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 화이자 백신 겨냥, 책임투자그룹 움직인다
여전히 사투를 벌이고 코로나 19 전염병과의 전투에서 가장 큰 공은 화이자나 모더나 등 글로벌 백신 제조업체라는 점을 부인할 이는 없을 것이다. WHO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이 없었더라면 올해 유럽에서만 50만명이 더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세계적인 불균형이 극심해지면서, 이에 대한 문제 제기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G7 국가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66%는 두 번의 백신을 접종했지만, 아프리카의 접종 비율은 6%에 불과하다. FT는 지난달 말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 수익성에 대한 심층분석을 위해 60명의 전문가들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며, “어떻게 백신 공급에서 힘의 균형이 화이자에 너무 많이 기울게 됐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바이오엔테크(BioNTech)라는 독일계 벤처회사가 만든 백신기술이 어떻게 화이자로 향했고, 화이자가 어떻게 “‘그들의 백신도 아닌 것을 이용해, 미국 제약 역사상 가장 큰 마케팅 쿠데타”(미국 전직 정부관리의 말)로 불리는 백신 상용화 통제 전략을 세웠는지, 가격 책정과 수급에서 개발도상국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등을 상세히 전했다.
책임투자그룹 ICCR, 화이자와 모더나에 주주제안
"저개발국 백신 생산 늘릴 방법 보고하라"
1년 넘게 이어진 백신 불평등 이슈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책임투자그룹이 먼저 움직이고 나섰다. ICCR(Interfaith Center on Corporate Responsibility)은 1일 내년 화이자 등 주요 제약사에 내놓을 주주 제안을 공개했는데, 화이자와 모더나 등에게 저개발국 및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생산을 급속히 늘리는 방법을 보고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창립한 지 50년이 지난 ICCR은 300여곳의 기관들로 구성된 사회책임투자 협의체로, 이들의 자산을 합치면 4조달러가 넘는다.
ICCR은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오미크론 변종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전 세계적으로 국경 폐쇄를 촉진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자들은 제약회사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경고했다”며 “일례로, 코로나 백신에 대한 지적재산권(IP)을 일시적으로 포기하고, 제네릭(복제) 회사들이 백신 제조를 쉽게 함으로써 글로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변종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현했듯이, 선진국에서 아무리 백신을 맞는다고 하더라도 일부 지역에서 예방접종률이 떨어질 경우 새로운 변종이 더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왔다. 유엔이 지원하는 백신 동맹인 ‘가비(Gavi)’의 최고책임자인 세스 버클리(Seth Berkley)는 “모두가 안전할 때까지는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ICCR이 7개 제약회사에 제출할 16건의 주주제안 중, 화이자에 대해 ▲반경쟁 관행 ▲공공 투자 및 접근성 부분 ▲인종적 형성성 감사 ▲기술 및 IP 등에 대해 자세히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경쟁 관행을 감독할 이사회의 역할을 보고하도록 했으며, 백신 개발 및 제조를 위한 공공재원 수령 여부 및 방법에 대한 보고서, 제품 접근성에 대한 의사결정, 가격책정 등에 대한 보고서, 제3자 인종적 형평성 감사를 이사회가 감독하는지, 저개발국의 코로나 19 백신 생산 촉진을 위한 지적재산권 및 기술적 지식(노하우)의 신속한 이전 가능성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요구했다.
앰네스티, "백신 R&D는 공공자금과 역량으로, 지적재산권 독점은 잘못"
화이자의 백신당 가격은 지금까지 비영리 판매모델을 추구해온 아스트라제네카 등 동종업체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이며, 화이자의 2021년 백신 판매액은 360억 달러(42조원)로 경쟁사인 모더나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FT는 전했다. 지난 10월 화이자는 EU시장의 코로나19 백신 점유율이 80%에 달했고 미국에서도 74%를 차지했다. 화이자의 2021년 전체 매출액은 미국 제약회사 역사상 가장 많은 800억 달러(9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한편, 앰네스티 등 인권단체와 개도국 의료 전문가들은 “제약업계가 R&D 과정에서 공공기관 및 대학연구기관의 자금과 역량을 활용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독점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제약업계의 핵심 ESG 중대성 이슈 중 하나가 '의약품 접근성'의 이슈인데, 그동안 홍보해오던 것과 달리 코로나 19에서 보인 제약업체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모더나와 화이자 소송을 주도한 옥스팜 아메리카의 애비 맥스먼 대표는 “공공 보건과 세계 경제에 전례없는 위험이 닥친 현 시점에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모든 이들에게 백신을 이식할 수 있는 옵션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