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슬레, 공급망 아동노동 근절위한 계획 발표
글로벌 식음료 기업인 네슬레(Nestlé)가 농가에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공급망 아동노동 문제를 근절하는 등 코코아 공급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는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고 ESG투데이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위해 네슬레는 2030년까지 13억 스위스 프랑(1조7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킷캣(Kit Kat), 네스퀵(Nesquik) 등 다수의 초콜릿 브랜드를 보유한 네슬레는 세계 최대 코코아 소비기업 중 하나로,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등에서 연간 43만톤의 코코아를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열악한 사회적 여건과 기후변화 등의 환경적 요인으로 공급망은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 부족, 물 부족 등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공급망의 가장 아랫단에 위치한 코코아 농장에서는 아동 노동에 대한 심각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최대 600만 인구가 코코아 경작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그중 절반 이상이 하루 1.9달러(2200원)인 빈곤선 아래에 살고 있다고 세계은행(World Bank)이 보고한 바 있다. 특히,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내몰리는 아동노동은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열린 내각회의에서 패트릭 제롬 아키(Patrick Jerome Achi) 코트디부아르 총리는 “코코아 농가 소득이 자국 경제에 매우 중요한 주제”라며 “국가 전체 수출입의 절반을 차지하는 코코아 가격이 지난 40년 동안 두 번에 걸쳐 인하되어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그는 이러한 타격 속에서 “농가 소득이 낮아지고, 학교가 농가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들판에 나갈 수밖에 없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아동 노동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네슬레가 접근하는 계획 중 하나는 농가의 소득 증진 프로그램이다. 앞서, 2020년 1000개 농가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된 이 소득 증진 프로그램은 네슬레가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활동들을 농부들이 이행하면 즉각적인 재정적 혜택을 받게끔 구조화되어 있다.
일례로, 농가 자녀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기후 회복력을 고려한 혼농임업*을 적용하며 작물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친환경적인 농업 관행을 따를 경우, 500 스위스프랑(64만원)을 네슬레로부터 받게 된다. 또 프로그램을 통해 네슬레는 코코아 농가가 생산하는 카카오 콩의 품질을 평가해 프리미엄 (premium)을 산정할 때 농가가 환경과 지역사회에 제공하는 기여도도 추가적으로 반영해 지급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농가의 아동노동 비율을 줄이는 동시에 환경 개선과 소득창출까지 이어졌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이 같은 성공적인 결과를 토대로 네슬레는 올해 1만개 농가로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마크 슈나이더 네슬레 최고경영자(CEO)는 “빈곤이 만연하고 자원이 부족한 지역의 코코아 농가에게 가시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향후에는 그들의 생활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게 우리는 목표다”라며 “지속가능한 코코아 수급을 위한 오랜 노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어린이들이 정규 교육을 받고, 여성의 권리를 증진하며 농법 개선과 재정 자원을 촉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초콜릿 시장은 1천억 달러(120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가치는 소수의 다국적 기업만 누리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2월 인권단체인 IRA(국제권리변호사들)은 美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아동노동 착취 혐의로 네슬레를 비롯해 카길(Cargill), 허쉬(Hershey) 등 글로벌 식품기업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IRA는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 농장으로 끌려가 노동착취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8명의 말리인들을 대리해 소장을 제출했다. 말리인들은 아동기에 코코아 농장에 끌려가 수년간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IRA는 네슬레 등 초콜릿을 제조해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직접 코코아 농장을 소유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영향력이 지배적인 이곳의 농장지대에서 수천 명의 어린이들이 강제노동을 하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사건을 결정할 관할권이 없다며 소송을 기각했지만, 기업들은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4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아동노동이 840만명 증가했다고 지난해 밝혔다. 이에 2020년 기준으로 아동노동의 총 수가 1억6000명까지 증가해 전체 아동(5~17세)의 9.6%가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LO는 아동노동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와 그 가족을 위한 사회보호를 확대해 빈곤과 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취업할 수 있는 최저 연령까지 양질의 학교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신생아 등록을 의무화해 어린이들이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며 △성인 노동자에게 공정한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빈곤 때문에 생기는 아동노동을 근절해야 하며 △농촌 지역을 위한 기반시설 확충과 농작물 다양화를 통해 농촌 주민들의 생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 혼농임업: 농업과 임업을 겸하면서 축산까지 도입하여 식량, 과실, 풀사료, 땔감, 목재 등을 생산하고 토양보전을 실천하여 지속농업을 가능케 하는 복합영농의 한 형태로 EU 각국에서 폭 넓게 실용화 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