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 美환경보호국 환경 규제 권한에 제동걸까
미국 환경 규제 정책 내는 美 환경보호국 대법원에 피소 행정기관의 입법 기능이 '위임금지원칙'을 위반 여부가 관건 EPA가 패소하면, 미국 환경 규제 시스템에 대격변 일어날 것
미국 환경보호국(EPA,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의 온실가스 규제 권한이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주 등 일부 주는 미국 환경보호국의 규제 권한이 위헌이라며, 대법원에 제소했다. 제소 이유는 미국 환경보호국의 권한이 본래 허용된 수준을 넘어섰고 위임금지원칙(Nondelegation doctrine)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미국 환경보호국과 웨스트 버지니아주는 2월 28일(현지 시간)에 대법원에서 양측의 입장과 증거를 구술로 전하는 소송인 구두변론을 갖는다.
미국 환경보호국은 1970년에 대기오염방지법(Clean Air Act)이 제정되면서, 이에 기반한 규제 개발과 시행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 법에 따라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목적으로 규제가 동반된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주로 해왔다. 이번 재판은 50년 된 환경 규제 시스템의 존폐를 결정하기 때문에 환경운동가를 중심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PA 권한의 위헌 여부… ‘위임금지원칙’과 ‘보수적인 대법원’이 변수
환경보호국은 웨스트 버지니아주가 제기한 소송을 비롯해 4개의 소송에 휘말렸다. 대법원은 4개의 소송을 통합하여 구두변론을 열 예정이다.
웨스트 버지니아주를 포함한 원고 측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환경보호국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나는 EPA가 본래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할 권한은 있으나, 에너지와 전력망 시스템 등 더 넓은 영역에서 규제권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다른 이유는 의회가 EPA에 규제 권한을 허용하는 것은 위임금지원칙(Nondelegation doctrine)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위임금지원칙은 '의회의 고유 권한인 입법권을 행정기관에 위임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위임금지원칙은 대법원이 1935년에 뉴딜 정책에 위헌 판결을 내린 이후로 사실상 사문화된 법이다. 뉴딜 정책은 프랭크 루스벨트 미국 32대 대통령의 경제 부흥 정책으로, 정부가 경제와 산업 규제법 입법과 집행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보수적으로 법을 해석하여 이를 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EPA는 2001년에 위임금지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소됐으나, 대법원은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0일(현지 시간) 대법원이 법률을 보수적으로 해석해서, 판례가 뒤집어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블룸버그는 마이클 버거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기후변화법률 사빈센터(Sabin Center for Climate Change Law) 이사의 구두변론에 관한 전망을 전했다.
마이클 버거 이사는 “법원이 (구두변론)에서 의견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기존의 연방 규제 시스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법원이 위임금지원칙을 보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인데, 그 중심에는 닐 고서치(Neil Gorsuch) 연방대법원 대법관이 있다.
블룸버그는 고서치 대법관이 공식적으로 위임금지원칙에 대해 공감을 표명한 일과 어머니인 앤 고서치(Anne Gorsuch) 전 EPA 관리자의 사임 사건을 지적했다. 앤 고서치는 로널드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 EPA 관리자로 복무했다. 앤 고서치는 EPA의 예산을 삭감하고, 규제 집행 조치를 줄여서 EPA의 영향력을 약화했다. 그는 관리 미흡 문제로 의회의 압박을 받아 사임했다.
마이클 버거 이사는 “환경운동가들이 대법원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PA는 환경 규제와 기준 마련을 위해 비영리 단체와도 긴밀히 협력하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에 환경 분야 활동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환경 규제 50년 역사…대기오염방지법과 EPA
이번 판결로 미국의 환경 규제 50년의 역사를 담은 EPA의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됨에 따라, 환경보호국(EPA) 역사 또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대기오염방지법(Clean Air Act)을 1970년에 제정했다. 미국은 당시 환경에 관한 법률이 있어도 이를 지방자치단체, 기업, 개인 등에 적용할 상세한 규정이 없었다. 대기오염방지법은 환경법의 구체적인 시행법안으로 만들어졌다. EPA는 대기오염방지법의 시행 기관으로서 같은 해 설립됐다.
EPA는 대기오염방지법이 시행되는 50년간의 환경보호 및 경제적 이익 실적을 기관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선 "EPA의 대기오염방지법 관련 정책 실행으로 대기오염 감소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룩하는 탈동조화(Decoupling) 효과를 봤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기오염방지법 시행으로 각종 대기오염물질 농도가 1990년 이후로 급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1970년에서 2018년 사이에 미세먼지,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등 6개 오염원이 74% 감소했다는 것이다.
EPA는 또 미국이 같은 기간에 대기오염을 줄임과 동시에 GDP 성장률 275%, 자동차 운행 거리 191%, 인구수 60%, 에너지 소비량 49% 증가를 이뤘다고 전했다.
현재 워싱턴 D.C.에 본부를 두고 미국 전역 40곳에 사무실과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환경보호국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대기오염방지법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한다.
환경법의 규정을 제정하고, 환경 프로그램, 비영리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여 환경 관련 과학 연구 등의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당국은 에너지와 온실가스 배출, 그린 빌딩, 물관리, 지속가능한 구매, 교통, 폐기물 전환, 전자스튜어드십 등 다양한 이슈 영역에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