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고객투자자에게 “넷제로 전환 투자를 안내합니다" 서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탈탄소화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투자 기회를 잘 포착하고 기후 리스크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넷제로 전환에 투자하는 방법(How to invest in the net zero transition)’이란 제목의 서한을 최근 공개했다고 ESG투데이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한의 수신자는 '넷제로 전환에 관심을 표명'한 고객 투자자다. 서두에서 블랙록은 “고객 투자자로부터 ‘넷제로 전환 리스크로부터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투자 기업의 넷제로 약속을 어떻게 측정하고 있는지?’, ‘어느 기업이 넷제로 전환에 성공할 것인지?’, ‘탄소집약 기업의 넷제로 전환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의 수많은 질문을 받고 있다”면서 “수탁자의 책임 차원에서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 투자자 보호 계획을 공유하기 위해 서한을 쓰게 됐다”고 목적을 밝히고 있다.
ESG 투자규모 4700조원, 실제 넷제로 실행에는 수십년 걸릴 것
서한에서 블랙록은 경제 시장의 넷제로 전환에 따른 명암(明暗)을 고객 투자자에게 숨김없이 밝히고 있다.
먼저, 전세계적으로 탈탄소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재생에너지 투자 증가가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감소를 빠르게 앞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넷제로를 선언한 국가의 비율이 이전에는 10% 미만이었지만 최근 95%로 확대되었다며 탈탄소화의 속도는 보다 빨라질 거라고 전망했다.
투자에 있어서도 넷제로는 수익과 규모 측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이 성장률이 6배에 육박하는 지속가능한 투자로 투자 자금을 이동시켰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ESG 관련 투자 규모는 4조 달러(4794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넷제로 전환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라고 블랙록은 서한에서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 흐름을 잃었던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현 수준에서 재생에너지의 공급이 화석연료의 수요를 메울 수 없음에 따라 기후변화에 치명적인 가스, 석유, 석탄의 가격을 오히려 폭등시키고 있다. 또 넷제로 전환의 속도와 형태는 매우 불확실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실행되는 데는 수십년이 걸릴 거라고 전망했다.
넷제로 전환이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에서 블랙록은 지난 2년 동안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조치와 도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ESG 리스크를 투자 프로세스에 통합하고, 200개 이상의 새로운 지속가능한 펀드를 출시했다. 또 혁신적이고 전망이 밝은 탈탄소화 기술 및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기후변화 기회와 리스크를 식별하고 관리하는데 전문성을 가진 탈탄소화 파트너십(Decarbonization Partners)을 구축했다.
투자한 기업의 기후 기술의 상업적 실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빌게이츠가 주도하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캐털리스트(BEC, Breakthrough Energy Catalyst)'와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더불어, EFT 및 인덱스펀드에 ‘내재된 온도 상승 메트릭스(Implied Temperature Rise Metric, ITR)’를 반영시켜 넷제로 투자의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를 마련했다. ITR은 투자 기업의 현재 탄소 배출 강도와 미래 배출 평가를 통합시켜 섭씨 0.5도 단위로 표현한 수치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ITR을 반영해 투자자들이 파리기후협정 과정에서 협의된 1.5도를 지키는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블랙록이 투자자들의 넷제로 전환을 안내하는 방법
더불어, 2022년 목표도 함께 밝혔다. 넷제로 전환 가운데 투자자를 보다 잘 보호하고 안내하기 위해 블랙록은 ▲알리딘(Aladdin, 블랙록의 금융 플랫폼 서비스)에 넷제로 전환 분석 도구 및 포트폴리오 조언 제공 ▲넷제로 전환에 대한 탐색(navigate), 추진(Drive), 발명(Invent) 프레임워크 제공 ▲넷제로 전환 중심 투자 전략 촉진을 약속했다.
그 중에서도 블랙록은 ‘탐색, 추진, 발명’ 등의 전략이 담긴 전환 프레임워크 제공 계획을 서한에서 강조했다.
먼저 블랙록은 “탈탄소화가 지속가능한 투자뿐 아니라 모든 투자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탈탄소화 기술, 에너지 가격, 정부 규제, 전망 등을 탐색(navigate)해 투자자에게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블랙록은 독점 데이터, 자체 연구, 인사이트를 반영한 전환 벤치마크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2022년에 보다 통찰력을 담은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특히 2022년에는 은퇴 준비 목적의 투자자를 타깃으로 기후변화를 고려한 투자 접근을 확대하고 자사의 ‘지속가능한 투자 인텔리전스(BlackRock Sustainable Investing Intelligence)’ 프로그램을 활용해 투자자가 포트폴리오에 환경을 반영시킬 수 있는 전략을 더 많이 구축할 방침이다. 또 포트폴리오 컨설팅 및 외부 투자 전문가를 활용하여 넷제로 투자의 안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두번째로 블랙록은 넷제로 가속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투자자를 위해 추진(Drive) 전략을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서한에서 블랙록은 한 투자자의 말을 인용해 “오늘 넷제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한다고 해서, 내일 탈탄소화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인식은 투자자 사이에서 확대되고 있으며, 탈탄소화를 쥐고 흔들 투자 전략을 원하는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성공적인 탈탄소화를 이끄는 방법으로, 전력 부문 투자의 경우 석탄 화력 발전소의 조기 폐쇄를 협상하고 잉여 자금으로 배터리 기술에 투자하는 등의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고 블랙록은 설명한다. 또 철강 생산업체의 경우 다량의 탄소배출로 지적받는 기존 용광로를 전기로로 교체하는 등의 투자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이같이 투자로 탈탄소화를 주도하는 ‘추진’ 전략을 2022년 고도화시킬 방침이다. 투자 플랫폼 전반과 기존 투자 전략에 탈탄소화를 더욱 집중시킴으로써 투자로 넷제로 전환을 보다 촉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블랙록은 넷제로 전환을 이끌 기술 발명(Invent)에 투자 전략을 제시할 방침이다. 그린 수소, 탄소포집(CCUS), 녹색 시멘트,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 등 탈탄소 기술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 경쟁력이 없는 건 사실이다. 이러한 탈탄소 혁신 기술을 상업화하고, 또 다른 기술을 발명하려면 투자 자본이 필요하다고 블랙록은 설명한다. 이를 위해 블랙록은 탈탄소 기술을 보유한 신생 기업의 시장 가능성을 검증하고 모색하는데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 홀딩스'(Temasek)와 지난해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 2월 초에는 탈탄소 기술 투자 기회 식별을 담당할 전담 투자팀을 발족하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2022년 한해동안 블랙록은 학계, 전문가 그룹과 협력하여 넷제로 전환을 이끌 차세대 기술과 신생 기업의 투자 기회를 모색해 투자자에게 안내할 계획이다.
서한 마지막에 블랙록은 "우리는 넷제로 전환 투자에 있어 세계 최고의 조언자이자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가장 정교한 최신 분석 기능을 제공하고 기업과 이해 관계자에게 적합한 투자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