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젠더(Gender) 임금격차 보고, 절반으로 뚝 떨어진 이유

코로나 19로 인해 영국 정부 성별 임금 격차 보고 의무 유예...보고 기업 전년 대비 50%

2020-08-06     김효진 editor
영국 정부가 성별 격차 보고 의무를 유예시키자, 기업들의 보고율이 전년 대비 50% 감소했다. 직장 내 성평등 대응과 개선을 위해 BITC는 무엇보다 기업들의 자발적 젠더 갭 보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Pixabay 

 

찰스 왕세자가 운영하는 재단 중 하나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촉진하는 영국 BITC(Business in the Community)는 성별 임금 격차를 보고하는 영국 기업의 수가 지난해보다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영국의 동일임금법(The Equal Pay Act) 50주년을 맞아 젠더(Gender) 연구를 실시한 BITC는 성별 임금 격차를 보고한 기업의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BITC는 분석을 통해 "영국 정부의 젠더 갭(Gender gap) 보고 완화 조치로 인해 기업의 보고가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받는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지난 3월 영국 정부는 기업의 성별 임금 격차 신고 의무를 유예시켰는데, 이로 인해 보고율이 절반이나 줄어든 것이다.

영국 정부는 평등법(2010 Equality Act)의 일환으로, 지난 2017년 기업들의 젠더 갭 보고 의무를 발효시켰다. 직원 수 250명 이상의 기업은 직원 성별에 따른 급여 및 상여금 등의 임금 관련 데이터를 매년 4월 5일까지 정부의 젠더 임금(Gender pay) 웹페이지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가운데 경제적 부담을 갖는 기업들을 고려해, 영국 정부는 올해 보고 마감일인 4월 4일 2주 전에 신고 유예를 발표했다. 

이후 BITC는 정부 유예 발표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젠더 갭을 신고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BITC 조사에 따르면, 기존 마감일 직후인 지난 4월 8일 5081개 기업만이 정부 포털에 신고했고, 이후 추가로 500개 기업이 신고했다. 지난해 1만828개 기업이 신고한 것에 비하면 올해 신고 비율은 절반 가량 감소한 것이다.

또한, BITC는 영국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3년간의 젠더갭 데이터를 토대로 영국 평균 성별 임금 격차 수준을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2018~19년 영국 성별 임금의 중간 격차 평균이 11.9%인 것에 비해 2019~20년은 12.8%로 다소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영국 비즈니스 영역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임금을 받는 곳은 여전히 없으며, 성별 임금 균형 개선이 더디게 일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로 직장 내 젠더 갭 더 벌어져

성평등 대응과 개선 위해, 무엇보다 기업의 젠더 갭 보고 필요 

BITC는 코로나19로 여성이 직장에서 갖는 리스크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봉쇄조치로 인해 실업위기에 처한 여성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학교과 보육시설의 휴업으로 일·가정 양립을 유지할 수 없는 여성 또한 많아지고 있다. 특히 기존에 존재해왔던 직장에서의 젠더갭이 코로나19 로 인해 여성들이 더 낮은 임금과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 노출되도록 만든다고 비판했다.

샬럿 우드워스(Charlotte Woodworth) BITC 성평등 캠페인 담당자는 “성별 임금 격차 보고는 직장에서 성 불평등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 도구”라며 “법적 의무가 유예되었을 때, 많은 기업들이 보고하지 않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BITC는 기업이 코로나19 가운데 성평등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내용을 추가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 기업의 비용 절감 계획이 여성 직원에게 불평등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보장

• 근무 유연제 등의 양육 관련 혜택을 남성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 마련

• 근무 유연제와 재택근무 등 여성 고용과 직장내 성평등 수준을 개선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 문화 정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