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ESG의 '문제해결자'로 행동하려면? KCGS 보고서
기업과 투자자 간의 간극 해소, 법적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핵심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KCGS Report’ 101호를 통해 ‘국내・외 ESG제도 동향과 기업의 ESG경영 지원과제’를 다뤄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를 펴낸 안수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로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문제해결자로 행동하도록 동기와 유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 유발자로서 책임을 지우는데 포커스를 두기보다, 선제적으로 문제 해결자로서 행동하게 하는 것이 더 기업가적인 혁신적인 사고를 발휘하게 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유익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라는 분석에서다.
국내 기업을 살펴보면, 최근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기업과 금융회사의 경우 회사 내에 관련 조직을 설치하거나, 경영진의 성과에 ESG를 반영하는 곳이 많아지는 추세다.
또한 지속가능보고서와 통합보고서 같은 형태로 ESG 정보를 제공하지만, 2013년 이후 보고서를 발간한 상장기업 수는 80개사 내외로 정체된 상태다. 기업마다 자율적으로 ESG 정보를 공개하다 보니 정보 범위와 품질이 제각각인 상황이다.
안수현 교수는 “지난 2021년 1월 4일, 금융위원회가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면서 “지배구조 보고서 의무공시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6년부터 전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정보 공시가 의무화된다”고 했다.
기업과 투자자 간의 간극을 해소하는 채널 다양화
보고서는 기업의 ESG 경영을 지원하는 방안을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봤다. 하나는, 기업과 투자자 간의 간극을 해소하는 채널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기업이 투자자의 관심사항을 적극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안수현 교수는 “투자자의 관심사항이 ESG에 있음을 파악할 경우, 이는 기업으로 하여금 어떤 이슈가 자사의 경영과 투자, 비즈니스 모델에 영향을 미치는지 끊임없이 탐색하고, 이를 개선해 혁신하고, 그 변화가 투자자의 관심과 이익에 일치해 상호유익한 관계로 지속가능한 투자 생태계를 만드는데 기여한다”고 밝혔다.
또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기업의 ESG 정책과 시행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알려야 한다. 안수현 교수는 “투자자와 금융회사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ESG 요소지만, 기업에게는 중요하고 관철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항목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경우, 기업은 투자자와 금융회사에 자신들이 선정・추진하는 사항이 기업의 가치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IR(투자자 관리) 강화, 최고경영자 및 이사회 구성원의 주요 주주와의 미팅 등 다양한 채널을 이용할 수 있다.
기업이 주주와의 대화 등 주주관여 활동을 하는 것도 기업과 투자자 간의 간극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수현 교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예로 들었다.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가 주주들에게 연례적으로 보내는 주주서한 중, 2020년에 기후변화 관리 요구, 주주관여 본격화를 선언한 이후 블랙록의 ESG 투자 규모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안수현 교수는 “블랙록의 주주서한 발표 후, 지속가능 자산 투자액이 2019년 대비 96% 증가했다”면서 “이후 2021년 주주서한에서는 기후변화를 ‘리스크’가 아닌 ‘투자기회’의 관점으로 전환해, 이에 관련한 정보공시 요구 확대 및 다양성과 관련해 주주 관여 본격화를 예고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ESG 관련 법적 리스크의 인식・관리 강화
보고서가 기업의 ESG 경영을 지원하는 또 다른 방안으로 꼽은 것은 기업의 ESG와 관련한 법적 리스크의 인식・관리 강화다.
이 경우, ESG 판단을 위한 ‘중요성’의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안수현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 ‘중요성(materiality)’ 관점에서 ESG를 접근하는 경향은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일반적으로 자본시장에서 통용되는 중요성의 기준은 합리적인 투자자의 투자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지의 여부 즉,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여부를 갖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ESG 판단을 위한 중요성의 기준을 이런 기준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것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안수현 교수는 “우리법 상, 기업의 이사에게 ESG를 의무적으로 고려하게 하는 규정이 없는 점과, ESG 정보 공시와 관련해 중요성 관점이 반영되는 경향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투자자와 기업 간에 상호 통용될 수 있는 ‘중요성 기준’을 선정하고 다듬는 것이 필요하고 시급하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ESG와 관련한 법적 리스크 인식과 관리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안수현 교수는 “우리법 상, ESG 경영이 이사의 의무는 아니지만, 최근 외국에서 기업을 상대로 한 투자자의 ESG 경영 위반 소송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으므로 법적 리스크 유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진정한 ‘혁신’ 수행도 필요하다. 기업의 ESG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회사법과 금융법이라는 틀로 기업의 행동을 변화하게 하는 것으만으로는 진정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안수현 교수는 “기업 스스로 문제해결자로서 혁신을 위한 경쟁을 유도하는 법제 환경을 마련하는데 전략적인 접근과 지혜가 모이기를 고대한다”면서 “ESG 관련 리스크의 다각적 분석, 기업 활동의 사회・환경에 대한 영향 조사, 리스크 기반의 체계적이고 과학적 접근, ESG 관련 리스크 관리를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 ESG 관련 리스크 공시방법 다양화, 다양한 공개 매체 활용을 통한 신뢰 확보 및 ESG 평가지표의 특정과 공개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