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Inside】기업 ESG 경영의 본캐에 대하여
요즘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을 위해 무슨무슨 활동을 하고 있다는 뉴스를 거의 매일같이 접한다. 지배구조위원회를 만들고, RE100 등 환경 이니셔티브(Initiative)에 가입하고, ESG 평가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이 되었고, 환경 · 사회 활동을 새롭게 강화해 나가는 등 모두가 ESG를 이야기하는 세상이 왔다. 참으로 반갑지만 한편으로 낯설기도 하다.
필자가 10년 전 ESG 평가 대응 업무를 시작할 때, ESG · 책임투자(RI, Responsible Investment) · 사회책임투자(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는데, 당시에는 회사 내부 보고에도 한참 설명이 필요했던 어렵고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이었다. 최근에는 기업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ESG가 익숙한 단어가 되었지만, 예전에는 ESG가 어렵다며 그나마 들어본 적 있는 단어인 ‘지속가능경영’으로 바꾸라는 지시를 리더들로부터 자주 받았던 ‘웃픈’ 기억이 있다. 필자는 과거 글로벌 ESG 평가대응 및 정보공개, ESG 관련 투자자 대화(Dialogue) 등의 업무를 하면서 경험했던 내용을 공유하면서, 기업 경영 측면에서 지금 모두가 이야기하는 ESG의 ‘본캐’에 대해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한다.
ESG는 재무적 성과와 연계된 '프리 파이낸스(pre-finance)'
2014년 가을, 당시 DJSI(現 S&P 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 평가사인 로베코샘(RobecoSAM)사의 글로벌 포럼에 처음 참석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유럽의 책임투자나 ESG 통합(Integration)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연기금, 기관투자자, 책임투자 평가기관, 정보공개 표준기구, 기업 관계자 등 약 1000여 명이 모여 책임투자와 ESG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당시에는 실제로 ESG 투자를 시행하는 투자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그 사례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되는 일이었다. 스웨덴 펀드의 자산운용 책임이 2004년부터 10년간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과 DJSI 지수를 통합(Integration)하여 투자하였고, 기존의 포트폴리오와 10년간의 성과 분석 비교를 통해 더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것으로 책임투자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는 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당시 DJSI 편입을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기업으로서 이미지 제고의 일환으로 추진하였던 국내 기업들의 현실과는 너무나도 요원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특히, 사제지간인 하버드비즈니스스쿨(Harvard Business School)의 로버트 에클스(Robert G. Eccles) 교수와 코너스톤 캐피털(Cornerstone Capital) CEO인 에리카 카프(Erika Karp)의 담화에서 기업의 ESG를 포함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프리 파이낸스(Pre-Finance)”로서 “재무적 성과(Finance)”와 연계가 핵심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머리를 한대 맞은 듯하였다. “프리 파이낸스(Pre-Finance)”라는 표현과 함께, 非재무 성과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ESG가 결국은 재무적 성과와의 연계가 핵심이라는 이야기는 “신박함” 그 자체였다.
포럼에 다녀온 이후, 노보노디스크, KPN 등 대표적으로 책임투자자들에게 인정받는 기업이 중장기 경영전략에 ESG 전략을 포함하고, ESG 성과를 데이터에 기반하여 재무적 성과, 즉 비용과 매출 등 손익에 미치는 영향과 연계하여 장기적으로 목표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단기 재무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기업들과는 “격”이 다르게 느껴졌다.
ESG 부캐가 기업 이미지 제고, 투자자 관리라면
ESG 본캐는 재무적 성과와 연계하여 기업 가치 높이기
그러면 ESG를 재무적 성과와 연계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데이터 관리 및 정보 공개 영역에서 진전과 논의가 많이 되어온 환경 분야를 예로 들어보자. 회사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직접 배출을 줄이거나, 사용하는 에너지를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거나, 탄소 포집/저장 등과 같은 사업을 통해 네거티브 방안들을 추진하면서 중 · 장기적 감축 목표를 이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중 · 장기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는 구체적 방안들과 관련해서 비용과 수익 등 재무적 영향을 산출해서 보여주는 것이 재무적 성과와의 연계이다. ESG 경영을 통해서 단기적으로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 비용이 줄어들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기회 등 회사의 손익에 미치 영향을 보여주는 기업이 ESG 활동에 대해 투자자들을 가장 명확하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기업이 그렇게까지 하겠냐고 묻는다면, 글로벌 책임투자 선도 기업들의 연례보고서(Annual Report)나 지속가능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를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길 권한다. 기업의 인적자본 관리, 온실가스 배출 등 사회 · 환경 영역의 주요 지표에 대한 비용, 매출의 영향을 분석하여 더블바텀라인(double bottom line)이 되었건, 트리플바텀라인(triple bottom line)이 되었건 재무 성과와 비(非)재무 성과를 연계하여 보여주는 노력들을 하고 있으며, 재무적 성과와 연계하여 ESG 성과를 관리하고 성장의 핵심 전략으로 구현하면서 기업의 미래 성장 가치를 투자자들에게 입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국내 자본시장뿐만 아니라, 기업, 정부에서도 ESG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진 상황에서 필자의 이야기가 식상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도 ESG를 과거 사회공헌이나 CSR과 같이 회사의 착하고 선한 영향력을 통해 제품을 팔고 기업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하나의 유행과도 같은 레토릭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의외로 많다.
필자의 지난 10년간 경험으로 볼 때 ESG는 철저하게 자본주의의 언어이고, 지금 돈이 흐름이 ESG로 가고 있는 큰 흐름 속에서 많은 기업들이 ESG를 주목하고 핵심 전략으로 받아들여 ESG 활동 강화에 힘쓰고 있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입장에서 ESG에 대한 접근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재무적 성과와 연계가 되어야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ESG의 본캐를 강조하고 싶다.
ESG의 부캐가 기업 이미지 제고이든, 투자자 관리든, 신용평가 영향 등 그 무엇이든 간에 ESG의 본질은 非재무성과와 재무성과와의 연계성을 기업 스스로 보여 주는 것이고, 그것이 ESG를 기반으로 회사의 미래 재무적 성과와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길이다. ESG라는 낯선 용어가 우리에게 익숙해지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ESG 경영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ESG 고도화에 매진하여, 조만간 K-ESG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주목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린다H 님은
린다H 님(97.lynda.h@gmail.com)은 글로벌 통신기업에서 약10년간 ESG 평가 대응, ESG 정책개발 및 기획,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IR메시지 개발과 투자자 대상 커뮤니케이션 등의 업무를 담당해왔습니다.
특히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의 통합보고 프레임워크 파일럿프로그램 참여와 다수의 글로벌 ESG 컨퍼런스 등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글로벌 ESG 흐름을 직접 목격한 바 있습니다. 현장실무 및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다양한 ESG 이슈를 분석하는 칼럼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