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Inside】 기업 ESG 경영의 근간, 중요성(Materiality) 평가 다시 보기

2022-02-16     임팩트온(Impact ON)

"ESG 경영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경영진이 직접 발표하고 조직을 만들어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회사의 실무자들로부터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접한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중에서 무엇을 해야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지, ESG 선도기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 지 고민이 많다고 한다.

경영진의 초미의 관심으로 인해 이사회에 위원회를 신설하고 독립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는 등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도 한다. 또, 글로벌하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환경 이니셔티브에 가입도 하고, 도전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해도 하루 이틀 뉴스거리는 될지언정 단숨에 ESG 대표기업으로 부상하는 마법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소연이다. 

이러한 이유는 ESG가 지배구조-경영 전략-목표 및 성과 관리와 연계되어 기업 체질의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이러한 변화가 기업에 체화되어 중장기적으로 재무적 성과와 연계되어 정보 공개까지 보다 긴 호흡의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SG 경영의 시작은 우리 회사의 '중요성(Materiality)' 파악부터

재무적 영향 평가를 포함해서 기업 가치와의 연계를 보여줘야 

그러면, 단기적인 활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서 기업 ESG 경영의 시작을 비즈니스 특성과 대내외적 경영 환경 등을 고려하여 단 · 중 · 장기적으로 우리 회사에 중요한 사안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전문 용어로 중요성 평가(Materiality Assessment)를 통해 회사의 업(業)과 연계된 중요한 ESG 이슈(Issue)가 무엇인지를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그와 연계하여 회사가 전략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즉, 다양하고 광범위한 ESG 이슈 중에서 ‘우리 회사’에는 ‘어떠한 것이 중 · 장기적으로 비즈니스에 중요한 것(Materiality)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인 것이다.  

중요성 평가는 일반적으로 1) 비즈니스 연관성, 2) 이해관계자 관심도, 3) 재무적 영향도 평가 등의 과정을 포함한다. 무엇보다도 재무적 영향도 평가를 통해 개별 사안의 중장기적 재무적 위험(비용)과 기회(수익)을 평가하여 중요한 이슈를 도출해야 기업의 ESG 활동과 장기 재무적 성과의 연계성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다.   

 

투자자와 기업의 중요성(Materiality)을 이해하면, ESG 경영의 표준화된 가이드라인 논의는 의미가 없어

필자는 여기에서 중요성 평가에 기반한 기업 ESG 경영을 강조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된 두가지 사례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작년부터 국내에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신문 기고나 전문가 인터뷰 등에서 ESG 경영의 표준화된 가이드라인 부재와 ESG 평가가 일원화되지 않는 것을 한계로 지적하는 내용을 자주 접해왔다. 그런 내용을 볼때마다 필자는 '왜 그간에 ESG 업무를 하면서 표준화되고 일원화된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이 ESG의 한계라는 생각을 못해왔던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실제로 수년간 해외 투자자들의 지배구조 관련 내부 지침을 담은 서한이나,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관련 기관 투자자들이나 평가사의 질의와 체크리스트를 받으면서 한 번도 같은 내용을 요구하는 것을 본 적이 없고, 심지어 국내와 해외 투자자의 질문의 스펙트럼 차이는 훨씬 컸다. 필자가 의구심을 갖지 않은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투자자들의 투자 원칙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ESG 관련 요구 사항이 서로 다른 것 또한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투자자도 중요한 이슈를 분석하여 투자 포트폴리오와 투자 원칙 등에 반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투자 기업의 ESG 점검이나 ESG 이슈의 투자 의사결정도 포트폴리오 또는 산업별로 ESG 이슈의 중요성 평가를 반영한다. 즉, 연기금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자체 중요성 평가를 반영한 고유의 투자 원칙에 맞는 투자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자본시장의 언어인 ESG에 대해서도 자체 중요성 평가를 통해 요구하는 중요한 원칙이 모두 다른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설사 투자자의 원칙과 우리 기업의 ESG 방향성의 차이가 있다하더라도, 전 세계 투자자가 우리의 주주가 아닌데 ESG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이 일원화 되어야할 이유가 필요할까 싶다. 

 

중요성 이슈 재정비를 통해 ESG 기반 미래 가치창출 스토리를 탄탄하게 써나가길

두 번째는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고 효율적으로, 즉 엣지있게 ESG 성과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근간이 중요성 평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은 매년 중요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고 관련 내용을 공개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많은 기업이 애를 써서 하고 있는 중요성 평가가 ESG 경영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글로벌 ESG 관련 컨퍼런스에서 자주,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주제 중 하나가 중요성 평가에 대한 논의이다. 각 기업이 중요성 평가 프로세스를 고도화하는 고민과 노력, 한계,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도출한 핵심 이슈에 대해서 설명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최근 기업의 ESG 경영과 관련해서 가치 창출 스토리, 파이낸셜 스토리와 같은 ESG 경영성과를 스토리텔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토리가 설득력이 있고 공감을 가지려면 논리적 구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회사의 비즈니스와 무관한 ESG 활동을 하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우리의 ESG 활동이 왜 이 분야에 집중되는가를 논리적으로 가장 잘 설명하는 근간이 되는 것이 중요성 평가이기 때문에 지배구조-전략-목표-성과와 연계하여 회사의 미래 가치 창출 노력을 커뮤니케이션하는데도 중요성 평가를 활용하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어느 기업이 중요성 평가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나?

여기 환경경영에 매진하는 글로벌 '통신' 기업 두 회사가 있다. 두 회사는 모두 2050년까지 넷제로를 목표로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실천하고 있다. A 통신사는 고객의 데이터 사용량 증가에 따른 에너지 소비 증가를 시뮬레이션 해서 초기 대규모 비용을 부담하고 단계적으로 저절전 기지국 및 친환경 장비로 교체하여, 2050년까지 실제로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함에도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 환경부담 비용이 감소하는 시나리오 분석을 보여준다.

B 통신사는 넷제로 실현을 위해서 고객들의 실제 생활 습관 속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플라스틱 재활용 캠페인을 실시한다. 플라스틱 재활용 캠페인에 참여한 고객 증가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기여를 산출하고, 캠페인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별 부가적 경제 가치를 산정하여 정보를 공개한다.

같은 환경영역의 활동을 하고 있는 두 기업 중 어떤 기업이 회사의 중요성 평가를 제대로 반영하여 핵심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회사의 미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투자자는 핵심 비즈니스와 재무적 영향을 연계하여 환경 경영을 하고 있는 A 회사에 투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같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 없다는 의미와 같을 수 있다. ESG 경영에서 핫한 트렌드에만 매몰되어 달려들 것이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우리 회사에 중요한 ESG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 기업이 ESG Myopia(근시안적 ESG)에서 벗어나 기존 중요성 평가를 혁신하여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ESG 기반 미래 가치창출 스토리를 탄탄하게 써 나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 린다H 님은 

린다H 님(97.lynda.h@gmail.com)은 글로벌 통신기업에서 약10년간  ESG 평가 대응, ESG 정책개발 및 기획,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IR메시지 개발과 투자자 대상 커뮤니케이션 등의 업무를 담당해왔습니다. 

특히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의 통합보고 프레임워크 파일럿프로그램 참여와 다수의 글로벌 ESG 컨퍼런스 등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글로벌 ESG 흐름을 직접 목격한 바 있습니다.  현장실무 및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다양한 ESG 이슈를 분석하는 칼럼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