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계 ‘스포티파이’ 떴다... 무료 ESG 데이터 플랫폼 개장
홍콩·상하이 은행(HSBC), 도이치 은행, 보험사 스위스리 등이 뭉쳐 기업과 투자자를 위한 무료 공익 서비스를 제공하는 ESG 정보 공개 플랫폼 ‘ESG Book’ 개장에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수의 ESG 평가기관이 ESG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 반발해 무료 정보공개 플랫폼을 열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세계적인 ESG 평가기관 중 하나인 아라베스크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쉽게 지속가능성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공개 플랫폼인 ESG Book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플랫폼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만든 UN 글로벌 콤팩트의 10대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공개된 ESG Book에는 연차보고서나 보도자료 등 기업이 공개한 ESG 정보를 기초로 한 1만 개 가까운 기업의 ESG 데이터가 담겨 있다. 아라베스크는 뉴스로 정보의 진위성도 확인할 방침이다.
플랫폼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데이터 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둔다. 또 개별적인 프레임워크 중심 보고를 벗어나 보다 자율적이고 중립적인 ESG 정보를 제공한다는 포부도 밝혔다. 신속성과 투명성은 덤이다. 플랫폼 사용자는 온도 점수(temperature score)와 같은 데이터 분석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HSBC, 도이치 은행, 보험사 스위스리, 자문사 글래스 루이스 등을 비롯해 세계은행의 국제금융공사(IFC), 홍콩증권거래소,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클라이밋 본드 이니셔티브(CBI)까지 개발에 참여했다.
이들은 “ESG 정보 제공 기관들이 정보를 무기로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며 현재 시장의 흐름을 비판했다. 지금껏 ESG 정보는 기업들이 평가를 받기 위해 ESG 평가기관에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시장에 제공돼왔다. 그러면서 MSCI, 블룸버그, S&P, 런던 증권거래소 그룹, 무디스, 모닝스타, ISS, 서스테이널리틱스 등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 ESG Book에 참여한 기관들은 “특히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정보 접근성이 제한되면서 자본이 지속가능 기업으로 흘러가는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ESG계 스포티파이(SPOTIFY) 될까
아라베스크 다니엘 클리어 CEO는 “온라인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음악 산업을 뒤흔들었던 것처럼 클라우드 기반의 ESG Book이 시장에 교란을 일으키는 걸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ESG 평가기관들의 ESG 정보 독점을 막기 위해, 규제 당국들은 이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ESG 평가등급에 대한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이들이 시장에 왜곡된 정보를 줘 그린워싱을 일으키진 않는지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증권감독기구(IOSCO)는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로 구성된 ESG 채권, 펀드, 주식 등이 신빙성 있는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라며 10가지 권고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라베스크는 또 ESG 정보공개에서 기업이 데이터 소유자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직접 데이터 공개 및 수정에 대한 자율성을 확보해 데이터를 스스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능동적인 정보 제공자가 아닌 수동적인 정보 납부자로 자리 매김하면서 규제 당국이나 은행, 비즈니스 파트너에 소극적인 대응밖에 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해관계자와 기업이 직접 연결된다면, 투자자가 요청하는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이슈에 기업이 자율적으로 보고할 수 있어 보고의 잡음을 줄이고 데이터 격차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플랫폼을 통해 기업의 신고 부담을 완화하면서 기업에게 자율성을 부여한다고도 말했다. 가령 GRI 보고 기준에 맞춰 탄소배출량을 보고했다면, 이를 한 번에 시장에 공개한다면 TCFD 등 타 프레임워크에 맞춰 또 다시 대응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아라베스크는 “무료 ESG 정보 공개 플랫폼의 사용으로 기업은 자율성은, 이해관계자는 정보 비교가 용이해 질 것”이라며 “ESG 정보 공개의 투명성을 높여 그린워싱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