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보고서, 국내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 강화 접근법은?
대중국 수입 품목 중 중간재, 특히 광업과 광물금속 공급망이 취약 공급망 취약성 모니터링 및 분석 데이터 기반 구축 등 체계적인 노력 필요
중국발 요소수 대란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나와 관심을 모았다. 국책 연구원인 산업연구원이 18일 발표한 ‘한국 산업의 공급망 취약성 및 파급경로 분석’ 보고서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중국이 요소를 비롯한 화학비료 원료의 수출을 통제함에 따라, 국내 산업의 공급망 취약성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됐다고 알렸다. 우리나라는 요소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단기간에 대체 수입처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공급망 취약성 문제가 대두됐다는 분석이다.
김바우・김윤수・김계환 연구원은 “최근 주요국들은 다양한 경로로 자국 공급망의 취약성 분석을 시도했으며, 높은 수입의존도와 무역 역조는 공급망 취약성의 판단 지표로 인식되는 추이”라면서 “이런 토대에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입 관심 품목과 취약 품목을 정의했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이 네트워크 분석 모형인 산업 아틀라스를 사용해 대중국 수입 품목의 공급망 취약성을 분석한 결과, 2020년을 기준으로 전체 품목 5300개 중 전략적 취약성이 관측된 품목은 모두 108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604개는 중간재에 해당하는데, 중간재의 절반 이상이 최근 대중국 공급망 취약성으로 언급되는 광업과 광물금속 관련 업종에 분포해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전략적 취약성은 과거와 비교해 중간재 분야에서 증가했으며,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할 때도 중간재 분야의 취약성이 높아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취약성의 성격이 소비재에서 중간재로 이동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고 했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대중국 수입 품목 중 공급망이 취약한 품목은 국내 주요 산업과 직결돼 유사시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리튬과 마그네슘을 사용하는 산업이 이에 속한다.
김바우・김윤수・김계환 연구원은 “리튬을 소재로 사용하는 1차 연계 산업은 무기 안료용 금속 산화물 관련 제품 제조업이며, 이 산업의 주요 수요산업은 축전지 제조업, 타이어 및 튜브 제조업, 일반용 도료 및 관련 제품 제조업”이라면서 “2차 연계 산업은 화학, 이차전지, 미래차, 반도체 산업이며, 네트워크 중심성이 높아 국내 파급력이 크다”고 했다. 네트워크 중심성은 어떤 산업이 우리나라의 산업 네트워크에서 갖는 영향력을 나타낸다.
마그네슘 역시 기초 원료 소재로 활용되므로 다양한 산업과 관련 있다. 보고서는 마그네슘을 포함한 기타 1차 비철금속 제조업은 철강,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미래차, 기계장비, 화학, 가전, 항공 등과 연계된다고 봤다.
신남방 국가와의 전략적 협력 통한 공급망 다변화도 방법
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의 협력과 체계적인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공급망 취약성 모니터링 및 분석 데이터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수입 품목의 공급망 취약성을 상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민간-공공 협력 채널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또한 취약성이 높고 파급 효과가 큰 품목은 산・학・연・정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공급망 모니터링 허브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는, 산업생태계의 취약성을 평가하는 가치 사슬 스트레스 테스트 수행이다. 금융위기에 대한 기업들의 스트레스 테스트처럼, 공급망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회복 탄력성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하면 공급망 취약성을 평가할 수 있다. 김바우・김윤수・김계환 연구원은 “취약성이 높고 국내 파급 효과가 큰 산업,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일수록 테스트가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포맷을 제시하고 기업들 스스로 테스트를 실시해 잠재적 위험에 대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은 아세안과 인도 등 신남방 국가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해외에서 조달하는 전통산업 제품은 신남방 지역 등 제3 지역으로 조달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 경우, 신남방 국가가 현지에서 원자재 채굴과 1차 가공, 부품 제조를 담당하는 현지 투자형 윈윈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