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 추천책 '스피드&스케일'... 클린테크 투자자 존 도어의 혜안

2021-11-16     박란희 chief editor

빌게이츠는 최근 자신의 링크드인에 책 한권을 추천하며 이렇게 썼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중요한 첫 단계다. 기후에 관한 우리의 진행상황을 추적하는데 필요한 목표와 주요 결과를 식별하는 존 도어의 접근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책 제목은 ‘스피드&스케일(Speed&Scale)’. 저자는 2006년부터 ‘배출 제로’ 기후기술에 투자하는 실리콘밸리의 클린테크(Clean Tech) 운동의 선구자인 존 도어(John Doerr). 그는 베스트셀러인 ‘Measure What Matters(중요한 것을 측정하라)’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번 책은 2050년까지 전 지구적인 넷제로 달성과 2030년까지 이 목표의 절반을 달성하기 위한 접근 방법을 담았다.

 

 

그는 지난 9일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많은 목표와 타깃, 좋은 방법이 있지만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와 다배출 분야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분명한 계획이 필요하다”면서 책을 낸 이유를 밝혔다. 

'스피드&스케일'에는 연간 배출량 59기가톤을 차지하는 6대 대형 솔루션이 제시돼있다. 이 솔루션은 ▲교통수단의 전기화 ▲전력 부문 탈탄소화 ▲식량과 농업시스템 개선 ▲삼림, 해양 및 다른 자연생태계 보호 ▲콘크리트 및 철강의 제조방법 변화 ▲제거하기 너무나도 힘든 마지막 10기가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 등이다. 그는 2050넷제로를 위해 정책(policies), 운동(movements), 혁신(innovations), 투자(investment)라는 네 가지 액셀러레이터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포브스에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큰 경제적 기회이며, 향후 10년 말까지 25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리라 본다”며 “지난 한해 중국은 270억달러(34조원), 유럽은 300억달러(34조원), 허리케이인 아이다로 950억달러(112조원)의 홍수 피해 비용이 들었는데, 과연 우리는 얼마나 더 참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구를 파괴하는 것보다 지구를 구하는 것이 훨씬 더 싸다고 설파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청정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향후 수십년간 매년 4조달러(4700조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대량이주, 무력충돌, 극심한 기상피해, 농작물 파괴, 치명적인 대기오염을 포함하면 탄소의 사회적 비용에 대한 최근의 추정치가 연간 10조달러(1경180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존 도어는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 벤처캐피털 회사를 운영해오며, 2006년부터 클린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성적표는 어떨까. 그는 “초창기 클린테크 투자는 너무 일찍 시장에 진입하는 바람에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손실을 많이 입었다”고 했다. 유가와 가스 가격이 폭락하면서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태양광 패널들과의 경쟁에서 미국 기업들은 속속 무너졌고, 한동안 그의 청정에너지 포트폴리오는 전멸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그는 “몇몇 회사가 잔해 속에서 기어나왔다”고 설명했다. 버스계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버스인 '프로테라(Proterra)', 구글과 인수합병한 가정용 사물인터넷기업 '네스트(Nest)', 전기차 인프라기업인 '차지포인트(Chargepoint)'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대체육류 스타트업인 ‘비욘드미트’ 투자 덕분에 주식 가치는 원래 투자액의 80배에 달한다고 한다. 클린테크에 대한 총 투자액은 32억달러(3조7000억원)으로, 초창기보다 두 배 늘어난 상태라고 한다. 존 도어는 "2021년 1분기 무려 370억달러(43조6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벤처캐피털에서 클린테크 분야에 투자함으로써, 이 부문은 거품(bubble) 정도가 아니라 대호황(boom)이 됐다"고 설명했다.

Atmospheric concentration of carbon dioxide over the past 200 years

 

기나긴 롤러코스터를 거친 후 그는 클린테크 투자에 대한 몇 가지 혜안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클린테크 투자는 일반 투자보다 훨씬 더 긴 시간 지평과 자본이 필요하다. 또, 창업자와 투자자는 기술적 리스크(효과 없음), 시장 리스크(두각을 드러내지 못함), 소비자리스크(팔리지 않음), 규제 리스크(승인 불가) 등 주요한 리스크를 사전에 제거해야 한다. 셋째,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식품 혹은 스킨케어 제품이 아니라면, 녹색제품에 대한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는다. 넷째, 낡은 (탄소)경제시스템 하의 일부만 적응할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문을 닫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상당수는 탄소오염이 무료이던 세상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울 것이다.”

기업은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탈탄소화를 이끌어야 할까. 이에 대한 그의 답은 명확하다. “더 이상 수익과 지구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고, 이것은 이제 위험(risk)과 보상(reward)의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투자가 늘면서, 대응이 더딘 기업은 자본비용 증가, 주주 소송, 시장가치 하락 등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블랙록의 래리핑크 회장이 “기후 리스크가 투자 리스크”라고 말한 배경이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

존 도어가 제시하는 롤 모델은 월마트, 아마존 같은 기업이다. 월마트는 ‘소매업(retail) 에너지 효율에 관한 표준’을 제정하고, 탄소 상쇄 없이 2040년까지 모든 운영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월마트 탄소발자국의 90%를 차지하는 글로벌 공급망에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한다. 아마존 또한 연간 100억개의 물품을 비행기와 트럭으로 납품하는 물류회사임에도, 204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약속했다.

존 도어는 “가디언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71%를 차지하는 기업은 100개에 불과하다’며 “비즈니스는 기후변화의 흐름을 되돌릴 수 있고, 우리는 필요한 속도(speed)와 규모(scale)를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