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ㆍ재활용ㆍ탄소포획으로 만든 혁신 제품
지난해 탄소는 소비자 제품의 혁신 원료로 발전했다. 글로벌 혁신 기업들은 화석 에너지에서 얻은 탄소를 포획하거나 재활용해 산업용 원료에 나아가 향수, 의류, 세제, 선글라스 등 일상까지 탄소 포획의 가능성을 넓혔다.
나이키-뉴라이트, 미생물의 생체 물질로 만든 플라스틱ㆍ가죽
미국 스타트업 뉴라이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탄소 중립 플라스틱인 '에어 카본(AirCarbon)' 승인을 받았다. 이 플라스틱은 해양에서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미생물이 생산하는 PHB 생체 물질을 활용해 제작되었다.
에어카본은 산소 40%, 온실가스 60%로 이루어진 에너지 저장 물질이다. 공기와 온실가스를 흡수할 수 있는 천연 미생물의 세포를 활용해 저탄소 제품 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뉴라이트는 패션 브랜드 코발렌트와 함께 플라스틱 악세사리 뿐 아니라 가방, 지갑, 케이스를 저탄소 가죽으로 전환하고 있다. 에어카본은 고체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기에 플라스틱과 가죽의 대체재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제품 내 탄소 제거를 위한 솔루션으로 에어카본을 도입하기 위해 뉴라이트와 협력할 예정이다.
나이키의 노엘 킨더 대표는 "우리 제품의 소재는 전체 탄소 발자국 중 70%를 차지하고 있다"며 "에어카본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혁신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자라-란자테크, 재활용 탄소로 만든 의류
지난 12월 글로벌 패션 기업 자라의 모회사이자 유통업체인 인디텍스는 바이오 테크 기업인 란자테크와 함께 재활용 탄소로 만든 의류를 개발해 자라 매장에 직접 선보였다.
란자테크는 대기 중 탄소를 포획해 재활용하거나 친환경 화학 물질로 변환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 공정을 통해 탄소를 포획하거나 전통 발효 방식으로 배출되는 폐가스, 폐탄소를 에탄올로 재활용한다.
인도 섬유기업 글리콜(IGL)가 이를 저탄소 에탄올 물질 중 하나인 모노에틸렌 글리콜(MEG)로 변환했으며, 대만 직물제조업체 파이스트 뉴컨츄리(Par East New Century)가 저탄소 폴리에스테르 실과 원단을 만들었다.
란자테크가 공급하는 MEG는 80%가 재활용 탄소, 20%는 폴리에스테르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자라-란자테크가 개발한 저탄소 의류의 주 원료이다. 탄소 포획으로 생산한 자라의 ‘파티 드레스 캡슐 컬렉션’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지난달부터 판매되고 있다.
란자테크는 탄소 재활용 기술인 카본 스마트(CarbonSmart™)를 활용해 지난해 항공사, 농업, 섬유 등 다양한 기업과 산업에게 재활용 탄소를 공급해 영역을 더욱 확장해 나가고 있다.
제니퍼 홀그렌 란자테크 대표는 “우리의 원단은 100% 저탄소는 아니지만 자라가 판매하는 전체 의류의 20%는 모두 산업 탄소배출물로 만들어진 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디텍스, 자라와의 협업은 폐탄소로 만든 패션 시장에 혁신을 불어넣었다”며 “패션 브랜드와 소매업체들이 직접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소포획으로 만든 향수
미국 스타트업 에어 컴퍼니는 화학비료나 연료 대신 탄소 포획으로 만든 에탄올로 향수를 개발했다.
발효 및 증류 과정에서 생산되는 에탄올은 수만 톤의 탄소를 배출한다. 에어 컴퍼니는 이러한 생산 과정을 재생가능한 전기로 운영하며, 식물이 햇빛과 물로 공기 중 탄소를 당으로 바꾸는 과정인 광합성 방식을 모방했다. 무화과 잎, 오렌지 껍질, 자스민 등 친환경 향기를 합성해 환경 영향력을 최소화했다.
향수 외에도 보드카, 에어 스프레이, 설탕, 손소독제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에어 컴퍼니 CEO인 그레고리 콘스탄틴은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기 전 발효와 산업용 알코올 공장에서 포획된다”며 “냉각, 압력, 액화 등을 거친 뒤 친환경 탄소와 수소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녹색수소와 탄소 포획으로 만든 선글라스
미국 스타트업 트웰브는 물에서 녹색 수소를 추출하는 데 사용되는 전해질과 유사한 탄소 포획으로 만든 전해질 시스템을 개발했다.
트웰브는 식물의 천연 광합성처럼 이산화탄소를 새로운 화학 물질로 전환한다. 주로 제트연료와 같은 산업용 원료로 활용됐으며, 녹색 수소와 탄소 포획으로 구성된 트웰브 소유의 E-제트 연료는 지난 해 미국 공군에 의해 공식적인 사용 인증을 받았다.
산업용 제품에 나아가 의류 브랜드 팡가이아와 손잡아 최초 상업용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탄소 포획으로 만든 선글라스는 플라스틱 주 제조 성분인 에틸렌이 대체됐다.
지난 혁신 사례를 기반으로 트웰브는 생활세제 제조회사인 타이드, 자동차제조사 메르세데스벤츠와 께 포획된 탄소로 만든 세제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