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정보 한눈에" 한국거래소 ESG 포털 오픈... 다른 나라는?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ESG 보고서와 펀드와 채권 등 ESG 투자 현황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ESG 포털’을 공개했다. ESG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ESG 경영 확산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지만, 보다 명확한 목표를 세울 필요성도 제기된다.
ESG 포털은 ESG 소개·ESG 기업정보·ESG 통계·자료실 등 4개 주메뉴와 15개 하위 메뉴로 구성됐다. ESG 개념과 최신 동향 등 기본 정보부터 상장기업의 ESG 평가등급, 관련 통계 자료 등이 포함됐다.
20일 기준 ESG 최신 동향과 기준 탭에는 ▲한국거래소의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SASB 기준 국문 번역본 ▲GRI 기준 국문 번역본 ▲EU SFDR 국문 번역본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K-ESG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ESG 통계 항목에서는 ESG 책임투자규모, ESG 펀드 설정액·수익률, ESG 채권(SRI채권) 발행 현황 등을 볼 수 있다.
ESG 기업정보에는 770개 상장사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등급과 MSCI ESG 등급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회적책임투자(SRI) 채권 발행 내역, 오염물질 배출량 및 에너지 사용량 등 정보(환경정보공개시스템), 공시 재무정보까지 확인가능하다.
가령, 삼성전자를 검색했을 경우 지난 3년간 부여받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MSCI ESG 등급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지배구조원의 경우 ESG 평가 요약보고서도 제공한다. 한국거래소가 직접 점검한 지배구조 보고서 점검 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배구조 보고서 기준 15가지 중 2021년에는 2개 항목을, 2020년에는 4개 항목을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기준 4가지(GRI, SASB, TCFD, UN SDGs) 준수 여부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4가지 기준을 모두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경우 3개까지만 띄울 수 있는 UI가 적용돼, 모든 보고서를 확인하긴 어려웠다.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2020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지만, 2019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 과거 자료는 ESG 포털 외에서 직접 찾아야 한다.
환경부의 환경정보공개시스템과 연동해 오염물질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편리함도 더했다. 대표 사업장의 경우 5개년치 에너지 사용량·온실가스 배출량·용수 사용량·대기오염물질 배출량·수질오염물질 배출량과 추이를 담은 분석보고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사업장 통합은 개선되지 않았다. 사업장 개별공시 체제라 삼성전자 전체가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확인하기 위해선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기업이 제시한 데이터를 확인하거나 수작업이 필요하다.
금융위원회는 “이용자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포털의 편의성을 개선하고 복합 정보를 제공하는 등 플랫폼을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ESG 포털 서비스를 통해 관련 데이터베이스(DB)를 축적하고 기업들의 ESG 경영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SG 플랫폼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추진 중인 ‘K-ESG 경영지원 플랫폼’ 등 다른 플랫폼과 연계해 접근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지난 1일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최신동향과 모범사례·자가진단 툴 등을 순차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도 개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지난 15일 ESG 경영에 관한 정보를 모은 ESG 플랫폼 '으쓱'(ESG.korcham.net)을 개설했다. 7차까지 진행한 ESG 경영 포럼과 대한상의 중소·중견기업 ESG 온라인 교육을 편집해 ‘ESG A to Z’로 소개하고, ESG 전문가 리스트 및 용어집 등의 정보도 담았다. 중소기업 ESG 우수 실천 사례를 담은 ESG B.P(Best Practice) 영상 5편도 공개했다.
플랫폼 개설, 목적이 명확해야
ESG 정보 공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각 국에서도 정보 공시 플랫폼 구축 노력을 하고 있다. EU의 ESAP(European Single Access Point)가 대표적이다. 다만 플랫폼을 구축할 땐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BNP파리바는 “ESG 데이터를 다루기 위해선 투자자와 기업, 은행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공개해야 할 정보를 정의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데이터를 가지고 달성하려는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U의 ESAP 경우 ESG 정보공개 투명성을 높여 EU 자본시장으로 자금을 끌어오는 것이 목적이다. 유럽위원회 자본시장연합(CMU)는 “자본시장의 장벽을 제거해기 위해” ESAP의 설립을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ESG 평가기관인 아라베스크가 만든 무료 ESG 정보 플랫폼인 ‘ESG Book’은 “소수의 ESG 평가기관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시장 불균형을 깨기 위해서” 플랫폼을 만들었다. 정보 독점성을 깨는 동시에 ESG 정보 주권을 기업에게 돌려주기 위해 무료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 투자자와 직접 대화를 목적으로 플랫폼을 만들었다. 일본 환경성이 주도하는 환경보고 플랫폼(ESG Dialogue Platform)은 기업과 투자자 등 당사자들을 위한 ESG 대화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적으로 ESG 라이브러리를 통해 기업의 정보를 전달받고, 대화 도구를 사용해 기업과 직접 대화하는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통화당국(MAS)은 싱가포르 거래소와 제휴해 녹색금융을 촉진하기 위한 프로젝트인 그린프린트(Greenprint) 하위 수단으로 디지털 플랫폼 개장을 채택했다. 그린프리트 정보공개 포털(Greenprint Common Disclosure Portal)은 2022년 하반기 완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이해당사자가 데이터를 공유하는 등 상호운용이 가능한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 뿐 아니라 기업도 포털을 내부 ESG 모니터링 및 관리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주요 ESG 데이터 공급자 등을 통해 다양한 출처에서 ESG 정보를 수집해 포털에서 직접 검증 가능하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MAS 소펜두 모하나티(Sopnendu Mohananti) 핀테크 최고 책임자는 “기존 ESG 데이터와 새로운 ESG 데이터를 통합해 투자자와 기업이 쌍방으로 만족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