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에서 ESG 보고로 전환하는 방법

ESG 투자, 2004년부터 1000% 증가, 5년 전에 비해 68% 늘어 현재의 기업 ESG 보고서는 겉표지만 달리한 CSR 보고서

2020-07-31     박란희 chief editor

지난 10년 사이 국내 대기업ㆍ중소기업에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ㆍ기업의 사회적책임)은 당연히 해야하는 영역으로 정착해왔다. 다만, CSR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제대로 도입되지 않은 채, 국내에서 CSR은 사회공헌(Corporate Philanthropy)부터 책임투자(Responsible Investing), 공유가치창출(CSVㆍCreated Shared Value), 지속가능경영(Sustainable Business)까지 매우 방대하고 모호한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근래 CSR은 사회공헌으로 인식되고, 대신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라는 용어를 쓰는 곳이 늘고 있다. CSR에서 ESG로의 이동이라고 해야 할까. 이에 관한 글로벌 전문가의 글이 'IR매거진'에 실렸다. 알리나 플라이아(Alina Plaia)씨는 IR관련 컨설팅회사 MZ North America의 ESGiQ & IPO자문 위원장이다. IMPACT ON은 그녀의 글에서 핵심 내용을 요약, 발췌했다./편집자 주


 

초창기 CSR은 환경 보고서(environmental reporting)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보고서들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만들어졌고, 이사회에서도 ‘하면 좋고(안해도 그만인)’ 정도의 관심만 있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문서가 아니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지속가능투자가 존재했지만, 지난 몇년 사이 ESG는 규모와 인기, 중요도 측면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왜 그러는 걸까. 개별 기업이 자신들의 ESG에 관해 이해관계자들에게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면 좋은 것'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ESG 공시 표준(가이드라인) 중 하나인 SASB(지속가능성 회계 기준위원회)

 

CSR은 이제 ESG 보고서(reporting)로 바뀌고 있으며, ‘반드시 해야하는’ 필수사항이 되고 있다.(실제로 의무화 단계까지는 가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민간 및 공공투자 영역에서도 기업의 ESG를 둘러싼 관심이 늘고 있다. 2004년 이후 ESG 투자는 1000% 증가했으며, 5년 전과 비교해도 68%나 늘었다. 현재 지속가능 투자 규모는 30억 달러(3조5600억원)에 달한다.  

어떻게 하면 자사의 ESG 보고서를 잘 만들 수 있을지 정답은 없다. 다만, 개선의 여지는 많다. 예를 들어 기업이 어떤 정보를 커뮤니케이션해야 할지, 투자자들은 어떤 정보를 알고 싶어하는지 등이 그 예다. 우리가 검토한 대부분의 기업 ESG 보고서는 놀라운 그래픽과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기는 해도, 여전히 'ESG 리포트'로 겉표지만 달리한 이전 CSR 리포트처럼 보인다. 

ESG 공시 표준(가이드라인) 중 하나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는 있어도, 연기금에서 이 보고서를 보고 투자를 단행할 만큼 정보가 충분하지는 않다. 왜 그럴까. 대부분의 보고서들은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로 인해) 대부분의 보고서들은 ESG 정보가 자신들의 재무성과에 어떤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SG 보고를 위한 세 단계 팁(Tip)

지난 수십년 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ESG에 관심을 가진 기업의 경우 사업 성과도 좋다. 맥킨지는 최근 ESG가 기업 수익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2000여개의 연구결과를 보여주는 보고서를 펴냈는데, 이에 따르면 63%의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ESG 중심의 전략을 지닌 기업들의 경우 재무성과에만 관심을 갖는 다른 일반 기업들에 비해 수익이 낫다는 뜻이다. 

ESG 공시 표준(가이드라인) 중 하나인 CDP(Carbon Disclosue Project)

 

문제는 ESG와 관련이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이다. 기업의 ESG 등급을 평가하는 기관들이 많이 있음에도 왜 그럴까. 이유는 바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아직 ESG 보고 ‘열차’에 탑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년 10월 OECD 최신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4만1000개 상장 기업 중 120개 기업만이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 기준에 따라 ESG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5000개 기업이 적어도 한번은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785개 기업은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를 기준으로 보고서를 발행했다. 

ESG 공시 표준(가이드라인) 중 하나인 CDSB(Climate Disclosure Standards Board) 

 

이는 결국 대부분의 공기업과 민간기업들이 아직도 비공식적이고, 비구조화된 ESG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많은 기업들이 ESG의 ABC단계에서 씨름하고 있는데 반해, 투자자들은 대졸 이상의 ESG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을 확보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높은 수준의 ESG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ESG로의 전환을 고려하는 기업이 있다면, 되도록 정량화가 가능한 방식을 시도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달성할 수 있으며, 빠른 학습이 가능하고, 내부 팀에서 ESG 단계를 높이기 위해 속도를 내는 동안에도 투자자들의 레이더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세 가지 단계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첫째, 보고 표준(가이드라인)을 이해해야 한다. 보고 표준은 6개 이상 존재한다. TCFD, GRI, CDSB(Climate Disclosure Standards Board),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UN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EU guidelines(EU 가이드라인) 등이 그것이다. 이들 간의 차이를 알아야 하며, 각 기업이 따라야 할 프레임워크를 하나 혹은 둘 선택해야 한다. 

둘째, 중대성에 관한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핵심 비즈니스와 산업에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주제가 무엇인지 결정해야 한다. SASB는 유명 기관의 많은 도움을 받아 각 기업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중대성 맵을 갖고 있다. 각 기업은 개별 ESG 항목을 작성할 때, 비교적 중대성이 낮은 소재들에 관해서는 그들의 프레임워크에 추가해야 한다. 

‘그래서 뭐(So What)?’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재무제표 항목이나 리스크 요소와 ESG의 특정항목을 연계해 정량화하는 것이다. 길다란 ESG보고서에서 의미를 추출해 재무제표상에 어떤 연관이 있을지 정량적 요소로 전환해야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이보다 최적화된 보고서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결론은 ‘좋지만 때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CSR에서 ‘영향력 있는’ ESG로 사고방식을 아예 전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