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지분보유 기업 ‘일반투자’로 변경한 이유는?

현대제철, 고려아연, 한국전력 등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조정 석탄채굴・발전산업의 범위와 기준 마련하려 연구 진행

2021-11-22     김민정 editor

국민연금이 석탄채굴・발전산업의 범위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 입찰을 진행하고 제안서를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배출과 관련된 국내외 규제와 해외 사례 등을 분석하고, 기금 운용의 투자 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연구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도입한 ‘석탄 관련 투자제한 전략’의 후속 조치로 본다. 국민연금이 탈석탄 정책과 관련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나섰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이 최근 여러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조정한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12일, 현대제철과 고려아연, 한국전력, HDC현대산업개발, 기업은행의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자본시장법상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는 목적은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참여 세 단계로 나눈다. 일반투자 단계에서는 임원의 선임과 해임, 정관변경, 보수 산정, 임원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권 행사 등 경영권에 참여할 수 있지만, 단순투자 단계에서는 이 같은 활동을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기관투자자가 특정 기업을 일반투자 대상으로 조정하는 것은 수탁자 책임 활동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내년 3~4월 이후 책임투자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금융투자업계는 이번에 국민연금의 지분보유 목적이 변경된 기업 중 현대제철과 고려아연, 한국전력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이들 세 기업은 국민연금의 탈석탄 운용전략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이 지난 5월, 석탄채굴・발전산업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부정적인 산업이나 기업군에 대해 투자를 제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당시 석탄채굴・발전 부문이 사업의 핵심인 철강기업, 제련기업, 발전업체 등이 투자제한 대상으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현대제철과 고려아연, 한국전력을 네거티브 스크리닝 대상 기업으로 보고 강력한 책임투자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는 “국민연금이 이들 기업 외에도 관련 산업군에 대한 주주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단, 국민연금이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탁자 책임 활동을 당장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연금이 현재 진행하는 연구용역의 결과가 내년 3~4월에 나오는 만큼, 그 이후에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투자 제한 전략을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현대제철과 고려아연, 한국전력 외에 HDC현대산업개발과 기업은행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지난 12일 공시에서 지분율이 12.84%에서 12.51%로 0.33%포인트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 업계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올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보다 부진한 것이 지분보유 목적 변경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국제 소송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올해 초, 미국에서 6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 걸렸는데, 최근 홍콩에서도 1조9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당하는 등 연달아 소송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