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시행 탄소국경세, 중소기업 위한 중장기 정책・전략 필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탄소국경조정제도 관련 보고서 발간해 눈길 중소기업에 초점 맞춘 CBAM 및 탄소중립 대응체계 구축 필요
유럽의 기후변화 대응책 중 하나인 탄소국경세가 국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국책연구원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15일 발표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중소기업에 대한 영향과 해외 정책사례’ 보고서다.
탄소국경세는 국경 간 거래하는 상품에 내재된 탄소에 비용을 부과하는 것으로, 정확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CBAM)’다. 지난 7월,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 초안을 공개함에 따라, EU 시장에 수출하는 모든 기업은 오는 2026년부터 수출 상품에 내재된 탄소량에 상응하는 탄소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대상 제품은 시멘트, 전기, 비료, 철강, 알루미늄 등이다.
우리나라도 탄소국경세와 무관하지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CBAM 대상 산업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수출 규모는 6억1000만 달러인데, 이는 CBAM 대상 산업 총 수출 규모의 20.4%에 해당하는 수치다.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은 철강제품(59.9%)과 비료 산업(53.4%)이었다.
박혜리ㆍ박지현 무역통상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수출 기업뿐만 아니라 수출 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파급 영향까지 고려하면 CBAM이 국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면서 “CBAM이 직・간접적 영향 경로를 고려하면 사실상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부분이 CBAM의 영향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이 제품의 원자재나 중간재를 공급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이뤄지는 간접 수출 또한 따져봐야 한다. CBAM 대상 산업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간접수출 규모는 7억6000만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는 직접수출(6억1000만 달러)보다 규모가 크다. 산업별로 보면 알루미늄 산업(70.9%)과 를 차지한 철강제품(65.6%)의 비중이 높았다.
보고서는 또 “중소기업의 간접수출 비중이 크다는 것은 CBAM의 영향이 국내 중소기업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높고 영향 범위가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CBAM의 영향을 평가하고 지원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간접수출을 고려해, 중소기업의 피해 범위를 산정하고 지원 규모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 CBAM 자문기관 및 CBAM 대응반 구성 고려해야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탄소국경세에 대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앞으로 국내 중소기업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탄소중립 요구를 받게 될 것이므로 CBAM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의 중소기업 탄소중립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햇다.
박 연구원은 “향후 CBAM이 복합재, 공급망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국내 중소기업도 CBAM의 직접적인 규제 대상에 포함되며, 수출 기업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CBAM 대응 비용과 의무를 하청업체에 전가하거나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CBAM 취약성 평가 결과 산업별로 취약 요인이 다른 것도 고려할 점이다. 철강가공 산업은 고탄소 산업이면서 간접수출 비중이 큰 산업이므로 탄소감축 지원과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피해 지원방안이 고려돼야 하고, 기업당 탄소배출량이 많은 석탄 및 석유제품, 1차 금속, 화학섬유 산업 등은 개별 기업당 탄소중립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CBAM 및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중장기 정책과 추진 전략이 미비한 실정이므로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춘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보고서는 “향후 개정될 무역조정 지원제도의 지원 범위를 탄소중립으로 인한 피해까지 확대하는 방안, 중소기업 CBAM 자문기관 신설, 주무 부처를 중심으로 하는 중소기업 CBAM 대응반 구성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중소기업 CBAM 대응 가이드라인, 중소기업의 배출량 보고역량 강화 컨설팅, 중소기업의 탄소배출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해외 주요국의 중소기업 탄소중립 정책 중 ▲중소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기업 주도 탄소중립 정책 ▲중소기업의 환경 제품 및 기술에 대한 수출지원 사업 ▲저탄소화를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또는 디지털 전환 지원 ▲지방정부의 탄소중립 지원제도 및 프로젝트 확대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협력 강화 등을 참고할 만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