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국제협력단(JICA), ‘그린워싱’으로 제소당했다

2021-11-29     박지영 editor

기후 NGO 5개 단체가 일본의 해외 개발 기관인 일본국제협력단(JICA)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소했다. 혐의는 석탄 투자. NGO들은 “석탄화력 발전에 자금을 대는 건 미국 투자자들에게 물질적으로 해를 끼치고 기후변화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이는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23일 NGO단체 5곳(Friends of the Earth Japan, Friends of the Earth US, JACSES, Market Force, Mighty Earth)은 증권법 제10조 b항 증권사기 항목에 저촉된다며 JICA를 제소했다. 이들이 보낸 조사 의뢰서에 따르면, JICA는 지난 4월 5억8000만 달러(6958억원) 상당의 채권을 발행하며 “채권 판매 수익금을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NGO들은 “JICA는 방글라데시 석탄화력발전소 등에 자금 지원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적어도 수익금의 일부분은 석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며 JICA의 주장이 허위라고 설명했다. NGO들이 JICA의 재무제표를 살펴본 결과, 이들은 단일 계정을 사용하고 있어 채권 수익금과 석탄화력발전 대출금이 같은 계정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SEC에 보낸 조사 의뢰서의 일부. 단일 계정에서 채권 수익금과 석탄화력발전 대출금이 함께 관리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Mighty Earth

JICA는 현재 방글라데시 마타바리에 건설 예정인 1200MW 규모 석탄화력 발전소에 대출 중이며, NGO가 SEC에 제소하기 하루 전 추가 대출을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내년 3월까지 계속된다.

제소에 참여한 환경금융그룹 마켓포스(Market Force) 줄리엔 빈센트(Julien Vincent) 전무이사는 “글로벌 채권 보유자들이 JICA가 발행할 채권을 매입할 경우 새로운 석탄발전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기 바란다”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능한 빨리 조사에 착수해 JICA가 명시한 잘못된 표현에 적절한 제재를 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JICA는 NGO 단체들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JICA는 “4월 발행한 채권 수익금을 석탄 발전 프로젝트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일본 외무성 하야시 요시마사 장관은 또한 “달러 채권의 수익금이 석탄발전에 투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NGO 단체 대표인 미국 증권 변호사 케빈 갈브레이스(Kevin Galbraith)는 “정부기관이 내부고발 대상으로 SEC에 제소당한 적은 처음”이라면서도 “SEC이 기후위험 관련 공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흐름을 감안할 때 정부기관에 대한 제소는 이번이 마지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갱신된 SEC의 지침에는 “기후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을 경우 정보 비공개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NGO들은 증권사기 항목에 더해 기후정보 비공개까지 주장하고 있다. 갈브레이스 변호사는 “이번 제소는 지난 3월 신설된 ‘기후 ESG TF’가 다루는 첫 대형 안건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일본은 한국, 중국과 함께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전체 해외금융의 95%를 차지한다. 지금껏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석탄발전 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 초 G7은 2022년 이전까지 해외 석탄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공공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기후와 관련된 법적리스크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 기관은 이에 취약하다”며 SEC의 향방을 지켜보겠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