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포함·원자력 배제' K-택소노미 최종안 공개됐다

2021-12-31     박지영 editor

녹색 경제활동을 분류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최종안이 결국 원안 변경 없이 최종안으로 결정됐다. 그간 많은 논란을 불러왔던 액화 천연가스(LNG) 및 혼합가스는 포함됐고, 녹색 경제활동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던 원자력은 제외됐다.

환경부는 3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K-택소노미 최종안을 공개했다. 지난 4월 초안 마련 후 8개월만이다. 환경부는 'LNG 포함, 원전 제외' 부분에 대해 "이번은 첫 도입이자 시범사업이라 일단 기존 방침대로 결정했고, 1년 운영 뒤 국내외 사정을 보고 조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LNG에 대해서는 “탄소중립이라는 최종 지향점으로 가는 중간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이라면서도 “LNG에 관해선 최소 2030년까지 인정기간을 부여하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술동향 등을 감안해 최대 2035년까지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K-택소노미의 최종안 공개일은 애초 이달 초로 예정돼 있었다. 전 세계적인 기준으로 쓰일 수 있는 EU의 택소노미와 발을 맞추기 위해 EU 택소노미 최종안 공개 예정일이었던 이달 22일 즈음에 맞춰 K-택소노미의 최종안도 미뤄졌다. 그러나 LNG와 원자력 포함을 둘러싸고 EU 내에서 갑론을박이 계속되면서 EU는 택소노미 최종안 공개를 내년으로 미뤘지만, 환경부는 EU의 결정 전인 30일 최종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K-택소노미에 기반해 모든 경제활동을 친환경으로 유도하기 위해 공시제도 개선 등 후속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환경부는 “금융권이나 산업계는 녹색사업 해당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녹색채권 발행, 녹색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다양한 녹색금융 활동의 준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녹색채권에 K-택소노미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2023년부터는 기업의 자금조달이나 투자유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큰 변화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NG 활동만 똑 떼어내 ‘전환부문’ 신설

K-택소노미 최종안에는 5월 공개된 초안과는 달리 전환부문이 신설됐다. 녹색경제활동으로 볼 순 없지만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을 위한 과도기적 성격의 경제활동이다.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 ▲LNG 및 혼합가스 기반 에너지 생산 ▲블루수소 제조 ▲친환경 선박 건조 ▲친환경 선박 운송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기후솔루션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3곳은 지난 28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전까지는 없던 ‘전환부문’을 신설하고 화석연료 기반인 LNG(액화천연가스)발전 등을 녹색분류체계 안에 포함시켰다”며 “LNG 발전은 석탄발전의 70%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뿐 아니라, 에너지 인프라의 화석연료 의존도를 고착해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될 위험이 높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LNG를 녹색 분류체계 속 전환부문으로 세분화하는 대신, 과도기적 활동은 아예 황색으로 표시하는 일명 ‘신호등 분류체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환경목표 기여가 확실한 활동만을 녹색으로 분류하고, 과도기적 활동은 황색, 환경에 반하는 활동은 적색으로 표시하는 체계다.

환경부는 환경단체의 반발과 산업계의 요구를 충족하는 방안으로 LNG에 해당하는 산업만 똑 떼어내 전환부문을 신설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설계명세서 기준 340g 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이내 ▲설계수명 기간 동안 평균 250g CO2eq 달성을 위한 감축 계획을 제시할 경우 두 가지 조건을 추가해 LNG를 포함하는 방안으로 최종 결정했다. 다만 LNG와 바이오가스, 수소, 암모니아 등을 섞은 혼합가스의 경우 녹색부문에 포함됐다.

 

한수원, 환경부에 “원전 포함” 검토의견 보내기도

환경부 “추후 국내외 동향 보겠다”

논란이 됐던 원전은 이번 분류체계에서 배제됐다. 원자력업계는 건설공기가 길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원전의 특성상 금융지원이 원활해야 한다며 원전이 K택소노미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지난 9월 환경부 산하기관에 "K택소노미에서 원전을 제외할 경우 해외 원전 수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정부는 ▲기존 정부 계획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나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NDC)에 원전 신설이 없는데다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두고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 원전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년 1,2월 최종안 결정 예정인 EU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된다면, 국내 원자력업계엔 충격이 미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체코,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에서 원전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프랑스와 같은 경쟁국이 자금조달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엔 1년, 이후 2~3년 주기로 K택소노미는 조정될 것"이라며 "EU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된다면, 우리도 사회적 합의 등을 통해 충분히 재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U 택소노미 최종안이 변수...

K-택소노미만의 정당성 준비해야

EU 택소노미의 결과에 따라, EU 택소노미와 K-택소노미의 정합성에도 일련의 간극이 벌어질 수 있다. 중국의 택소노미에 해당하는 녹색채권 카탈로그를 EU와 정확히 맞춘 이유도 세계 시장에서 자국의 시장이 EU 기준과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받을 수 있는 일종의 디스카운트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도 높아졌다. IEEFA는 지난 11월 LNG가 포함된 K-택소노미에 대해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녹색금융 신뢰도에 금이 갈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LNG를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전환’ 연료로 인식하게 되면, 탄소를 많이 배출할 수 있는 경로로 나아가 진정한 녹색에 투자하길 원하는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다.

관련기사: 美연구소 “‘K-택소노미에 LNG 포함...녹색 금융 신뢰도 떨어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