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먹거리, 탄소 수송 파이프라인?

2022-02-24     홍명표 editor
탄소를 수송하는 파이프라인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픽사베이

미국의 석유와 가스 파이프라인 회사들이 이산화탄소를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을 포함한 CSS(탄소 포획 및 저장)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전력회사, 화학회사, 정유회사들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 도구 중 하나로 CCS를 통해 지하에 이산화탄소를 매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현존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이산화탄소를 수송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기존의 파이프라인은 대부분 유조선에서 석유생산지역으로 수송하는데 쓰이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수송할 파이프라인은 부족하기 때문에 새로 건설하거나 기존의 가스 파이프라인을 개조해야 한다. 파이프라인 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먹거리인 셈이다. 

2021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 연구에 의하면, 2050년까지 넷제로를 위해서는 매년 10억톤의 탄소를 매장해야 한다. 2030년까지 매년 최소 6500만톤의 탄소를 수송할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된다. 이를 실현하려면 1만9000킬로미터의 탄소 파이프라인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탄소를 수송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기존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개조하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재료공학 전공인 에두아드 아스셀린(Edouard Asselin) 교수는 "천연가스을 수송하려면 약 800~1200psi(평방인치당 파운드)의 압력이면 되는데 탄소는 이보다 훨씬 높은 2600psi의 압력이 필요하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높은 압력에서 파이프라인을 사용할 경우, 파손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만일 파이프라인이 지하에서 갈라지면, 새어 나오는 압력 때문에 폭발이 일어날 수 있고 도시지역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아스셀린 교수는 주장한다. 

파이프라인 운영회사인 엔링크(EnLink) 부사장 스콧 골드버그는 "백지상태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파이프라인을 개조해서 탄소를 수송하는 것이 보다 경제적"이라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엔브릿지의 브라질의 파이프라인/엔브릿지 홈페이지

 

반면, 정반대 의견도 있다. 엔브릿지(Enbridge Inc)의 부사장 콜린 그루엔딩(Colin Gruending)는 "새롭게 파이프라인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가스 파이프라인은 탄소를 수집하거나 격리시키는 장소에 연결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탄소 포집을 위한 파이프라인을 건설해야 할 상업적인 이유가 거의 없다. 세금공제나 보조금 등의 혜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탄소세 혹은 탄소배출권이 너무 높아서 이를 상쇄하기 위해 CCS가 필요해지지 않는 한, 선뜻 투자하기가 힘들다는 의미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탄소세가 톤당 50캐나다달러이며, 2030년에는 170캐나다달러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캐나다의 화석연료기업들의 CCS 설비의 75%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세액 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그나마 탄소 제거와 격리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이 있다. 45Q라고 불리는 미국의 탄소 제거 세금 공제는 톤당 50달러이며, 바이든 정부는이를 톤당 85달러로 높일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탄소 격리를 위한 파이프라인과 지하의 탄소저장고를 짓는 것에 대한 환경론자들의 반대 또한 거센 상황이라 쉽지만은 않다. 


※CCS 기술은? 

CCS란 Carbon Capture and Storage의 머릿글자로서, 탄소를 포집해서 저장한다는 의미다. CSS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압축 포함)해서 수송하고 저장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탄소를 포집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탄소의 포집은 작업을 하는 위치에 따라서 연소전, 연소중, 연소후로 나눌 수 있다. 각각에 적용되는 기술은 다른데 가장 상용화에 근접한 기술은 연소후 포집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CSS에 소요되는 비용 중 70%는 포집공정에 쓰인다. 포집공정에는 스팀과 전기가 많이 필요해서 소요되는 비용이 많다. 또한 포집공정을 건설하는 비용도 막대하다. 

탄소를 포집했으면 수송해야 하는데 파이프라인을 이용할 경우 초기에는 투자비가 많이 필요하지만 일단 건설하면 가장 유용한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장장소의 한계로 인해서 배를 통한 이산화탄소 수송을 고려해야 한다. 

끝으로 탄소를 저장하는 공정은 현재 지하에 저장하거나 바다 밑에 있는 지중에 저장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산화탄소의 지중저장 잠재량은 육상퇴적분지에 약 10.8억톤, 해저퇴적분지에는 육상퇴적분지의 저장용량 이상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CCS를 사회가 어떻게 받아 들이냐다. 많은 사람들이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고 이로 인한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CCS시설을 설치할 경우 물가가 인상하거나 파이프라인이 지나는 지역에서 님비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CSS기술의 확대 보급을 위해서는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홍보 및 교육을 통해서 큰 무리없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