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해외에서 실시한 조림사업(Redd+ 포함)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로 인정되지 않으며, 신규 사업부터 인정받는다.

Q. 막판에 합의가 이뤄진 배경은 무엇인가.

A. 현재 글로벌 국가와 기업들은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황이라, 전 세계적으로 자발적인 탄소상쇄 시장이 난립하고 있어, 여기에 투명함과 엄격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사실 1998년 교토의정서의 CDM(청정개발체제)는 값싼 크레딧(감축분)이 남발되고, 실제 감축한 양보다 훨씬 부풀려진 온실가스 감축분이 적용되는 등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실패’라고 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CDM 시스템을 완전히 폐기하기를 원했지만, 아마존 삼림을 보유한 CDM사업의 가장 큰 수혜국인 브라질의 저항으로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민간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자발적 탄소시장의 국제적인 규칙을 만드는 움직임을 강화해갔다. 마크 카니와 빌윈터스 등이 주도하는 ‘TSVCM(자발적탄소시장을 위한 태스크포스)’ 등도 가시화됐다. 에코시스템 마켓플레이스에 따르면, 올 8월까지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량은 2억3900만톤으로, 7억4800만달러에 달했다. 2017년 4600만톤, 2018년 1억8800만톤에 비하면 폭증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막판 합의에 압박을 가한 요인이 됐을 것이다.

Q. CDM(청정개발체제) 이후 체제의 탄소 시장은 어떻게 합의가 이뤄졌나.

A. 감축실적에서 5%를 의무적으로 공제해서 기후변화를 위한 적응재원으로 사용하고, 전지구적 전반적 감축(OMGE)를 위해 감축실적의 2%를 취소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OMGE(Overall Mitigation in Global Emissions)란, 탄소시장의 활용이 전 지구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도모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기존 CDM에서는 감축실적을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방식을 취했으나, 이번 합의는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있다.  

Q. 그럼 앞으로 어떻게 바뀌는 것인가.

A. 각국은 이미 양자간 거래에서 배출량을 거래하고 있지만, 이제 이러한 거래가 동일한 기준 적용 받는다. 지금까지 개별정부 몫이었는데, 좀더 엄격해진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파리협정 체제에 따른 첫 거래는 2020년 10월 페루, 스위스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환경운동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스위스는 페루에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쿡스토브(요리용 난로)를 구입하는데 도움을 주는 ‘투키 와시(Tuki Wasi) 프로그램에 투자할 예정인데, 이는 삼림벌채를 막고 바이오매스를 늘림으로써 탄소를 감축한다.

기업은 탄소 상쇄(offsets)에 적용할 수 있다. 유럽항공산업협회(Airlines for European Industry Association)의 로랑 돈셀(Laurent Donceel) 이사는 “이번 협약체결로 코르시아(CORSIA, 항공사 탄소배출권거래 시스템) 프로그램이 더욱 엄격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Q. 이번 합의에 대한 비판은 없나.

A. 비영리기관인 카본 마켓워치(Carbon Market Watch)에 따르면, 수백만 개나 존재하는 2013~2020년의 오래된 크레딧(탄소 감축분)이 이번 협정에 포함된 것이 여전히 중대한 관심사로 남아잇다고 한다. 예전 크레딧은 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고, 값싼 크레딧이 시장에 넘쳐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본 마켓워치 길레스 듀프라네스 정책담당관은 FT에 “좀비 크레딧이 향후 10년간 생명을 연장해, 서류상으로는 기후목표를 맞출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Q.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A. 유엔 CDM 신규 사업자는 신규체제(SDM)의 발행 프로세스가 확립된 이후에 크레딧을 발행해주도록 돼 있기 때문에, 대기업이 짧으면 1~2년, 길면 2~3년 이상 걸리는 공백기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에 투자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2025년 이후 해외 온실가스 감축분 크레딧을 불허하겠다는 상황이다. 또 자발적 크레딧에 대한 ‘상응조정’으로 인해, 해외 온실가스 감축분에 대해 해당국가 단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상승 요인도 있다.

Q.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 

A. 상응조정 방법론의 정교화, 제6조 사업감독 및 관리체계 마련 등 후속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탄소시장이 온전히 운영되기까지는 일정기간(약 1~2년)이 소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