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4일제 논의 본격화

2021-11-30     김효진 editor
코로나19 여파 가운데 주4일제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픽사베이

미국에서 근로자들의 퇴사 속출이 인력난을 가중하고 있는 가운데 주4일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라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현재 미국은 극심한 인력난을 겪는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렸던 수요가 회복되면서 노동력 수요가 급증하고 임금도 올랐지만 정작 노동자들의 일터 복귀는 더뎌 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8월 기준 430만 명이었던 자발적 퇴직자는 9월, 440만 명으로 역대급 규모를 기록하면서 인력난을 부추기고 있다. 

사실 주4일제 도입은 아주 오래전부터 언급된 개념이다. 1930년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노동시간이 점차 줄어들어 2030년 무렵에는 주당 15시간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한 업무 환경 변화와 근로자들의 과로 이슈들이 겹체면서 주4일제 필요성 논의가 다시 탄력 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캘리포니아주(州) 의회에서는 올해 여름 현행 표준 40시간인 표준 노동시간을 주 32시간으로 축소하기 위한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주4일제에 대한 실험도 곳곳에서 진행 중 이다. 아이슬란드에서는 근로자들의 급여를 삭감하지 않는 선에서 근무시간을 줄이며 주4일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했다. 그 결과 아이슬란드에서는 스트레스나 번아웃 등 모든 지표에서 노동자들의 복지가 두드러지게 개선된 효과를 거뒀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2019년 일본에서 주당 근무시간 단축을 실험했다. 그 결과 생산성이 40% 가까이 개선됐다. 데이터 엔지니어링 업체 엘리펀트벤처스는 지난해 8월, 주4일제를 시범 도입한 결과 팬데믹 기간 직원들의 번아웃(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극도의 피로를 느끼고 이로 인해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증상)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자 아예 하루 10시간씩 주 4일 근무하되, 주말을 3일로 늘리는 근무제도로 변경했다

주4일제는 MZ세대(2030세대) 사이에서 보다 선호되는 흐름이다. 미국 증권사 제프리스가 최근 회사를 그만둔 22세∼35세의 MZ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0%는 주 4일 근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특히, 약 3명 중 1명(32%)은 주 4일 근무를 제안받았으면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더 많은 급여를 받았으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을 것'(43%)이라는 답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 조사결과를 제시하며, CNN은 최근 구인대란을 겪는 미국 기업이 주4일제 요구에 주목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기업이 손익에 영향을 미친다면 주4일제 근무로 전환하는 것은 꺼리게 될 거라고 CNN은 전했다. 피터 카펠리 와튼 스쿨 경영학 교수도 "주 4일제가 모든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모든 곳에서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등을 중심으로 ‘주4일 근무제’가 한국에서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과거에는 하루 10시간 일해야 필요한 생산을 해냈다면 앞으로는 한 1~2시간 일하고도 필요한 것을 생산하는 시대가 온다”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노동시간 단축을 꾸준히 해나가야하고 그러다 보면 결국 어느 시점에선가는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최근 실시한 ‘주4일 근무제’ 도입에 대한 국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국민 48.5%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제도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37.1%, ‘잘 모름’으로 답한 비중은 14.4%. 이번 조사에서 40대(53.7%), 50대(58.4%), 60대(53.0%), 서울(47.2%), 경기·인천(45.6%), 대전·충청·세종(49.1%), 대구·경북(54.0%), 부산·울산·경남(55.5%), 강원·제주(56.4%), 보수성향(59.2%), 중도(49.0%)에서 반대한다는 답변이 우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