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사회(S) 리스크’ 관리 시급

현대자동차는 ‘노동・인권 개선’, HDC현대산업개발은 ‘안전’ 리스크

2022-01-14     김민정 editor
국내 기업의 사회(S) 부문과 관련된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픽사베이

국내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사업장 안전보건 개선, 공급망 및 사업장의 노동・인권 개선, 제품・서비스의 안전・품질 개선 등 ‘사회(S)’ 부문과 관련된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최근 기업의 ‘S 리스크’가 중대 위험 요소로 부각되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는데, 그중 하나는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디자인센터 디자이너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사업장의 노동・인권 개선이 이슈로 떠올랐다.  

11일 MBC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 연구소 디자인센터의 디자이너 이찬희 씨가 1년 4개월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2020년 9월, 자신이 디자인에 참여한 현대자동차 4세대 투싼의 신차 발표일을 8일 앞둔 시점이었다.

MBC에 의하면, 이찬희 씨는 팀장급인 책임연구원으로 승진했으나, 밤에도 휴일에도 일하는 등 과로에 시달렸다. 신차 발표일이 다가오면서는 품평회, 센터장 보고, 디자인 수정 지시가 잦았다. 센터장실에서 면담한 후, 야근하던 동료들 앞에서 "이찬희입니다. 제가 부족한 게 많습니다. 잘 하겠습니다“라고 크게 소리친 적도 있다.

이찬희 씨는 정신과에서 조울증, 심한 우울증,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6개월 간 휴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복직일이 다가올수록 상태는 점점 나빠졌고, 그동안 한 번도 없었던 가정 폭력까지 벌어졌다. 

MBC는 이찬희 씨가 남긴 기록, 유가족과 동료의 증언, 익명의 설문조사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취재한 결과, 이찬희 씨의 죽음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적 죽음이라 결론내렸다. 동료들 역시 그의 죽음이 ‘승자 독식의 치열한 경쟁 시스템’과 관련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건은 이미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음알음 파급력을 갖고 퍼져가고 있다. 이미 소셜미디어에는 유명 센터장의 직장내 괴롭힘과 관련한 조직 내부구성원들의 글들까지 퍼지면서, 지난해 네이버에서 벌어졌던 자살사건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내부 고충처리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사업장 안전 문제로 S 리스크 커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도 안전과 관련한 S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11일, 광주시 서구 화정 아이파크 신축 공사장에서 아파트 1개 동의 건물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HDC그룹의 HDC아이앤콘스가 시행을 담당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아파트 단지다. 

이 사고로 차량 20대가 파손되거나 매몰됐다. 1층에서 잔해물을 맞은 1명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컨테이너 등에 갇혀 있던 3명은 구조됐다. 실종된 현장 작업자 6명 중 1명은 구조됐으나, 생사 관련 여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바닥 슬래브를 지탱하는 수직부재 부족이라는 설계상 문제, 동절기 공사에 따른 콘크리트 강도 부족 무시, 골조공사와 후속 공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무리한 속도전이 대형 참사를 부른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S 리스크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건, 비단 이번 사건 때문만은 아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광주시 학동에서 발생한 붕괴 참사의 장본인이다. 당시 광주시 동구 학동4구역에서 철거하던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져 지나가던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사망자 9명과 부상자 8명이 발생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5년간 여러 건의 중대 산업재해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발생 등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 명단’을 살펴보면, 지난 2016∼2020년 공개 대상에 포함된 HDC현대산업개발 관련 사고는 5건이다. 이번에 공개된 사건의 사망자가 모두 하청업제 직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이 간다.

관련 업계에서는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지만, 하청이 원청의 압력으로 공사 기간 단축・비용 절감을 안전보다 우선시하고, 이것이 사고로 이어지는 현장 분위기가 여전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의 연이은 사건・사고로 인한 S 리스크에 투자자들은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2022년 글로벌 ESG 트렌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슈 또한 'Workforce Issue'다. 지배구조에 이어 국내 대기업의 또하나의 아킬레스 건인 '인권'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