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발간 ‘기업과 인권’ 안내서 훑어보니

기업이 자발적으로 인권 존중 활동 돕는 게 목표 기업과 인권 체계 구축 급선무

2021-12-24     김민정 editor

법무부가 23일, 기업과 인권에 대한 안내를 담은 ‘2021 기업과 인권 길라잡이’를 발간했다. 법무부의 기업과 인권 안내서는 ‘유엔(UN)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OECD 기업책임경영 매뉴얼’ 등의 내용을 토대로, 국제적 기준에 맞는 기업과 인권이 무엇이며, 이를 기업의 규모와 상황에 맞춰 어떻게 잘 실천할 수 있는지 단계별로 소개한다. 

이번 안내서 발간과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기업 활동이 국경을 넘어 세계화됨에 따라 강제노동・아동노동 금지나 현지 주민과 소비자의 인권 보호, 환경권 및 산업 안전 보장, 책임 있는 공급망 관리 및 노동권 보장 같이, 인권 보호 주체로서의 기업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과 인권 길라잡이’의 일차적 목표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자발적으로 인권을 존중하는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향후 학교 등 일반적으로 이를 이행하려는 모든 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기업과 인권 위원회 및 실무부서 구성, 기업과 인권 선언 필요

안내서에 따르면, 기업과 인권은 인권을 존중하는 기업문화와 관행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인권 리스크에 대한 실사(due diligence)와 문제 발생 시 적절한 구제책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기업과 인권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주요 인권 규범과 원칙을 존중함으로써, 기업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신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기업과 인권 체계 구축’이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기업과 인권 체계를 구축하려면 가장 먼저, 기업과 인권 위원회 및 실무부서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기업과 인권을 기업의 내부 관리 및 사업 운영 과정에 실질적으로 도입하려면 기업과 인권 위원회, 기업과 인권 실무부서, 인권침해구제위원회, 기업과 인권 워킹그룹 등을 꾸려야 한다는 말이다.

스위스의 네슬레는 주요 부서장이 참가하는 인권워킹그룹(Human Rights Working Group)을 운영함으로써 각 부서가 기업과 인권 프로세스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KT 사례가 눈에 띈다. KT는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인권정책을 포함한 기업과 인권 사내 활동을 감독・조율하고 있다.

출처. 2021 기업과 인권 길라잡이

두 번째는, 기업과 인권 선언인데, 이는 기업의 인권존중 의지와 인권 리스크에 대한 실사, 구제조치 도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대외적으로 이해관계자의 인권을 존중할 것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내부적으로는 기업의 임직원과 협력회사 등에 대한 회사의 기대를 표명한다. 

기업과 인권 선언 사례로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권 연례보고서에는 접근성, 온라인 보안, 표현의 자유 및 사생활 보호, 데이터 보안이 기업의 핵심적인 인권 이슈로 제시돼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CEO 인권정책성명에 ICT 사업자로서 잠재적 인권 리스크를 ‘사업장 내 구성원 및 비즈니스 파트너 인권,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 접근권 및 표현의 자유, 기술, 서비스, 데이터 오용 방지’라고 제시하고 있다. 

 

기업과 인권 정보 공개와 교육,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내 확산 중요

기업과 인권 체계 구축을 위한 세 번째 방법은, 기업과 인권 정보 공개와 교육이다. 안내서는 '기업과 인권 위원회'를 설립하고 기업과 인권 선언문을 공표했더라도, 기업과 인권의 이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정보 공개와 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기업의 비재무적 정보에 대한 공개 요구가 강화되고 있으므로 기업과 인권 정보 공개에 대한 원칙과 절차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덴마크 제약기업 노보노르디스크는 2004년부터 일반적인 재무정보와 지속가능경영, 인권경영 등 비재무적 정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통합보고서를 발간함으로써,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업의 성과와 전략에 대해 좀 더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는 2015년 처음으로 독립된 형식의 인권 보고서를 발간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의 경우, GS칼텍스가 법정 필수교육인 성희롱 예방 교육,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등을 매년 필수로 이수하게 하며, 2019년 7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정의와 지침을 규정해 안내하고 있다. 

네 번째는,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내 기업과 인권의 확산이다. 기업은 기업과 인권을 확산하기 위해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최대한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내서는 대기업은 협력사가 기업과 인권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게 요구하고 지원할 것을 권장한다.

이와 관련된 사례로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을 들 수 있다. ‘2020 아모레퍼시픽그룹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18년 인권경영 의지를 담은 인권정책을 수립・공표한 후, 가치 사슬 전반으로 인권경영 이행을 확산하고 있다. 인권 실사는 자회사별 사업 특성과 현지 법규를 고려해 취약 영역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도출된 사항은 시정 조치를 통해 개선 및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과 인권 시급도 자체 진단표 및 단계별 로드맵 제시

마지막은 기업과 인권 단계별 로드맵이다. 법무부는 기업과 인권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모든 기업의 공통과제지만, 그 진행 방식은 기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기업과 인권 시급도는 기업 규모, 사업장 위치, 공급망에서의 위치, 제품과 서비스의 성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안내서 속 기업과 인권 시급도 자체 진단표와 단계별 로드맵을 통해, 기업들은 기업과 인권을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출처. 2021 기업과 인권 길라잡이

위의 ‘기업과 인건 시급도 자체 진단표’는 기업별 기업과 인권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기업들은 최근 3년 이내에 해당하는 지표의 수를 기준으로 기업과 인권 시급도를 자체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법무부는 “이 진단표는 기업과 인권 도입의 필요성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최대한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기업과 인권 로드맵을 받아들이고, 되도록 빨리 기업과 인권 3단계를 달성할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출처. 2021 기업과 인권 길라잡이

‘기업과 인권 추진 체계 구축 단계별 로드맵’은 기업의 규모와 특성, 해당하는 지표의 수를 기준으로 기업과 인권을 시작할 단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기업들은 위의 로드맵을 참조해 자신의 기업에 알맞은 시작 단계부터 점진적으로 기업과 인권을 실천해나가면 된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기업은 궁극적으로 기업과 인권 3단계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면서 “기업은 환경 변화에 주목해서 주기적으로 기업과 인권 시급도를 재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도입 속도를 조정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