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와 토탈에너지스, 옥시덴탈 3곳만이 1.5도 트랙... TPI 평가
자산소유자들의 연합인 ‘전환경로 이니셔티브(TPI, Transition Pathway Initiative)는 세계 최대의 정유사들 가운데 세 곳만이 1.5도 시나리오와 일치하는 기후계획을 갖고 있다고 지난 24일(현지시각) 밝혔다. IPCC는 파국을 막기 위한 지구 온난화 방어선을 1.5도 이하로 보고 있다.
2050년까지 1.5도 트랙에 있는 있는 기업 3곳은 이탈리아 정유사인 에니(Eni), 프랑스의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 미국 석유메이저 옥시덴탈(Occidental) 등이다.
평가된 140개 에너지섹터 기업 중 정유사를 제외한 10%이상이 1.5도 경로와 일치했는데, 해당 기업으로는 이온(E.ON), RWE, 오스테드, PSEG, Eversource Energy, EDP, Con Edison, CMS Energy, AES, Merdian Energy, Enbw Energie 등이다. 이와 함께 평가기업들의 24%는 2도 이하 경로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TPI 평가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에 근거한 평가를 진행한다. 보고서를 맡은 TPI 분석가 중 한 명인 니콜라우스 해스트레이터(Nikolaus Hastreiter)는 “평가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경로는 역사적 배출량, 현재 배출량, 미래 배출량을 모두 사용해서 계산했다”고 밝히면서, “기업의 기후 목표를 제대로 보려면, 기업의 자본지출 계획을 평가해야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기업 공시가 잘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니와 토탈에너지스, 옥시덴탈 3곳의 경우, 스코프1,2뿐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 등을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공급망 밸류체인의 온실가스 배출량인 스코프3까지 포함시킨 점에서 평가를 잘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화석연료 기업의 경우, 회사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상당 부분이 스코프3에서 발생하지만 기후 중립 약속을 할 때 이를 포함하지 않는다. TPI측은 “이 3개 기업은 2050년까지 1.5도에 맞춘 경로를 설정했지만, 셋 중 어떤 계획도 단기 목표에서는 제대로 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TPI에 따르면, 호주의 오리진 에너지(Origin Energy)만이 2030년까지 1.5도 계획을 충족시키는 유일한 정유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니 재생에너지 자회사, 토탈에너지스 재생에너지와 수소 투자
옥시덴탈 미 에너지기업 중 최초 탄소중립 선언
한편, 이탈리아 석유회사인 에니(Eni)는 재생에너지 자회사를 ‘플레니튜드(Plenitude)’로 개칭하고,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를 하겠다고 밝힐 만큼 정유메이저 중 구조적인 변화를 가장 크게 꾀한다고 알려져있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의 경우, 지난 6월 토탈의 이름과 로고를 바꾸고 향후 10년동안 재생에너지와 수소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석유제품은 2019년 에너지 매출의 55%를 차지했지만, 2030년까지 이를 35%까지 줄이고 향후 10년간 600억 유로를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5대 재생에너지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 또한 갖고 있다.
미국 에너지기업 옥시덴탈은 지난해 11월 2040년까지 세계 공급망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며 '탄소중립' 방침을 밝혔다. 미국 주요 에너지기업 중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옥시덴탈은 원유회수율증진(EOR) 기술을 활용하겠다고 했는데, EOR 기술은 에너지기업이 지하 유전 내 잔류 원유를 채취할 때 쓰는 방법이다. 이산화탄소를 유전에 압력을 가해 집어넣고, 이를 통해 원유를 땅 위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대부분은 지하에 매장된다. 옥시덴탈은 EOR용 이산화탄소 이용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여서, 향후 EOR 기술과 함께 탄소저감 기술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TPI는 각 기업의 저탄소 경제 전환 준비를 평가하여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데, 지난달 블랙록이 "TPI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블랙록은 TPI 글로벌 기후 전환 센터를 런던 정경대학에 설립하여 TPI 조사 대상 기업을 현재 400곳에서 1만곳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TPI는 블랙록을 포함해, 총자산 40조 달러(4경 7228조원)에 달하는 자산 소유자와 운용사 110곳이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