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호황인데, 청정에너지주식은 왜 폭락할까

2021-12-24     김효진 editor

2021년은 ‘ESG 투자’의 해라고 할만큼 기록적인 자금이 유입되고 정책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대출과 채권 발행은 1조5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녹색채권은 5050억달러, ESG중심의 외환거래 펀드는 1300억달러로 1년 전에 750억달러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초기 단계 기후 기술기업들은 500억 달러에 육박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의 지속가능자금 관리자들이 벌어들인 수익만 보면 2020년 11억달러에서 18억달러로 대폭 늘었다. 

하지만 이에 반해, 글로벌 청정에너지지수는 맥을 못추고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풍력의 대표주자인 덴마크 오스테드와 스페인 유틸리티기업 이베드롤라, 미국 최대 주거용 태양광기업 선런 등이 포함된 S&P글로벌 클린 에너지 지수는 지난해엔 2배 이상 가치가 올랐는데, 2021년에는 지금까지 무려 27%나 하락했다. 

S&P글로벌 청정에너지 인덱스의 성과. 2021년 27%가량 하락했다./블룸버그

 

청정에너지 주식이 폭락하는 이유에 대해 소피 카프(Sophie Karp) 키방크 캐피털마켓(KeyBanc Capital Market)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상승 우려, 가정용 태양광 이용자들에게 지급해왔던 보조금을 대폭 낮추고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부과한 캘리포니아의 결정 등 예측하기 어려운 미국 정치와 규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밝혔다. 청정에너지가 장기적인 성장 전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대한 열정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프라계획, EU의 그린 택소노미 등 청정에너지 부양에 대한 다양한 촉매제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치적인 규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아직은 너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이 꼽는 원인이다. 

예를 들어, 지난주 웨스트버지니사 출신의 민주당원인 조 맨친(Joe Manchin) 상원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 위기 투자를 포함한 경제계획 법안에 반대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주가는 과속으로 추락했다. 조 맨친 상원의원은 민주당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지지기반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 결국 바이든의 시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EU를 중심으로 2022년 녹색채권 발행규모는 1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채권의 최대 발행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카렌 펭(Karen Fang) 글로벌 지속가능 디렉터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2022에도 ESG 채권 발행이 두 배로 늘어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겠지만, 글로벌 넷제로 전환과 투자자들의 요구에 힘입어 매우 강하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