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사의 이슈리뷰】 K-ESG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K-ESG 가이드라인 v1.0'이 나왔다. ESG 열풍이 몰아치던 4월에 만들기 시작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아마도 시작할 때부터 올해 안에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고 매년 12월 초에 하는 ‘지속가능경영 유공 시상식’에 맞춰 전격 발표를 한다는 계획이었나 본데, Milestone을 완벽하게 달성했다.
그런데, 처음 K-ESG 평가지표를 만든다고 했을 때 들끓었던 반응과 달리 정작 가이드라인이 나왔는데도 언론의 반향이 별로 없어 다소 의외다. 가이드라인의 발행주체를 ‘관계부처 합동’으로 한 것도 의아하다.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처를 모두 명기하는 게 신뢰성 측면에서 더 나았을 것 같은데 어디에도 산업통상자원부 말고는 이름을 찾을 수 없다.
‘K-ESG 가이드라인’ 제목 옆에 “v1.0”, 즉 버전 1.0이라고 붙였는데, 그 의미는 보도자료의 참고사항에 나온다. “K-ESG 가이드라인은 국내 ESG 활성화 지원을 위한 첫 출발점”일 뿐 “기업의 ESG 경영과 평가대응에 대한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향후, 가이드라인 개정판, 업종별・규모별 가이드라인 등 마련을 통해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선・보완해 나갈 계획”이라는 것이다.
각종 평가지표 61개로 압축… 한국형 추가진단 항목 15개 별도 제시
176쪽 분량의 파일을 읽어보면서 가장 관심이 가는 건 2가지였다. 첫째, 기존의 평가지표나 가이드라인과는 다른 점이 무엇일까? 둘째, 기업들은 이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정부는 DJSI, MSCI, 에코바디스(EcoVadis),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 WEF, GRI 등 국내외 주요 13개 평가기관 등의 3000여개 이상의 지표와 측정항목을 분석하여 총 61개의 ESG 이행과 평가의 핵심․공통사항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 동안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한 산업계, 주요 경제단체, 연기금, 금융・투자기관, 평가기관, 신용평가사・언론사 등이 참여하는 5차례 간담회를 가졌단다. 이를 통해 관계부처와 각 분야 전문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우리 기업이 활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61개 항목은 환경 17개, 사회 22개, 지배구조 17개 항목에 정보공시 5개 항목으로 구성됐는데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ESG평가와 컨설팅을 진행해온 KPC의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고 할까, 정말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사항들이 콤팩트(Compact)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특히나, 중견∙중소기업들은 환경 9개, 사회 9개, 지배구조 5개, 정보공시 4개 등 진단항목을 27개로 대폭 줄여 제시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법적, 제도적 여건상 국내에서 중요시하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한국형’ K-ESG 항목 15개를 별도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환경 분야에선 산림탄소흡수량과 에너지 효율 등 2개 항목, 사회 분야에서 고졸자 비율, 50대 이상 퇴직자 재취업 지원, 지역상생협력 및 균형발전 등 11개 항목, 지배구조 분야에선 경영진 성과평가 및 보상, 윤리경영/반부패 관련 법규/행동강령 준수 등 2개 항목이다. 항목들이 적정한지는 모르겠지만, 고민의 흔적은 엿보인다.
K-ESG 경영지원플랫폼 통해 기업 자가진단 툴(tool) 제공
K-ESG 가이드라인을 과연 평가기관에서 활용할 지는 의문이지만 기업 입장에선 자가진단을 할 때 항목이 단촐하다는 건 환영할 일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27개 항목에 대해서만 자가진단을 통해 ESG경영의 실태를 점검할 수 있으니 일종의 모의테스트로서는 실효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연내에 구성되는 K-ESG 경영지원 플랫폼에서 ESG 평가를 위한 자가진단 툴(tool)을 순차적으로 제공한다고 하니 국내외 평가기관의 ESG 평가에 대응할 여력이 없는 기업들에겐 아주 반가운 일이다.
가이드라인만 제공하고 평가시스템(평가 tool)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기업 입장에선 수작업으로 자가진단을 하지 않는 한 ‘참고용’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K-ESG 가이드라인은 ESG와 관련한 글로벌 표준과 프레임워크를 제정하려는 세계적인 추세에 비추어본다면 그 흐름에 맞지 않는 일이다. K-ESG도 글로벌 표준과 무관할 수 없고, K-ESG에 기반한 평가가 해외시장에서 MSCI, DJSI와 같은 권위와 신뢰성을 얻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61개 공통항목은 평가기관들이 참고하기에는 일반적이고, ‘한국형’ K-ESG 15개 항목은 과연 적정한 지 엄밀한 검증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이드라인 자체보다는 K-ESG 발표를 계기로 구성된 ‘수출 중소∙중견기업 ESG 지원협의회’를 비롯해 KPC를 중심으로 한 민간평가단의 모의평가, 대・중소 ESG 협력네트워크 포럼, ESG 교육・컨설팅, ESG 우수기업 인센티브 제공과 같은 갖가지 노력들이 밑거름이 되어 전반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ESG 경영수준을 높이고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하인사님은
'하인사(hindsight, 필명)'는 뒤늦은 깨달음, 뒤늦은 지혜라는 뜻입니다.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모두 인류의 뒤늦은 깨달음이라는 의미이지요. 하인사님은 대기업 홍보팀에서 20년 가량 일했습니다. 회사의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기획하면서 CSR 업무와 인연을 맺게 됐으며, 회사 CSR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ESG 이슈에 대해 직접 부딪히며 고민했습니다. 2021년부터 <임팩트온>에서 【하인사의 이슈리뷰】를 연재, ESG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