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재계, “아마존 파괴 행위 제재해라” 정부에 경고장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심각해 외국인 투자 유치 어려워져 “저탄소 친환경 정책 추진하라” 부통령 등에게 서한 보내

2020-07-28     박지영 junior editor

브라질 유력 최고경영자(CEO)들이 ‘저탄소 친환경’ 방식으로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모우랑 부통령과 상·하원 의장, 연방대법원장, 연방검찰총장에게 보냈다.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심각해짐에 따라 외국인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브라질 재계가 정부에게 경고장을 보낸 셈이다. 

브라질 경제 전문지 ‘발로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7월 7일 농업·금융·에너지·제조업·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CEO 38명과 농업·산업·광업·서비스업 등 4개 협회의 단체장은 “정부는 불법적인 벌채 등 삼림 파괴 행위에 대처해라”는 서한을 보냈다. 재계는 “정부의 반(反)환경적 정책으로 브라질은 국제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라며 사업 전망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알려졌다. 

서한에는 ▲아마기(세계 최대 콩 민간생산국) ▲스자노(라틴 아메리카 최대 펄프 및 제지회사 ▲베일(브라질 최대 광산업체) ▲브라데스코(브라질 최대 은행 중 하나)와 ▲알코아 ▲바이어 ▲로얄더치쉘 ▲지멘스 등 다국적 기업을 비롯해 ▲아바그(브라질 농업협회) ▲아비오브(브라질 식물성 석유산업협회) 등이 참여했다.

브라질 재계에서 공개서한을 보내기 전부터 국제 투자자의 압박은 계속 있었다. 지난해 9월에는 세계 30개국 230개 투자회사는 “아마존 열대우림 훼손과 산불 확산으로 우리가 투자한 브라질 업체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올해 6월에는 ▲북유럽권 금융그룹 노르디아 ▲영국 자산운용사인 리걸앤제너럴투자운용(LGIM) ▲네덜란드 자산운용사 로베코 ▲노르웨이 은행 DNB ▲자산운용사 스토어브랜드 ▲연기금 운용사 KLP ▲스웨덴 연기금 AP7 등 유럽 투자 회사 7곳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기업 투자는 물론 정부 채권 거래도 철회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들은 육류와 곡물 등 1차 생산품과 브라질 채권 등에 약 50억달러(약 6조64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FTA 비준도 불확실... 브라질 경제 ‘황폐화’ 될 수도

지난해 일본 규슈와 맞먹는 삼림이 잿더미로 변한 아마존 산불 이후 브라질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이는 브라질 경제에도 유의미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각국 정부와 의회, 비영리 단체들은 유럽연합(EU)-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FTA 체결 조건으로 브라질에 파리기후변화 협약을 준수할 것을 요구해왔는데, 이를 준수하기 위해 브라질 정부는 2030년까지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불법 벌채를 완전히 종식해야 한다. 그러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 협약 탈퇴를 시사하는가 하면, 국제사회의 기부로 조성되는 ‘아마존 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유럽연합의 반발을 샀다. 비준이 무산될 경우, 경제 불황에 빠진 브라질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 

 

계속되는 압박에도 소극적인 정부, 아마존 파괴 면적은 갈수록 증가

재계가 서한을 보낸 다음 날, 브라질 아미우톤 모우랑 부통령은 “앞으로 120일간 아마존 열대우림을 비롯한 전국의 삼림과 농촌 지역에서 방화행위를 금지한다”고 선언했으며, 몇 주 안에 불법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분석하는 비정부기구(NGO)인 기후전망대(Climate Observatory)는 “실질적인 효과는 없는 공허한 제스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보우소나루 정부는 아마존 보호에 소극적이며, 숲의 황폐화를 막으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2월 아마존 위원회를 가동하며 열대우림 보호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불법적인 파괴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녹색 브라질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 열대우림 곳곳에서 농경지와 가축 사육을 위한 목초지 조성, 불법적인 광산개발을 위한 무단 벌채와 산불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는 7월 1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1~5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은 2015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넓었으며, 올해 6월 발생한 산불은 2248건으로 2007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