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다음엔 인권... PRI·UNEP도 인권이 다음 과제
환경 다음엔 인권이 부각된다는 흐름이 명확해졌다. EU에선 지난 7월 소셜 택소노미(Social taxonomy) 초안이 발표된데 이어, PRI(책임투자원칙)는 지난 2일 투자자가 기업의 인권 문제를 식별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조사하는 연구용역 과제를 발표했다. UNEP(유엔환경계획, UN Environment programme)도 같은 날 인권을 중심에 놓는 ‘책임은행 원칙(PRB)’ 공약을 발표했다. 국내에선 기업은행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올해 2월 EU 의회에서 발의된 공급망 인권 및 환경 실사(due diligence) 법안 등은 환경 다음으로 인권이 중요해질 것을 예고한 바 있다. 그린 택소노미 제정이 마무리돼 가면서, 주요 이니셔티브들은 인권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고 있다. 지금껏 ESG 중 사회(S) 영역은 국가별 인권의 수준 및 환경이 다르기에 정의하기 모호하다는 이유로 환경에 비해 논의가 활발하진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위구르족 강제노동과 인권탄압을 의제로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인권에 대한 논의가 전면에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에 UN도 발을 맞췄다. 2일 PRI는 인권 관련 데이터를 식별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PRI는 “최근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부정적인 인권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는 모든 투자에서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책임이 있다”고 용역 의뢰 배경을 밝혔다. 이제 인권 위험과 결과를 관리할 때라는 것이다.
PRI는 피투자 기업이 실시한 인권 실사 품질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식별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인권에 기반해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법, 이를 지원하기 위해 투자자가 집중해야 할 질적 및 양적 데이터, 인권 문제를 식별해 투자한 모범 사례 발굴 등을 요구했다.
이번주 UN의 비즈니스 및 인권 워킹그룹은 UNGP(UN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 도입 10주년을 맞아 발간한 보고서에서 인권과 투자의 연결에 대해 논한 바 있다. 보고서는 “투자자를 포함한 금융 행위자들은 UNGP와 연계된 정책과 인권실사 절차를 갖춰야 하며, 인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과 인권 개선에 노력하는 기업에게 금융지원과 투자를 한다는 명확한 방침을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금융 행위자들이 UNGP의 권고에 맞춰 인권실사를 이행할 수 있는 요건을 정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인권을 기반으로 한 투자 성과가 저조한 투자자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UN 비즈니스 및 인권 워킹그룹 베티나 레인부스(Bettina Reinboth) 국장은 “UNGP에 서명한 투자자 및 기업들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PRI 보고 프레임워크에 인권 문제를 도입할 계획이며, 투자자가 기업의 인권 문제를 식별할 수 있는 의미있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UNEP도 ‘포용금융’ 도입 시동... 기업은행도 서명
2일 UNEP(UN Environment programme)도 포용금융으로 책임 확장을 시도했다. 책임있는 은행 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Banking, PRB)은 2019년 은행과 UN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만들어졌으며, 지속가능한 금융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 세계 은행 자산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250개 은행이 서명한 바 있다.
PRB 산하 28개 은행은 포용금융을 목적으로 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국내 은행 중 기업은행이 유일하게 서명했다. 포용금융은 개인의 재정 건전성을 보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UNEP은 “전 세계적으로 약 17억명의 사람이 은행 계좌가 없다.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그들의 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며 “인간의 존엄에 기반을 둔 포용 사회를 촉진하는데 금융 중개자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약에 서명한 은행은 18개월 이내에 각 은행의 목표를 공개할 예정이다. 금융 및 비금융 제품 및 서비스, 내부 프로세스, 데이터 분석 등의 영역에서 포용 금융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령 은행 상품 정보 접근성을 완화하고, 적절한 금리의 대출상품을 제공하고, 과도한 채무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 등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저렴한 금융 상품 제공과 금융 서비스 가용성과 접근성을 개선하면 개발도상국들 GDP는 최대 14% 증가할 수 있고, 선진국 GDP는 30%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