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택소노미, 어떻게 봐야 하나

2021-12-14     임팩트온(Impact ON)

2022년은 택소노미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아시아와 유럽, 라틴 아메리카 등에서 자국 경제의 특수성을 반영한 30개 이상의 택소노미가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연합은 지난 12월 9일 운송과 건물에 관한 택소노미 세부이행규칙 내용을 확정한 가운데,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의 경우 22일 그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K-택소노미 또한 늦어도 내년 초에는 확정되어 시범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이하 ‘아세안’)도 지난 11월 10일 아세안 택소노미를 발표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하고, 공적자금으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에서의 녹색금융 활성화가 시급하다. 녹색금융의 의미에 대해서는 2016년 G20 녹색금융연구회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보다 넓은 맥락에서 환경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투자"라고 정의하였는데, 그 정의가 모호하여 그린워싱의 우려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제활동별로 '무엇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인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택소노미다.

녹색금융은 개발도상국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아세안의 경우 이미 GDP 5위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 지역 중 하나이고 경제성장의 무궁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기후 및 환경 문제의 최대 피해국이기도 하다. 이에 두 마리를 토끼를 쫓는 방안으로 녹색경제 강국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그러나 선진국들과 기술 수준이나 제반 여건이 다를 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속도도 달라, 같은 기준의 택소노미를 적용할 경우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개발도상국들은 투자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제공하면서도 자국의 여건에 맞추어 연착륙할 수 있는 택소노미를 도모하게 된다.

아세안 택소노미(Taxonomy, 친환경분류법) 초안

 

아세안도 그러한 취지에서 첫 번째 택소노미를 내놓았다. 이는 지속가능한 금융체계에 관한 시스템과 정책이 당사국 별로 상이한 점을 감안해 아세안 지역 차원에서 공통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지침서 성격을 갖는다.

아세안 택소노미의 경우 ▲기후변화 완화 ▲기후변화 적응 ▲건강한 생태계 및 생물 다양성 보호 ▲자원 회복력 및 순환경제 전환 촉진 4가지 환경 목표 중 최소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설정하여, 유럽연합과 비교하여 목표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번 첫 번째 안에서는 ‘기후변화 완화’ 목표가 활동 분류에 있어 가장 주요한 렌즈라고 밝히고 있다. 한 가지 이상의 환경목표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은 다른 환경 목표를 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DNSH(No No Significant Harm,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는지)  원칙 준수’와 활동 시작 전에 환경영향평가 시행 등 ‘전환을 위한 개선 노력의 이행’을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아세안 택소노미는 국가 간 수준 차이를 고려하여 다계층적 접근 방식을 취하였다는 점이 가장 특징적이다. 경제활동 여하에 상관없이 원칙에 기반하여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반 프레임워크(Foundation Framework, FF)’라는 기준과 대표적인 경제활동의 경우 녹색 활동을 인증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메트릭스와 임계값이 포함된 ‘추가 기준(Plus Standard, PS)’으로 기준을 이분화하였고, 회원국의 상황에 따라 이를 선택할 수 있다.

PS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경제활동은 온실가스 배출의 관점에서 가장 중점적인 6가지 영역(①농업, 임업 및 어업, ②제조, ③전기, 가스 증기, 냉난방 공급, ④운송 및 보관, ⑤건설 및 부동산 활동, ⑥수도공급, 배수처리, 폐기물 관리 및 정화 활동)과 환경 목표 달성을 활성화할 수 있는 분야인 ①정보통신, ②과학 및 기술 분야, ③CCUS 관련 활동이다.

이러한 검토를 거쳐 경제활동은 ‘기후변화 완화를 가능하게 하거나 기여하는 활동’인 녹색,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후변화 대응 이외의 활동 중 탈탄소화에 기여하는 활동’인 황색, ‘기후변화 완화가 불가능하거나 다른 안전조치 충족에 실패한 활동’인 적색으로 분류되는데, 어떤 기준을 취하였는지에 따라 예컨대 녹색-FF 또는 녹색-PS로 표시한다. PS기준의 적층 접근 방식(stacked approach)은 임계값 및 기술 필터링 기준을 결정하는데 사용된다.

아세안 정부들은 택소노미를 통해 녹색금융이 활성화되는 것을 기대하며 환영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고 기술적인 심사 기준이 향상됨에 따라 이 프레임워크는 더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국가 택소노미, 중국과 EU가 개발 중인 공통 기반 택소노미에 영향을 받아 변화할 가능성도 크다. 


※ 지현영 법무법인 지평 ESG 센터 변호사

지현영 법무법인 지평 ESG센터 변호사 

 

 

 

 

 

 

 

지현영 변호사는 법무법인(유) 지평의 ESG센터와 환경팀에서 환경정책, ESG와 관련한 연구, 비즈니스 자문 업무를 비롯한 관련된 제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과 녹색시민위원회 기후 대기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지방변호사회 환경보전위원회위원, 한겨레신문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