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해외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한화에너지, 두산중공업, LG에너지솔루션, 현대일렉트릭, SK E&S…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
탄소 중립이라는 거대한 흐름과 재생에너지의 급속한 증가에 맞물려, 에너지 저장 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ESS)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ESS는 발전원에서 남은 에너지를 저장장치에 담아두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공급해, 전력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장치다. 태양열・풍력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처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발전원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기술로 알려졌다.
에너지 업계는 ESS가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전력 공급의 불확실성을 보완해 빠르게 성장할 것이며, 탄소 감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 등 해외 ESS 시장은 고속 성장세를 보이며, 각국의 에너지기업들은 ESS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미국의 차세대 전력망 ESS 도입’ 보고서를 펴낸 KOTRA(코트라)의 배성봉 미국 시카고무역관은 “에너지 조사기관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미국의 2021년 ESS 시장 규모는 55억 달러(약 6조589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0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한 액수”라고 했다. 지난해 미국의 ESS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배성봉 무역관은 “미국 ESS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탈 탄소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확대, 정부의 ESS 활용 권고, 글로벌 리튬 배터리 가격 인하 등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그중 주 정부 차원에서 ESS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에서도 ESS는 비교적 새로운 기술에 속하기 때문이다.
배성봉 무역관은 “캘리포니아는 2010년에 제정된 법률에 따라 2020년까지 1325메가와트(㎿의) 추가 ESS 설치 목표를 고안했는데, 2020년을 기준으로 506㎿의 ESS가 운영되고 있으며, 추가로 1,027㎿ 규모의 ESS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는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비중이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ESS 수요가 많다.
또한 “뉴욕은 2030년까지 3000㎿의 추가 ESS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2020년 현재까지 뉴욕은 93㎿ 규모의 ESS를 도입했으며, 1076㎿ 규모의 ESS를 추가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밖에 매사추세츠, 뉴저지, 버지니아, 오리건 등이 주 정부 차원의 ESS 도입 목표를 내걸었다고 한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ESS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30%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드맥킨지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에만 배터리 용량 기준으로 전 세계에 11기가와트시(GWh)가 보급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30년에는 164기가와트(GW)까지 늘어나 누적 설치용량이 741GWh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ESS 시장 성장은 한계 있어, 해외시장 진출 확대가 관건
해외 ESS 시장이 고속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에너지기업들 또한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뉴욕, 네바다 등에 총 1.1GWh 규모의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중공업은 미국 괌에서 6200억원 규모의 화력 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했는데, 25㎿ 규모의 ESS도 함께 설치한다고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최근 가정용 ESS 배터리를 미국 시장에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현대일렉트릭은 최근 전력변환장치 전문기업 ‘플라스포’의 지분 61%를 228억원에 인수해 친환경 ESS 기술을 확보했는데, 플라스포의 전력변환장치와 연계한 독자적인 ESS 개발을 통해 북미와 유럽 등 해외의 분산형 전원 시장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K E&S는 미국의 ESS 기업 ‘키캡쳐에너지(KCE)’의 지분 약 95%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함으로써, 미국 에너지솔루션 시장에 진출했다. 경영권 인수와 더불어 신규 프로젝트 추진 등에 6억 달러(약 7188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한화솔루션 역시 해외 ESS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재생에너지 전문 개발 기업 ‘RES프랑스’를 1조원에 인수했는데, 이를 통해 유럽에서 ESS 사업과 태양광・풍력 사업 진출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화큐셀은 미국 텍사스에서 380메가와트시(MWh) 규모의 ESS 대규모 단독단지 개발에 나섰으며, 이를 기반으로 미국 ESS 시장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배성봉 무역관은 “국내에서도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확산 정책으로 한때 ESS 관련 산업이 급성장했지만, 제한된 국토 면적과 선진화된 산업 구조로 인한 전기 사용량 증가 둔화로 국내 ESS 시장 성장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면서 “국내 ESS 기업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 확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에너지부는 최근 ESS 비용 절감 및 연구・개발 역량 강화 계획을 발표하는 등 ESS 도입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ESS가 미국 전력망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특히 10시간 이상 사용 가능한 전력 저장장치인 ‘장주기 ESS’에 관한 관심이 높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