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가 수직농업 스타트업과 손을 잡았다
일주일에 2억2000만 명의 고객과 회원이 방문하는 미국의 대형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수직농업 스타트업인 플랜티(plenty)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25일(현지시각) 밝혔다. 정확한 투자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투자는 원 매디슨 그룹과 JS캐피탈이 주도하고 일본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참여하는 4억 달러(4800억원) 규모의 펀딩 일부다. 월마트의 경영진은 플랜티의 이사진에도 참여한다고 한다.
플랜티는 미국의 수직농업 스타트업 중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기업으로, 본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고 연구시설은 와이오밍 주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수직농업 농장을 현재 캘리포니아 주에 건설하고 있다. 플랜티는 또한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농작물 생산 및 수확의 기계화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수직농업회사로도 알려져 있다.
수직농업이란 실내에서 환경과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사계절 농작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전통적인 농업은 대지를 평면적으로만 이용하지만, 수직농업은 농작물 생산시설을 높은 빌딩처럼 수직으로 여러 층을 쌓아 올려 생산한다.
수직농업은 넓은 농경지가 필요하지 않고, 기존보다 80-95% 적은 물과 적은 비료를 사용해서 환경을 통제하기 때문에 무농약 재배도 가능하다. 또한 도시나 근교에서 중간 유통과정 없이 농장에서 바로 슈퍼마켓 등으로 유통되므로 먹거리가 신선하다. 주로 실내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계절에 관계없이 생산할 수 있고 생산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 리스크가 커지고,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수직농업은 지속가능한 농업기술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에 의하면, 수직농업은 2022년까지 58억 달러(7조2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월마트의 사례에서 보듯, 최근 수직농업 스타트업은 식료품 유통체인과 협업하고 있다. 식료품 유통체인들은 ▲도시나 도시 근교에 있어 신선한 농작물을 빨리 공급할 수 있고 ▲해로운 농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며 GMO같은 식품보다 안전하고 ▲계절변화에 따라 농작물의 가격이 급변하는 일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수직농업을 선호한다.
미국의 고담 그린스(Gotham Greens)도 주목할 만하다. 2009년에 고담 그린스는 뉴욕의 브룩클린에 설립한 회사로, 미국 내에만 9개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고담 그린스는 실내농업의 선구자적인 기업으로서 수경재배 시스템을 사용해서 100% 재생에너지로 온실을 운영하고, 기존 농업보다 물은 95%, 토지는 97% 적게 쓰고 있다.
고담 그린스는 옥상에 온실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서 1층에서는 막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2층에서는 자신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식당 메뉴를 만들어 판매했다. 이 방법으로 기존에 농작물만 판매하던 방식에 비해서 몇 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이후 고담 그린스는 유기농 식료품 판매로 유명한 홀푸드 마켓 브룩클린(Whole Foods Market Brooklyn) 건물 옥상에 562평 넓이의 온실 농장을 만들고 매년 3억 5000만원 이상을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 고담 그린스는 1억 3000만 달러(1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수직농업을 소비자가 이용하는 슈퍼마켓에 직접 설치하고, 생산한 농작물을 바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회사도 있다. 독일의 인팜(Infarm)은 수직농업을 슈퍼마켓에 설치한 세계 최초의 회사다. 인팜은 유럽에서 가장 큰 도매업체인 메트로 그룹(Metro Group)과 계약을 맺었다. 반응이 좋아서 인팜은 현재 다른 슈퍼마켓들과도 협업하고 있다. 인팜은 시리즈D까지 투자받아 2030년까지 전세계 100개 지점을 낼 계획이다. 인팜은 2020년 여름 일본의 민영철도회사 중 하나인 JR동일본으로부터 자금조달을 받아, 일본의 열차 역사 내에 설치하는 등 일본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