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원회, 제각각인 ESG 평가 체계 손보나...연구조사 진행중
급격하게 성장한 지속가능투자 시장, ESG 평가기관별로 들쑥날쑥인 등급체계 데이터 수집 절차, 평가 체계, 투명성 등을 들여다볼 계획
영국의 패스트패션그룹 부후(Boohoo) 스캔들에서 보듯, 지속가능 투자가 신뢰를 받기 위해선 기업의 ESG등급 혹은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되는 것이 선결과제다. <부후 스캔들은 관련기사 참조>
부후그룹에 AA 등급을 매겼던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에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바로, ESG 등급만 보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부후그룹의 주가는 최고가의 절반 가량 떨어졌다.
사실 이런 고민은 지난해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심각하게 논의되었다. 자본시장에서 지속가능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ESG 데이터와 기업의 ESG성과를 평가하는 평가기관의 수도 급증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ESG 평가 서비스의 신뢰를 확보할지가 관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유럽위원회, 서스테이너빌리티에 '지속가능성 평가 및 연구 조사' 맡겨
이와 관련,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지속가능성 평가 및 연구에 관한 조사(Study on Sustainability Ratings and Research)'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 ERM그룹)'의 앤티아(Anthea van Scherpenzeel) 컨설턴트는 자사 홈페이지 기고를 통해 최근 이렇게 밝혔다.
"기업의 비재무성과 평가기관, ESG 데이터 공급기관, 벤치마크(benchmark) 제공기관, 신용평가기관 등이 제공하는 지속가능성 관련 서비스(ESG 등급, ESG 점수, 데이터, 벤치마크, 연구자료 등)에 금융시장은 앞으로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다.
한데, ESG 평가기관들마다 제각각 기업의 ESG 등급을 매기는데, 이들의 상관관계가 매우 낮다. 때문에 사람들은 ESG 등급이 너무 주관적이거나, 비교 불가능한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
유럽위원회의 연구 용역도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 것이다. 연구조사는 크게 4가지 방향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지속가능성 관련 서비스 시장의 현 상황이 어떤지 ▲지속가능성 서비스별로 각각의 종류와 분류체계를 만들며 ▲지속가능성 서비스에 관한 이용현황 및 품질을 조사하며 ▲지속가능성 관련한 서비스 수요를 자극하고 공급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권장사항을 유럽위원회에 제공하는 것이다.
ESG 등급이 제각각인 세 가지 이유
앤티아 컨설턴트에 따르면, ESG 등급이 제각각인 이유는 몇 가지가 존재한다.
우선, 방법론이 표준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 평가기관은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섹터별로 각각 자사의 기준에 따라 가중치가 포함된 ESG 지표들(indicators)로 기업을 평가한다. 어떠한 특정 ESG 요소에 가중치를 부여할지는 ESG평가기관들의 재량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다.
A기업이 S(사회) 부문의 공급망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더라도 사회공헌 점수가 높으면 이를 만회할 수 있기에, S 전체 점수가 떨어지지 않는다. 현재까지 일반화된 ESG 평가 방법론이 없기 때문에, ESG 점수와 등급을 서로 비교하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의 투자자들이 제한적인 정보만을 이용해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종종 기업의 ESG 워싱(ESG Washingㆍ실제와 달리 포장만 ESG인 것)을 피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이뿐 아니라, ESG 등급 평가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가장 큰 원인은 ESG 등급이 공개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 때문이다. 이로 인해, ESG 요소에 대해 많이 보고하고 전문 컨설턴트에게 설문지를 작성해 제공할 수 있는 대기업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또 영어를 사용하는 회사들, 지속가능 투자의 규모와 영향력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유럽 본사를 둔 기업들 또한 상대적으로 평가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ESG에 대해 '새로운 무역장벽'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문제다. 기업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 ESG 평가기관은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 기업에 직접 보낸 설문조사, 기업 임직원들과의 미팅(회의, 인터뷰, 워크숍 등), 기타 정보를 포함한 다양한 절차를 거친다.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데이터가 있거나, 외부 데이터와 내부 데이터가 불일치할 경우 ESG 평가기관은 종종 통계모델을 이용해, 시장 평균에 기초한 추정치를 만든다. 이처럼 일관되지 않은 데이터 수집 절차와 다양한 추정 모델 때문에 ESG 점수와 등급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한편, 이번 유럽위원회의 조사에서 중점을 둘 분야는 다음과 같다고 밝혔다.
- ESG 평가기관들이 수집하거나 추정하는 데이터의 정확성, 데이터 불일치를 처리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 ESG 평가기관이 수행하는 데이터 평가 프로세스(절차)
-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사용한 ESG 등급 방법론의 투명성
앤티아 컨설턴트는 “지속가능성 평가 및 연구를 통해 현재 제기된 이슈를 해결하려면, 많은 관계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온라인 참여는 여기서 하면 된다.
☞https://www.sri-research.com/ec-study-known-know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