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의 넷제로 발표는 왜 비판 받나
최근 몇 년간 세계에서 화석연료에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한 HSBC가 투자자들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2030년 넷제로 목표를 발표했지만, 시장의 눈길은 여전히 싸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은행권에서 벌어진 최대 지속가능성 싸움 중 하나는 자산운용사인 아문디, 맨그룹(Man Group) 등 투자자들이 HSBC에 화석연료 자산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한 전략과 목표를 발표하라고 기후 결의안을 제출한 것이었다.
HSBC는 투자자들과 협상 후 지난해 5월 주주총회에서 "석탄금융을 전면 개편하고 탄소집약적 자산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목표를 설정하겠다"는 자체 주주제안을 내놨다. HSBC는 석유와 가스, 유틸리티 기업에 대해 단기 및 중기 대출 목표를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는 2030년까지 EU와 OECD 시장에서, 2040년까지 전 세계에서 석탄 화력 및 열 석탄 채굴에 대한 자금조달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광공업, 알루미늄, 시멘트, 철강, 철강, 운송 등 기타 탄소 배출 집약적인 업종 뿐 아니라 자동차, 항공, 해운업에서도 탄소 감축 목표치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주 발표된 HSBC의 첫 번째 진행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석유와 가스, 유틸리티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34%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기간 동안 관련 자금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강도는 약 7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석유와 가스, 유틸리티 기업은 배출량이 많은 업스트림 기업에만 적용된다고 말했다. HSBC는 “절대 배출량 상한제가 아닌, 전력과 전력회사에 대해 배출 집약도 측정 기준을 채택한 것은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배출량을 줄여야 할 필요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30년 탄소 감축 목표는 2019년 대비 배출량을 적용하며, 넷제로 뱅킹 얼라이언스(NZBA, Net Zero Banking Alliance)와 파이낸셜 서비스 태스크포스(FSTF, Financial Services Task Force)의 방법론을 근거로 과학 기반 접근법을 택했다. 자금과 관련한 탄소 배출량 감축목표는 Scope 1,2,3 범위를 모두 포함한다.
HSBC는 이번 발표와 함께, 부문별 자금 대출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면서 '탄소 회계 금융 협의체(PCAF)'의 가입 기준을 충족시켰다고 했다. HSBC가 2019년 석유와 가스 부문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배출한 탄소량은 3580만톤, 전력·전력 부문은 테라와트시(TWh)당 55만톤을 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HSBC 셀린 헤르바이어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은행의 자금 조달 활동을 파리협정의 목표와 일치시키고 2050년까지 순 배출 제로로 전환하겠다는 장기 전략의 일부”라며 “고배출 부문에 대한 은행의 중간 목표는 사업 의사결정에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소 줄인다면서 회사채 조달은 돕고 있는 HSBC
시장참여자 "진정성에 의문"
다만 시장참여자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탄소 고배출 업종에 대한 자금지원은 대부분 자본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HSBC는 이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NGO인 마켓포스는 “화석연료 기업에 조달되는 자금의 3분의 2는 은행(대출)이 아닌 자본시장(금융투자나 pf)에서 조달되고 있는데, HSBC는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역할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했다”며 “전반적인 금융업계에 미칠 물리적 영향을 아예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HSBC는 지난주 아라비아 드릴링(Arabian drilling company)에 5억3300만달러 채권 조달을 도왔으며, 지난해 말에는 멕시코의 거대 석유회사인 페멕스의 10억달러 채권을 매입한 바 있다.
HSBC, 바클레이스, BNP파리바 등 유럽 최대 은행들이 탄소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공약한 지 1년도 안 돼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는 석유 및 가스 회사에 240억파운드(약 330억달러)를 지원한 것도 HSBC 목표 공개의 신뢰를 저하했다.
지난해 4월 HSBC를 포함한 25개 은행들이 탄소 배출 감소 목표를 설정하도록 요구하는 유엔 주관 넷제로 뱅킹 얼라이언스에 서명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금융회사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미국의 엑손모빌(ExxonMobil), 국영 석유 회사인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 런던에 상장된 로얄더치셸(Shell) 및 브리티시 페트롤리엄 컴퍼니(BP) 등에 대출 및 기타 자금 지원을 한 것이다.
지난해 ESG 행동투자기관이자 비영리단체인 셰어액션(ShareAction)은 HSBC의 주주를 모으면서, “은행이 석유와 가스 부문의 절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자본시장 활동을 포함하지 않기로 한 것은 전략의 신뢰성에 의문이 가는 일이며 작년 3월 HSBC와 셰어액션, 투자자들과 맺은 합의 정신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고 평했다.
또 다운스트림 화석연료 생산자들은 목표 대상이 아니며, 발전소와 그 소유주들의 절대적인 배출량 감소를 보장할 수 없다고 한계를 명시한 HSBC의 배출 강도 목표의 사용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HSBC는 자본시장 활동에 대해선 “산업 표준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가능하면 목표치를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화석연료와 관련된 자본시장 활동은 ‘시설 배출량(facilitated emissions)’으로 기후 목표치에 별도 표기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셰어액션은 HSBC의 경쟁사인 바클레이스의 넷제로 전략에는 “2020년 에너지 포트폴리오 목표에 배출 촉진제를 포함시키는 등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HSBC가 비록 비판을 받고 있더라도, 은행들이 탄소 감축 계획을 밝히며 고심하고 있는 것은 진화의 과정 중 하나”라며 “그래도 자산운용사들의 압박은 꾸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