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스타벅스, 현대차, 삼성웰스토리까지... ‘사회(S) 리스크’의 재발견
아마존, 스타벅스, 현대차… 사회(S) 리스크 부상 투자자들, ESG에서 사회(S)에 대한 인식 형성되는 것에 주목
국내외 기업의 노조가 ESG 경영에서 새로운 사회(S) 리스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FT(파이낸셜타임즈)는 21일(현지시각) ‘아마존과 스타벅스에서 노조가 새로운 ESG 골칫거리로 등장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민간 부문 근로자의 6%만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아마존과 스타벅스의 노조 결성 노력은 노동운동의 원기를 회복시켰고, ESG를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기업의 노조 관행과 관련해 새로운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다음달 4일부터, 앨라배마주 베서머의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노조 설립을 위한 찬반 재투표를 실시한다. 투표는 우편으로 진행되며, 개표는 3월 28일이다. 만약 노조가 결성되면, 25년 동안 무노조 경영원칙을 고수해온 미국 전 지역의 아마존 거점에서 노조 설립 열풍이 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현재 베서머 외에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창고와 시카고 창고의 직원들이 노조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의 직원 수는 미국 내 75만 명으로, 월마트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스타벅스 역시 노조 설립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9일에는 스타벅스 창립 이래 처음으로 노조가 결성돼 화제를 모았다. 뉴욕주 버펄로에 있는 매장 3곳에서 일하는 스타벅스 직원들이 노조 결성 여부를 투표한 결과, 3곳 중 한곳에서 노조 결성을 찬성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미국 내 9000여 개 매장과 23만5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그동안 노조 결성 시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잘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해 12월 결성된 버펄로 지역 매장의 노조가 스타벅스 최초의 공식 노조다. 이들은 노조를 통해 안전 문제를 비롯해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노조 설립과 관련, 트릴리움자산운용의 조나스 크론 최고법무책임자(CAO)는 FT에 “기업인들은 근로자를 상품으로 취급할 수 없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ESG 커뮤니티는 한동안 환경(E) 문제를 논의하는 데 만족했지만, 사회(S)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트릴리움자산운용 등 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노조에 투표한 뉴욕 버펄로 지역의 한 매장의 노동자들의 결정을 존중해 줄 것을 스타벅스에 촉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비상식적인 업무 관행을 포함한 조직문화 전반 점검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근로자의 노동・인권 개선과 관련한 소식이 연이어 전해져 관심을 모았다.
지난 17일, 현대차 남양연구소 설계 1동 앞에서 직원 60여 명이 촛불 집회를 열었다. 지난 2020년 9월, 현대차 남양연구소 디자인센터의 이찬희 책임연구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한 촛불 집회다.
현대차는 그동안 이찬희 책임연구원의 자살에 대해, 조직문화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여러 매체에서 이 사건이 다뤄지면서,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으며, 촛불 집회까지 열린 것이다. 이 촛불 집회는 현대차 창사 이래 처음 열린 촛불 집회였다.
상황이 이같이 흘러가자, 박정국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장은 21일, 제3의 외부기관을 통해 조직문화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호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찬희 책임연구원의 자살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이 처음으로 밝힌 입장이다.
박정국 본부장은 ‘연구소 임직원분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e메일을 통해 “이번 일에 대해 본부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문을 연 뒤, “조속한 시일 내에 제3의 외부기관을 통해 연구소 내 비상식적인 업무 관행을 포함한 조직문화 실태 전반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신속하고 투명하게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알렸다.
삼성웰스토리, 올해 성과는 예년 수준의 보상 받을 수 있게 노력
더불어 21일, 삼성웰스토리 직원들이 서울 강남에 위치한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트럭 시위에 나설 예정이라고 알려져 이슈가 됐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계열사의 모든 급식을 도맡아 운영하는 음식 기업으로,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는 삼성 계열회사와의 급식 내부거래를 바탕으로 내・외부 경영환경의 변화와 관계없이 매년 약 1조1000억원의 매출과 1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기업이다.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웰스토리 직원들이 초과 성과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 것이 발단이 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100% 몰아주고, 높은 이익률이 보장되게 계약구조를 설정한 삼성전자 등 4개사와 삼성웰스토리에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했다. 이중 삼성웰스토리의 과징금은 959억 7300만원 규모였다.
삼성웰스토리 직원들은 “삼성웰스토리가 창립한 이래로 2021년 매출에서 최대 실적을 찍었는데, 공정위 과징금으로 인해서 성과급이 미지급되게 됐다고 하니까 직원들이 엄청 들고 일어섰다”고 전했다. 또한 “2022년 임금인상률이 1.5%’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이렇게 낮은 임금 인상이 현실이 될까 걱정스럽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웰스토리 직원들은 각각 다른 사업장에서 근무해 서로 의견을 모으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블라인드 앱이나 오픈카톡방 등을 통해 집단의견을 모았다. 자신들의 답답함을 외부에 호소하려 트럭 시위를 생각해냈고, 이번 주중 트럭 시위를 하면서 서울 시내를 돌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웰스토리는 직원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하며 전향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로 인해 초과 성과 인센티브 재원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올해 성과에 대해서는 예년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임직원들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처럼 사내외에서 활발한 소셜미디어로 인해, 기업 문화가 더이상 예전과 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들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