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를 통해 탄소상쇄사업 리스크 줄일 수 있어...비제로카본 보고서

2021-12-15     송선우 editor
워싱턴과 오레곤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BP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탄소상쇄 사업에 피해가 발생했다./ US Forest Service

많은 기업들이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할 때, 더이상 줄일 수 없는 잔존 배출을 처리하기 위해 '탄소상쇄(Carbon Offset)'를 활용한다. 그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조림, 생태계 복원 등의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NBS)사업이다. 하지만 최근 산불, 가뭄, 폭염 등의 기후재난 발생빈도가 높아지면서 NBS 사업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일례로 이번 여름, 캘리포니아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면서 탄소상쇄 목적으로 조성된 삼림의 약 15만에이커가 손실됐다. 마찬가지로 오레곤과 워싱턴 주에서도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해당지역에서 대량의 탄소배출권을 구매한 BP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피해를 보기도 했다.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NBS사업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 9일, 탄소시장 컨설팅 업체 비제로카본(BeZero Carbon)과 보험중개업체 하우든 브로킹(Howden Broking), 블랙포드(Blackford)는 보고서를 통해 "보험업계가 NBS의 안정성 증진과 리스크 관리의 핵심 역할을 할 수있다"고 밝혔다.

 

"보험을 통해 NBS사업의 리스크관리 및 투명성 강화할 수 있어"

기후재난이 식림사업의 탄소격리에 끼치는 영향/ BeZero Carbon

보고서는 2030년 자발적 탄소거래시장의 규모가 500억달러(한화 약 5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으며, 2050년 NBS사업이 창출하는 연간 경제적가치는 약 8000억달러(한화 약 94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발적탄소시장과 NBS사업을 다루는 법안이나 정책은 없다시피하다. 때문에 현재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NBS사업을 수행하는 이해관계자들은 기후재난, 병충해, 배출권 투명성 리스크 등에 노출된 상황이다.

조림 사업을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면, 탄소격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대규모 삼림을 조성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병충해, 산불, 태풍 등으로 삼림이 파괴되면, 다시 원래 계획된 양만큼의 탄소를 상쇄하기 위해 적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할 경우 삼림이 연소되면서 오히려 탄소배출이 늘어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에서는 해당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조림사업에서 창출되는 탄소배출권 일부를 따로 떼어놓은 후, 삼림파괴로 인해 피해를 본 구매자에게 이를 지급하는 완충 제도(Buffer Sysytem)를 시행했다. 하지만 기후재난 발생빈도 증가로 인해 사업자들의 피해가 완충 제도의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조림 사업의 리스크가 커져가는 상황이다.

때문에 보고서는 보험업계의 개입을 통해 NBS사업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이미 재난보험, 농작물 보험 등을 통해 기후 및 재난 모델링을 활용해왔고, 자연 자산(Natural Asset)에 대한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고서는 보험업계의 리스크 및 성과 분석을 통해 탄소상쇄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NBS사업을 중심으로 한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은 투명성 문제로 진통을 겪어왔다. 일례로, 비영리단체 카본 플랜(Carbon Plan)이 캘리포니아에 판매된 4억달러 (한화 약 4730억원)규모의 탄소배출권을 추적한 결과, 실제 탄소흡수 효과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기도 했다. 보고서는 NBS보험상품의 리스크 및 성과 분석 모델이 자리잡는다면, 탄소배출권의 품질 및 투명성이 보장될 것으로 봤다. 



"NBS보험 개발에 대한 장벽 존재... 정부의 정책 수립 및 민간섹터 협력 필요"

자발적 탄소시장 확장을 위한 태스크포스 가입기관/TSVCM

보고서는 NBS보험의 시장 규모가 약 13억달러 (한화 약 1조 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으며, 기업들이 1.5도 시나리오에 부합해 행동한다면 시장 규모가 최대 40억달러(한화 약 4조 7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NBS보험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먼저 보험업계는 기후변화와 재난 발생빈도 증가로 인해 정확한 보험 모델링을 구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 악순환 고리(Negative Feedback Loop)로 인해 가뭄, 산불등의 재난빈도가 늘어나고, 다시 재난으로 인해 탄소배출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후전문가들과 협력해 기후재난의 추세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NBS사업의 특성으로 인해, 보험 상품은 수십년 동안의 장기적 리스크를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리스크 노출도, 자산 손실, 재난 피해 등에 대한 정량적 데이터가 부족해 리스크 분석 체계 구축에 애로를 겪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기후재난 및 NBS사업에 대한 정책 수립이다. 보고서는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정보공개 강화, 기후재난의 책임범위 규정, 사업 프로세스 표준화 등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정책 및 법안을 통해 탄소시장의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만, 보험업계 개입을 통한 리스크 관리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를 위한 협력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발적탄소시장 확장을 위한 태스크포스(Taskforce on Scaling Voluntary Scaling Markets·TSVCM)에서는 UN기후특사 마크 카니(Mark Carney)를 중심으로 250여개 기관이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투명성 강화를 위해 국제표준 제정 및 탄소시장 관리에 힘쓰고 있다. 

보험업체 블랙포드의 창립자 톰 알드리지(Tom Aldridge)는 "탄소시장의 투명성이 보장되고 보험업계의 개입을 통해 NBS사업의 리스크 경감 및 품질 보증이 이루어진다면, 투자매력도가 증가해 자발적 탄소시장의 급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