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협력업체 공급망 관리 필수된다"
한화투자증권이 공급망 실사제도 도입 예정인 국가에 진출한 우리 기업 270개사를 조사한 결과, 건설·자재 와 헬스케어 업종이 공급망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공급망에 해당하는 스코프3(Scope3) 관리까지 요구하는 바람이 거세지면서, 중소규모 협력업체 비중이 큰 대기업의 경우 중소협력사의 탄소배출까지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화투자증권은 22일 <하도급업체 등 협력업체 전반으로 ESG 범위 확대> 보고서를 펴내며 우리 기업이 공급망 ESG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와 전 세계 공급망 실사제도 도입 현황을 소개했다.
보고서는 기업의 공급망 관리가 ESG 중요 요인 중 하나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EU의 공급망 실사제도, ESG 정보공개,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Scope3 감축 요구, 기관투자자의 영향력 행사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공급망 관리를 강조하는 흐름이 거세졌다. 특히 EU에서 금융기관 지속가능보고 지침(SFDR)과 ESG 정보 공개 지침(CSRD)까지 수립하며, 규제당국 외 은행까지 기업에게 ESG를 요구하는 기조로 이어진다고 내다봤다.
공급망 실사 의무를 법안으로까지 제정한 해외 국가는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 독일, 네덜란드다. 5개국 모두 자사 및 전체 공급망을 대상으로 기업실사 이행 현황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벌금까지 부과하는 형태다.
한화투자증권이 공급망 실사제도를 도입한 5개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270개사를 선정해 분석한 결과, 제도 도입으로 리스크에 노출된 업종은 ▲자동차 ▲헬스케어 ▲상사·자본재 ▲반도체 ▲화학 ▲은행이었다. 자동차, 반도체 등 전기 전자산업은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RBA(Resoponsible Business Alliance) 등 공급망 이니셔티브 참여나 원청의 요구 수준에 대응해 규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건설·자재 업종과 헬스케어 업종은 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은 “위 업종의 경우 2020년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실적이 타 업종에 비해 저조하며, 5개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의 보고서 공개 여부도 미흡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제약사 등 헬스케어 업종의 경우 지속가능보고 비율이 거의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금속, 기계업종 또한 공급망 실사 법안에 대비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작은 업체가 많고, 중간재로 다른 거래기업 및 공급망에 많이 포함되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급망 실사제도 대응을 위해 확인해야 할 4가지 지점도 제시했다. ▲환경, 인권 실사 지침 및 계획이 수립됐는지 ▲위험을 정의, 식별하고 있는지 ▲공급망 성과 및 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는지 ▲모니터링 및 공개·공시 등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 중 공급망 ESG 관리 정책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KT, 기아, 현대차, 포스코, SK텔레콤 등 대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리스크 요인에 대해 중대성 평가를 실시하여 우선순위를 도출하고, 실사나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ESG 수준이 미달되면 거래를 정지해 협력사에도 ESG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사나 평가는 고위험 협력사 등 일부 협력사로 국한된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구매본부 직원 윤리헌장 강령’ 및 ‘협력사 행동강령’ 등 협력사의 사회적 책임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공급망 ESG 자가진단과 현장실사를 통한 모니터링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포스코 그룹 또한 공급사 행동규범을 마련하고, 거래시 행동규범을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환경법·부당노동행위·공정거래법 위반 등 ESG 리스크를 식별하고, 정기적으로 협력사를 평가하기도 한다. 작년의 경우 공급사 리스크 모니터링을 통해 자격 미달이라고 판단되는 64개사와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Scope 3 감축까지 요구하는 이해관계자들
국내 기업, 중소협력사 관리가 핵심
탄소중립 요구가 거세지면서 스코프(Scope) 3 배출량 관리가 관건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CDP에 따르면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9~95%는 스코프(Scope) 3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코프(Scope) 1,2 역시 측정기준이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주요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인 과학적 감축목표(SBTi),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 탄소회계금융협회(PCAF) 등이 스코프(Scope) 3 배출까지 보고하도록 기준을 상향하고 있다.
원청이 실질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스탠다드 차타드 그룹이 글로벌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전문가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글로벌 대기업의 탄소배출량 중 63%는 공급업체에서 발생시킨 것으로 보고 있으며, 67%가 공급업체의 탄소배출량 감축이 급선무라고 답했다. 애플, 구글, BMW, 나이키, 유니레버, 하이네켄 등 글로벌 기업 268개사 또한 거래 관계에 있는 협력업체들에게 스코프(Scope) 3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작년부터 대기업의 15%는 탄소중립 목표에 차질을 줄 수 있는 공급업체와는 거래를 중단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을 이행하지 않는 협력사와 거래중단을 예고한 기업도 2025년이면 78%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국내 기업들이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2030년 수출 손실 규모는 최대 1425억달러(약 15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철강,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등 탄소집약산업 중심으로 이뤄진 우리나라 산업 구조에선 중소협력사의 탄소 배출량을 관리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원·부자재 투입부터 부품 생산·가공 등 주요 생산과정에서 중소규모의 협력업체 비중이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소협력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파악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KT, 현대글로비스, 삼성전기 등 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은 “상대적으로 ESG 인식이나 관리가 부족한 중소협력사를 대상으로 관리비용이 증가 될 수 있다”며 “협력사에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성과평가를 실시하고, 컨설팅이나 교육을 제공해 역량 제고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