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동맹’ 맺는 기업, 계속 늘어난다
탄소중립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기업간 동맹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과 수소 동맹이 활발하다.
LG화학은 지난 18일 GS칼텍스와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인 3HP(Hydroxypropionic acid) 양산 기술 개발 및 시제품 생산을 위한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 3HP는 바이오 원료인 포도당 및 비정제 글리세롤(식물성 오일)의 미생물 발효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친환경 물질이다. 양사는 오는 2023년부터 3HP 시제품 생산을 통해 생분해성 소재 및 다양한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진입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4월 SK종합화학과 PBAT(Poly Butylene Adipate-co-Terephthalate) 시장 진출 및 선점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PBAT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사용 후 매립 시 90% 이상이 여섯 달 안에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친환경 첨단 소재다. 통상적으로 플라스틱 제품 자연 분해가 100년 가까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획기적인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PBAT 공동 개발을 진행해 온 코오롱인더와 SK종합화학은 올해 상반기 안에 PBAT의 시제품 생산·제품 인증·특허 출원 등을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PBAT 상업화에 돌입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SK지오센트릭은 글로벌 파트너링을 통해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완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SK지오센트릭 주요 경영진들은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와 미팅을 시작으로 미국 브라이트마크,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를 방문해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공장 실사를 진행하는 한편, 경영층 미팅을 통해 협력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각각 ▲해중합 ▲열분해 ▲고순도 PP 추출법 등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곳으로, SK지오센트릭은 직접 현지 파트너사(社)를 방문해 화학적 재활용 3대 기술 확보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수소산업 초기, 협업 통해 수소 사업 진출 및 실패 부담 낮춰
수소는 국내 기업간 동맹이 가장 활발한 분야 중 하나다. 지난 9월 현대차·SK·포스코·한화·효성 등 5개 그룹 주도로 수소 기업 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이 발족되며 ‘K수소 어벤저스’가 탄생한 게 대표적 사례다. 이들 기업은 2030년까지 수소 생산·유통·저장·활용 등 수소 경제 전 분야에 43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포스코·롯데케미칼·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8일 ‘국내외 수소 사업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세 회사는 ▲해외 블루ㆍ그린 수소 도입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 ▲국내외 수소 사업의 개발, 투자, 운영 등에 대해서 협력할 예정이다.
SK에너지와 두산퓨얼셀은 수소 충전형 연료전지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서약을 통해 양 사는 수소 충전형 연료전지와 고순도 수소 제조 시스템 연계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현장에서 생산한 수소를 바로 충전에 활용하는 수소 충전 거점 확대에도 협력할 방침이다.
기업들이 나 홀로가 아닌 동맹 맺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아직 산업 초기 단계인 만큼 합작과 공동 투자 등 협업을 통해 기업들이 수소 사업에 쉽게 진출할 수 있고 실패에 대한 위험 부담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소 경제는 개별 기업 혼자 만들 수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소 경제는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활용에 이르는 전체 가치 사슬(밸류 체인)로 이어져 특정 기업이 전부 독점할 수 없는 구조. 수소 생태계를 만들고 키우려면 각 사가 보유한 역량과 자원을 합쳐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간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진다.
삼성전자, 현대제철과 폐수슬러지를 재활용해 신기술 승인
기업간 친환경 공동 기술개발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와 현대제철은 지난 9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슬러지(침전물)를 제철 과정 부원료로 재사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이들 기업에 따르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30톤의 형석대체품을 사용해 철강재 생산에 성공했다. 흔히 제강 공정에서는 쇳물 안에 들어있는 불순물(황, 인)을 제거하기 위해 형석을 사용한다. 이러한 형석과 주성분이 비슷한 게 바로 반도체 폐수슬러지에 포함된 '플루오린화칼슘(CaF₂)'다.
삼성전자, 현대제철, 재활용업체인 제철세라믹 등 3개사가 폐수슬러지를 재활용하는 기술 협약을 맺고 공동 연구 끝에 마침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 6월 한국환경공단의 1차 평가, 8월 국립환경과학원 최종 평가를 거쳐 신기술로 최종 승인됐다. 이같은 협업 덕분에 삼성전자는 폐기물을 줄이고, 현대제철은 형석 구매 비용을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