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진 ESG 주주 제안, MS 주주들 ‘직장 내 성희롱 조사’ 통과
엑손모빌의 이사진 교체 반란을 비롯해, 올 한해 동안 주주들의 ESG 제안이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MS의 주주총회에서 '깜짝 놀랄 만한' 결의안이 통과됐다.
지난 28일 MS의 주주들은 연례 주주총회에서 ‘직장 내 성희롱 정책에 대한 보고서 발표 요구’ 안건을 통과시켰다. MS 이사회는 주주들에게 이 제안을 부결할 것을 권고했지만 약 78%의 주주들이 경영진의 요구에 반대했다. 의결권 자문기관 ISS에 따르면 이는 200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같은 이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사건과 관련이 깊다. 지난 2019년 MS의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폭로를 계기로 조사를 받았고, 그는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장 내 만연한 성적 괴롭힘에 대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일부 직원들의 불만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주주 제안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제안을 제출한 행동주의 그룹인 아르주나 캐피털(Arjuna Capital)의 파트너 나타샤 램은 “MS는 빌 게이츠의 성 추문을 비롯한 성희롱에 대한 다수의 신고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MS가 성희롱 관련 문제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MS는 성 추문 외에도 성별 임금 격차에 대한 문제도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래드 스미스 사장은 성별 임금 격차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영국이 공공·민간 부문 고용주에게 성별·임금 격차 보고를 의무화한 것을 의식한 듯 보인다. 데이터 공개와 더불어 이를 전 세계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거리위원회의 개정 지침,
주주들의 요구에 한층 더 힘을 실어줘
이와 같은 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지난 11월 30일 증권거래위원회(SEC) 지침이 개정되면서 더욱 힘을 받게 됐다. 그동안 회사 경영진은 경영 현안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주주 총회 안건을 자의적으로 배제하였으나 지침이 개정된 이후로는 주주 제안을 쉽게 제외할 수 없게 됐다. 이를 토대로 주주들은 기후변화, 인종 문제, 임금 문제 등 ESG 문제와 관련된 제안을 전보다 훨씬 더 쉽게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서는 공적 연기금들이 자산운용사에 대해서까지 기후변화 및 ESG 관련 책임론을 묻고 있는 상황. 이 같은 변화의 물결이 또 어떤 이변을 만들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