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외부감축사업, 환경부와 산업부 입장차…기업은 정부 눈치만

'국・내외 외부감축 사업 활성화 및 국내제도 연계방안' 세미나 개최 외부감축 사업, 산업부는 확대하자 vs 환경부는 축소하자

2022-01-28     송준호 editor
산업부와 기후변화센터가 주최한 ‘국・내외 외부감축 사업 활성화 및 국내제도 연계방안' 세미나/클리마투스 컬리지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재)기후변화센터와 ‘국・내외 외부감축 사업 활성화 및 국내제도 연계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외 외부감축 사업 활성화 안을 두고 입장 차를 보였다. 

임석기 한국에너지공단(산업부 산하) 온실가스감축 팀장은 세미나에서 "인증제도 간소화 등을 통해 외부감축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광호 한국환경공단(환경부 산하) 상쇄제도운영부장은 "일부 외부감축 사업의 경우 실제 감축에 대한 검증이 취약하고, 시장 가격을 교란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발제가 끝나고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외부감축 사업 활성화를 촉구하며, 정부의 입장과 구체적인 지침을 내려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패널토론은 ▲백진우 국무조정실 2050탄소중립위원회사무처 기획총괄국 팀장과 ▲김소희(재)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유인식 IBK기업은행 팀장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 센터장 ▲하상선 에코아이 탄소배출권사업본부 상무가 참여했다.

 

외부감축 사업 실행과 현황

산업부 입장을 대표하는 한국에너지공단의 임석기 팀장은 "외부 감축사업이 배출권 거래제 상쇄 제도와 연계되지 않으면 외부사업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외부 감축사업은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대상업체의 외부에서 온실가스를 감축, 흡수, 제거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외부 감축사업을 하려면, 사업자가 등록된 방법론을 이용해서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상쇄 등록부 시스템에 신청해야 한다. 주무관청은 이 사업계획에 대한 타당성 평가와 감축량 인증 방법론 검토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환경부와의 협의 후에 최종 인증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외부 감축사업 방법론은 온실가스 감축량을 계산하는 절차와 방법을 기술한 문서인데, 2022년 1월 기준으로 일반 방법론 61개, CDM(청정개발체제) 방법론이 211개로 총 272개의 외부 사업 방법론이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임 팀장은 "국내 산업 발전 부분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은 21개인데, 주로 9개 방법론이 사용되고 그중 고효율 설비 교체 방법론이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임석기 팀장은 외부감축 사업의 필요성과 활성화 방안을 제안했다. 

임 팀장은 “외부 사업이 배출권거래제에서 할당 대상 업체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감축 수단을 활용함으로써 배출권 제출의 유연성을 보장할 수 있는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할당 대상업체들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부 사업을 통해 이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임 팀장에 따르면, 기존에는 외부감축사업이 배출권 거래제에만 연계됐는데, COP26에서 국가 NDC(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에 활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유용하다고 한다. 국내 외부 감축사업은 계속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국외 신규 사업을 발굴,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에너지공단, "외부감축 사업 확대하자"

비싼 검증 비용과 복잡한 인증 절차 줄이자

중소업체는 외부 감축사업에 등록된 방법론 중 '고효율 설비 교체'와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한 자가발전'을 하는 추세다. 기업이 CSR 활동을 외부 사업으로 연계하는 사업 모델로 확대할 수 있고, 대·중·소 상생 효과도 부각할 수 있다. 중부발전의 코미 에너지 사업, 서부발전의 농가 온실가스 감축 사업 등이 대·중·소 상생 관련 사업들의 대표적인 사례다.

임 팀장은 외부 사업자, 컨설팅 기관, 연구기관, 검증기관 등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사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는데, '(가칭)외부 감축 정책 협의회'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임 팀장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 제도 중 하나인 '목표 관리제'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목표 관리업체가 온실가스를 감축하더라도 인센티브가 거의 없어서 감축 사업에 투자할 동인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임 팀장은 "목표 관리 업체가 초과 감축 실적을 내면 이를 외부 사업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석기 팀장은 극소규모 감축 사업은 모니터링 및 인증, 보고 등의 과정이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모든 사업을 총괄기관인 환경부와 협의해야 하는 점이 부담이기 때문에 이를 생략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현행 상쇄 배출권 제출 한도가 국내외 구분 없이 5%까지만 인정되는데, 이를 상향하고 국내외 기준을 다르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환경공단, "외부 감축사업 줄이자"

검증 취약하고 시장 가격에 교란 생긴다

하지만 환경부의 입장은 산업부와 확연히 달랐다. 이광호 한국환경공단(환경부 산하) 상쇄제도운영 부장은 "외부감축 사업에 있어서 검증이 취약한 지점이 있으며, 이로 인해 시장에 가격 교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부감축 사업은 현재 환경부가 총괄기관이며, 부분별로 5개 관장기관이 있다. 그 아래 운영기관으로 한국에너지공단과 한국환경공단 등이 있다. 외부 감축사업은 배출권 거래제의 상쇄제도와 관련이 깊다. 배출권 거래제의 상쇄 제도는 사업자가 외부 감축사업을 통해서 할당받은 '감축인증 실적(KOC)'을 배출권 거래제 할당 대상 업체 등에 판매하고, 이를 구매한 업체는 외부사업 인증 실적을 상쇄 배출권으로 전환한다. 즉, 배출권 거래 제도 내에서 상쇄 또는 거래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활용하고자 하는 제도다. 

이광호 부장은 "국가 NDC 달성을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시장과 시장 외부에서 모두 감축이 상당 수준 이뤄져야 한다"면서 "할당대상 업체가 외부 감축사업으로 감축한 실적을 배출권시장으로 가져오게 되면, 그 배출량만큼의 추가 배출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광호 부장은 배출권거래제와 국외 감축 사업간에 MRV(측정,보고,검증, Measure, Reportable, Verifiable)의 차이가 이런 문제를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배출권 거래제는 할당 대상 업체가 명세서를 제출하면, 이에 대한 검증이 전체적으로 다 이뤄지는데 반해, 외부 감축 사업의 ‘다’ 유형은 실제 감축 여부에 대한 검증과 관리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제대로 검증과 관리가 안 된 국외 감축 실적이 국내 배출권 거래 시장으로 과다하게 유입되면, 시장가격에 교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광호 부장이 검증 문제를 제기한 ‘다’ 유형은 국내 CDM 사업의 한 유형이다. 국내 CDM 사업은 (가),(나),(다),(라) 네 개 유형이 있다. (가) 유형은 국내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사업의 주체로 지분율을 20% 이상 갖고 직접 참여한 경우다. (나) 유형은 역시 해당 기업이 사업 주체로 지분율 20% 이상을 보유한 유형이다. (다) 유형은 국내 기업이 불특정 다수의 최종 사용자에게 감축 제품이나 기술을 보급하고 판매한 경우다. (라) 유형은 기업이 저소득 국가에서 진행된 사업에서 국가・지자체・공공기관과 공동으로 비용을 지원한 경우다.  

 

쿡스토브 사업 없애나? 환경부와 산업부 입장차 뚜렷

행사에 참여한 패널들은 두 기관 간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고, 민간에서 따를 수 있는 지침이 없어서 정부 눈치만 살피고 있는 상황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특히, CDM 사업의 (다) 유형에 해당하는 쿡스토브 사업에 대해 에너지공단과 환경공단의 의견이 다른 점이 지적됐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외부의 감축 실적이 국내 배출권 시장의 가격을 흔든다는 우려로 배출권 제출 한도를 5%로 줄이고, (다) 유형에 해당하는 쿡스토브 사업을 없애겠다는 메시지가 나오는 것은 탄소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비판했다. 김소희 사무총장은 극소규모 사업의 경우에 검증 비용이 중소기업에는 너무 부담되기 때문에, 정부가 검증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인식 IBK기업은행 팀장은 “쿡스토브 같은 (다) 유형에 대해 에너지공단과 환경공단의 입장이 분명히 정반대인데, 이런 부분에서 기업들이 혼란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정부는 기업에 다양한 감축 옵션을 제공해주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가 기업에 해당 감축 수단을 쓰지 말라는 것은 시장을 존중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상선 에코아이 상무와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센터장도 검증 비용 문제와 상쇄 실적 상향 문제를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백진우 국무조정실 팀장은 “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의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 안에 국제 감축 사업에 관한 내용이 많다”며 “시행령을 빨리 마련해서 이 체계에 대해 제기된 궁금증과 개선점을 해소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본 세미나에 대한 핵심 요약과 상세한 내용은 <임팩트온>의 유료멤버십에 한해 전체보고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