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으로 본 CEO의 SNS리스크... 해외 CEO들은 어떻게 하나

2022-01-12     박지영 editor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큰 공으로 돌아왔다. 최근 정 부회장이 '멸공', '공산당이 싫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소셜미디어(SNS)에 잇따라 게시하면서다. 정치권까지 달걀과 파, 멸치와 콩을 SNS에 업로드하는 이른바 ‘달(문)파멸공’ 밈(Meme)을 따라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됐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캡처

한참 정치인들의 ‘멸공’ 인증이 뜨거웠던 10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언급한 후에도 신세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60% 내린 23만3500원에 거래됐다. 신세계 주가는 이날 오전 장중 한때 8%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시가총액으로만 따지면 1673억원이 감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530억원 감소했다. 관련주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 I&C도 -4.98%, -3.16%로 내림세를 보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대량 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후 정용진 부회장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처할 수 없는 기업의 상황을 설명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업하면서 얘네(북한) 때문에 외국에서 돈 빌릴 때 이자도 더 줘야 하고 미사일 쏘면 투자도 다 빠져나간다”, “어떤 분야는 우리나라와 일본만 보험 할증이 있는데 이유가 전쟁위험과 지진위험 때문이다”라며 기업인으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내 일상의 언어가 정치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까지 계산하는 감, 내 갓 끈을 어디서 매야 하는지 눈치 빠르게 알아야 하는 센스가 사업가의 자질이라면 함양할 것”이라며 ‘멸공’ 언급을 그치겠다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정용진 부회장의 개인 의견이 중국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논란이 된 게시물 이전에도 인스타그램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글을 올렸다. 인스타그램측은 이를 "신체적 폭력 및 선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며 삭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이 담긴 기사 캡처 화면에 '멸공', '승공통일', '반공방첩', '이것도 지워라' 등의 해시 태그를 담은 게시글을 올리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이마트는 지난 2017년 중국 사업을 전면 철수했지만, 계열사 중 정유경 총괄사장이 대주주인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면세점과 화장품 사업을 펴고 있어 중국인 구매 비중이 큰 편이다.

일각에서는 신세계 불매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란 포스터가 커뮤니티 누리집에 공유되면서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진행하자는 목소리도 나온 것이다.

 

CEO 트윗 한 줄이 주가 쥐락펴락...

새로운 오너리스크의 출현

이번 사태를 두고 업계에선 '새로운 유형의 오너리스크'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전엔 폭행, 재산 싸움, 탈세, 횡령 등이 오너리스크를 일으켰다면, 이젠 SNS 상 CEO의 ‘돌발 발언’이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키는 시대가 된 것이다. 

대표적인 해외 SNS 오너리스크로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있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꾸준히 설화를 일으키며 테슬라 주가를 쥐락펴락 한 바 있다.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가 올린 트위터/캡처

지난해 11월, 머스크는 트위터에 “최근 들어 미실현 이익이 조세회피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과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이에 내 테슬라 주식 10%를 매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는 글과 함께 자신의 주식 매각을 지지하는지 묻는 설문을 올렸다. 트위터 게재 후 테슬라 주가는 7% 정도 떨어졌다.

2020년 5월에도 머스크가 트위터에 올린 “테슬라 주가는 너무 높다”는 글로 인해 당일 시가 총액은 약 17조원 가량 폭락한 바 있다. 2018년 8월 “테슬라 주식을 주당 420달러에 몽땅 사들여 상장폐지를 하고 싶다”는 트윗은 법적 리스크까지 불러일으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은 ‘주가조작’ 혐의로 일론 머스크에게 소송을 걸기도 했다. 이후 4000만 달러 벌금을 내고 테슬라 사내 변호사들이 자신의 트윗 일부를 미리 점검하도록 하겠다는 합의를 하고서야 소송은 종결됐다. 

 

해외서는 B2C보다 B2B 가까운 링크드인 사용 활발

사생활 노출 정도 심한 인스타그램은 "안해요"

CEO튜토리얼 닷컴에 따르면,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CEO 중 SNS를 사용하는 비율은 2015년 39%에서 2021년 68%로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CEO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SNS는 링크드인이다. SNS 계정을 가지고 있는 CEO 중 94%가 링크드인을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인스타그램 계정을 갖고 있는 CEO는 3.8%에 불과했다.

마케팅 컨설팅사인 인플루언셜 이그제큐티브(Influential Executive)는 “링크드인의 경우 B2C가 아닌 B2B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CEO가 많이 사용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시각적인 요소가 반드시 포함해야 하기에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브랜드의 인간화 측면에서 CEO SNS는 '필수'

체크리스트로 리스크 관리하자

많은 CEO들이 SNS를 사용하고 있는만큼, SNS 사용이 부정적 측면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SNS를 사용하는 CEO의 긍정적인 면/DDI

인적 자원 및 리더십 개발 컨설팅사 DDI(Development Dimensions International)에 따르면, SNS를 사용하는 CEO들은 그렇지 않은 CEO보다 ▲89% 이상 직원에게 향상된 권한을 부여하고 ▲52% 이상 더 강력한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46% 이상 더 영향력이 있고 ▲36% 이상 네트워크 구축 능력이 있으며 ▲19% 이상 더 열정적인 결과를 달성하고 ▲16% 이상 의사 결정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특성은 브랜드를 인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만들어낸다.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의 경우 자신의 전문적이고 개인적인 삶을 꾸준히 드러내면서 월마트라는 하나의 추상적인 이미지를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낸다. CEO와 브랜드를 일치화하는 매개체로 SNS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라는 기업의 특징과 마크 주커버그의 특징이 묘하게 겹치는 것도, 테슬라라는 기업의 특징과 일론 머스크의 특징이 겹치는 것도 ‘인간화’ 전략이 먹힌 탓이다.

기업의 이해관계자 중 하나인 대중 또는 고객과 직접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기업의 호감도를 높일 수도 있다. 가령 2016년 에어비앤비 CEO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2017년 에어비앤비가 어떤 것을 출시하면 좋겠는지 물어보는 트윗을 올린 적이 있다. 청소 서비스, 식사 예약 옵션 추가와 같은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부터 차별을 줄이고 자선단체에 더 많이 기부하는 브랜드의 사회적 책임을 개선하는 아이디어까지 수백 개가 쏟아졌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CEO에게 직접 제안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즐겼고, CEO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고려했다는 지점에서 효능감을 느끼면서 에어비앤비의 충성적인 고객으로 변모하기도 했다.

평판 컨설팅업체인 라이트 앵글스(Right Angles)의 낸시 엘가디는 “기업의 위기상황에서도 회사 리더의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CEO의 SNS 사용은 비즈니스 홍보 대사 역할 뿐 아니라 개인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업계 내 선구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적”이라고까지 말했다. 진솔하고 개방적인 모습이 대중과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쉑쉑버거 대니 메이어 CEO가 자신의 링크드인에 직접 올린 해명 글/캡처

쉑쉑버거 회장인 대니 메이어는 직접적인 SNS 소통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하기도 했다. 2020년, 쉑쉑버거는 연방 급여 보호 프로그램(PPP)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대출받은 바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 대출인데 중견기업인 쉑쉑버거가 대출을 받자 여론은 뜨거웠다. 이에 메이어는 자신의 링크드인에 애초에 대출이 어떻게 가능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밝히고, 즉시 대출금을 반환하겠다고 답하면서 리스크로 번지지 않았다. 활발한 SNS 활동을 유지해오면서 쌓아둔 대중과의 신뢰도가 사태 진화에 한 몫 한 것이다.

포브스지는 “CEO의 SNS 사용은 장단점을 다 가질 수 있다”며 몇 개의 체크리스트를 던졌다.

▲어떤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싶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각각 플랫폼에 따른 타깃 소통층은 누구인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게시물, 상태 업데이트, 기사 공유, 동영상 등 어떤 유형의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

▲얼마나 자주 플랫폼을 사용할 것인지

▲플랫폼 사용에 도움을 줄 사람은 누구인지

체크리스트를 통과했다면, SNS에 접속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